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90】 - 寄長兒赴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90】 - 寄長兒赴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9.13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 이름 빛내는 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니라 : 寄長兒赴燕行中 / 영수각서씨

한국 여성은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따랐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고, 커서는 남편의 뜻에 따랐으며, 나이 들어서는 자식의 뜻에 따르라는 지상명령과도 같은 전통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한 면을 또 다시 보인 작품을 만난다. 어명(御命)을 받아 만리타국으로 떠나는 자식의 손에 쥐어준 한 시문에서 모성애를 엿보게 되는데, 그 이름을 찬하에 빛나게 함이 어미의 소망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寄長兒赴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 / 영수각서씨 [즐거움=434쪽]

나라의 큰일에는 반드시 때가 있는 법

집 생각 고향 생각 하지 말고 분투하라

네 이름 빛을 더함이 이 어미의 소망이라.

王事皆有期 勿爲戀家鄕

왕사개유기 물위련가향

令聞日以彰 勝似在我傍

령문일이창 승사재아방

네 이름 빛내는 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니라[寄長兒赴燕行中]라는 모두 다섯 수 중에서 보인 셋째 수인 오언율시다. 작자는 令壽閣徐氏(1753~1823)로만 알려진 조선 영조 때의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나라의 큰 일 하는데도 때가 있나니 / 집 생각은 하지 말고 분투하여라 / 하루하루 네 이름 빛을 더하면 / 그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니라]라는 사상이다.

이 시제는 [맏아들이 중국 가는 길(사신가는 길)에 부침]으로 번역된다. 아들이 나라의 큰 사명을 띠고 먼 길을 떠난다. 어머니가 그 떠나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말한다. ‘집안일 걱정 말고 나랏일에 분투해라. 하루하루 네 이름이 빛을 더하면 그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란다.’라고 멀리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가슴 속엔 근심과 소망이 쌓이겠네. 아들의 성공을 당부하는 그 음성은 여간 의연하고 간절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는 모성애(母性愛)가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시인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다 했다는 생각도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야심찬 국가관을 보인다. 시인의 간절한 부탁은 집안 일 보다는 나라의 일이 황급함을 강조했고, 고향 생각보다는 국사에 그르침이 없어야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래서 시인은 분투하라고 강조한다.√ 화자는 하루하루 시적 대상자인 자식에게 이름 빛낼 것을 간곡히 강조한다. 조야朝野에 이름을 빛내기보다는 내면의 성장과 성공적인 귀향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어미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하면서…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나라 큰일 때 있나니 집 생각 말고 분투하라, 하루하루 이름 빛내 어미 소원 풀어다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작가는 영수각 서씨(令壽閣 徐氏:1753~1823)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알려진다. 조선 후기의 승지이자 문인인 홍인모의 아내이다. 아버지 서회수와 어머니 안동김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성품이 맑고 자질이 뛰어나고 글 읽기를 매우 좋아했다 한다. 수학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한자와 어구】

王事: 나라의 일. 혹은 나라의 큰일. 皆: 다. 모두. 有期: 때가 있다. 勿爲: ~하지 말라. 戀: 생각하다. 사랑하다. 家鄕: 집안일과 고향의 일. // 令: 하여금 ~하게 하다. 聞日: 날마다 들리게 하다. 以彰: 창성하다. 이름이 높이 들리다. 勝似: ~같이 낫다. 在我傍: 내 곁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