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회고록 2심도 역사 왜곡·손해배상 책임 인정
법원, 전두환 회고록 2심도 역사 왜곡·손해배상 책임 인정
  • 이배순 기자
  • 승인 2022.09.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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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 청구는 원고 전부 승소, 출판 금지 청구는 일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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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인 고 전두환씨가 펴낸 회고록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해 5·18단체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법원이 재차 판결했다.

고 전두환씨 
고 전두환씨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14일 5·18단체 4곳과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고 전두환(저자)과 아들 전재국씨(출판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전두환 부인 이순자(전두환 상속인)와 전재국은 명예훼손 위자료로 5·18단체 4곳에 각 1500만원씩 6000만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전재국씨에 대한 원고들의 출판 금지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회고록 혼돈의 시대의 표현 63개 중 51개가 명확히 허위로 인정돼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봤다.

해당 표현 전부 또는 일부를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발행·인쇄·복제·판매·배포를 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사유로 인정받지 못한 '계엄군 장갑차 사망 사건'과 관련, 전두환씨가 회고록에 허위 기재한 것을 인정했다.

원고 측은 "전두환씨가 1980년 5월 21일 정오 공수부대원(11공수여단 권모 일병)이 후진하던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것을 시위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고 회고록에 허위로 기재했다. 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며 부대 항소했다.

재판부는 "같은 부대원(권모 일병)이 광주기갑학교 무한궤도형 야전 전투용 장갑차에 깔려 즉사한 것은 확실하다"는 11공수 61·62·63대대 출신 계엄군들의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군 기록을 토대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수부대원이 시위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회고록 기록은 거짓이고, 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게 맞다. 해당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

다만, 전두환씨가 집필 당시 이를 명확히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암매장·비무장 민간인 학살 등 자신의 만행과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고 인정했다.

또 전씨가 정권 찬탈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5·18의 법적·역사적 평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표현(자위권 발동, 간첩 개입설 등)을 썼다고 봤다.

전씨가 5·18 경위와 무력 진압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표현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18의 역사적 의미, 5·18단체 유공자들이 그동안 진상 규명·명예 회복이 지체돼 받아온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이 내란수괴죄와 내란목적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 본인인 점 등을 종합하면, 전두환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5·18단체들의 명예·신용·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임에도 회고록을 통해 법적·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책임을 부인했다.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했다. 역사를 부정하고서는 바른 미래를 세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두환이 지난해 11월 23일 사망한 이후 부인 이순자가 법정 상속인 지위를 이어받았다. 전두환 측은 이번 2심 판결에도 불복,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전두환은 이와 별개로 회고록에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쌍방 항소했으나 전두환 사망으로 공소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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