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이와 살면서
복동이와 살면서
  • 문틈 시인
  • 승인 2022.08.25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동이는 올해 열두 살된 말티즈 잡종 반려견이다. 전에 함께 살던 해피는 머리도 영리하고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는데 나이가 들어 하늘나라로 간 지 오래고 복동이만 남아서 나와 함께 산다. 이제 복동이에게도 세월이 흘러 어느덧 노견축에 들어가 있다.

그래도 잡종견이어서인지 몸이 튼튼해 아직도 뛰고 달리고 씩씩하다. 다만 못생긴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복동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사람들은 예쁘다고들 한 마디씩 하지만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로 들린다. 오래 같이 살다 보니 미모와는 상관없이 나의 절친이 되었다.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짓고 할 것은 모두 잘 한다. 나는 복동이에게 하등 불만이 없다. 복동이는 한 성질이 쬐끔 있는 편이다. 내가 식사 중일 때는 으레 식탁 옆에 붙어서 나를 올려다보며 먹을 것을 달라고 칭얼댄다.

사료 말고는 주어선 안된다고 동물병원 수의사는 경고를 하지만 간절한 눈빛으로 애걸하는데 못본 척할 수가 없다. 치즈도 좀 주고 빵 부스러기도 주고, 하여튼 훌떡훌떡 뛰며 소리까지 지르는 복동이를 달랠 방법은 주전부리를 하라고 먹을 것을 줄 수밖에 없다.

복동이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거실에 펼쳐 놓은 패드에 대소변을 배설하면 즉각 처리한다. 물그릇에 물은 다 먹었는지, 사료는 다 떨어졌는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며칠에 한 번은 목욕을 시켜 준다. 한데 복동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목욕이다. “목욕하자!” 부르면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 결국 내게 붙들려 목욕탕으로 끌려가 비누칠을 하고 벅벅 문지르고 심하게 목욕을 당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내가 실수라도 하면 금방 돌아서 순식간에 내 손가락을 덥썩 문다. 아프기는 하지만 피가 날 정도로 물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보복을 하지 않는다. 혼을 내주려고 절친을 때리는 것은 안될 말이다.

복동이는 이처럼 나한테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대신 내게 해주는 것은 별로 없다. 없다는 말은 좀 그렇다. 혼자 지내는 내게 동무도 되어 주고, 산책할 때 같이 가주고, 그리고 이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면 으레 화장실 문 밖에서 엎드린 채 기다린다.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엄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면 마치 경호원처럼 바로 문 밖에서 지키고 있다. 해피도 항상 그랬었다. 그 강한 충성심이 참 대견하다.

복동이는 산책길에 함께 가는 것을 되게 좋아한다. 독일 정부는 모든 견주들은 기르는 개를 하루 두 차례씩 의무적으로 산책을 시켜 주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놓았다고 한다. 위반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나. 그 생각이 나서 나도 가능하면 자주 산책길에 함께 가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복동이를 데리고 가는 준비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복동이는 나와 함께 걷는 동안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면 마구 짖어대는 통에 내가 난처해진다. 어떤 때는 으르렁거리며 물 태세를 보인다. 사람이 마주 올 때는 목줄을 바짝 당기고 있어야 한다.

갑자기 짖어대며 달려들 것 같은 복동이한테 사람이 적대감을 표할 때도 있다. 여러 사람이 올 때는 잠잠한데 누군가 혼자 다가올 때는 어김없이 사납게 짖어댄다. 왜 그러는지 나는 도통 모른다. 이 또한 나를 보호하려는 것일까. 겨우 4kg밖에 되지 않는 복동이가 한 성질을 부리는 것이다.

복동이는 이제 해피가 가 있는 곳으로 갈 날이 몇 해 안에 다가올지도 모른다. 미리 장사지낼 곳도 정해 놓았다. 내가 잘 가는 메밀국수집 옆에 산이 있는데 그곳에 묻어도 된다고 식당 주인이 약속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살아 있는 동안은 서로 친하게 교감하며 가족처럼 지낼 작정이다.

‘말못하는 짐승’이라고들 하지만 복동이와 함께 열두 해 넘게 살다 보니 말없이 말이 통하는 그런 관계다. 인간은 신과 교감하면서 영혼이 깃들고, 개는 인간과 교감하면서 영혼을 갖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