가뭄 물 절약 운동 외려 '희화화' 한 광주시 수돗물 행정
가뭄 물 절약 운동 외려 '희화화' 한 광주시 수돗물 행정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3.02.13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덕남정수장 밸브 관리 못해 수돗물 도로에 ‘콸콸’ 쏟아져
동구 제외한 남,서,북,광산구 100먄 여 가구 단수
시민, 최악 가뭄대비 절수 동참에 찬물 끼얹은 상수도 행정 비난
"30년 된 노후시설이라 어쩔수 없다"책임 회피는 안돼

휴일인 12일 난데없이 물난리 소동이 벌어졌다.
최악 가뭄이라며 물한방울이라도 아껴써야한다는 광주시의 절박한 물 절약 운동을 무색케 한 순간이었다.

12일 덕남정수장 유출밸브 고장으로 수돗물이 도로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 /독자 제공

광주시로서는 어떠한 이유와 변명으로든 할 말이 없게 됐다.
광주시민들의 절수운동을 희화화 했다는 점에서다.

물난리 소동의 발단은 다름아닌 광주지역에 매일 수돗물 26만여t을 정수·공급하는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시설의 하나인 ㄴ유출밸브 하나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상수도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하자면 광주시 상수도행정의 탁상머리 행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밸브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함에 따라 광주시 5개 구 가운데 광주 동구를 제외한 서구·남구 전역과 북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 등 4개 구에 걸쳐 공급되는 수돗물이 홍수가 난 것처럼 도로 등으로 콸콸 넘쳐 흘렀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 30분께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정수지 유출 밸브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덕남 정수장은 취수장에서 공급된 물을 약품 처리 등 과정을 거쳐 모이게 했다가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는 곳이다.

그런데 이날 덕남정수장에서 배수지로 물을 보내는 유압밸브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날 거의 하룻동안 각 가정에 물을 보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덕남정수장 주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수돗물이 넘쳐 흐르면서, 인근 도로 등이 물바다를 이뤘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2일 오후 시청 재난대책회의실에서 수돗물 비상공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광주시 

광주시는 이날 오후에야 부랴부랴 강기정 시장 주재로 상수도 사고수습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정수시설 고장 대응 및 단수·탁수 대책 등을 논의했다.
긴급 대책으로 내놓은 게 이날 오후 1시부터 광주 서·남구, 광산구·북구 일부 등 4개 지역에 대한 단수 조치였다.

일이 이렇게 커지자 오후 4시가 가까워서야 갑작스런 재난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이미 단수가 된 상태라 생수를 구입하는가 하면 일부 식당의 경우 영업에 차질을 빚거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

단수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다는 서구의 한 식당 주인은 "언제 단수조치가 끝날지 몰라 답답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단수조치는 오후 6시가 돼서야 고장이 난 유압밸브를 복구한 뒤 이날 자정께 각 가정으로 수돗물을 정상적으로 급수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그러면서 광주시는 이번 사고로 영향을 받는 가구수가 5만5천여 세대, 약 20만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동주택이나 대형건물 등은 저수조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 피해 가구 수는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물난리 사고는 역대급 가뭄으로 대대적인 절수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광주시민들의 노력을 희화화 한, 이른바 ‘어줍잖은 상수도 행정’을 보여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 광주시는 이렇게 책임을 돌릴 것으로 예견된다.
30년 가까이 된 시설이 노후화 돼 그렇게 된 것이라고...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