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살까?
다들 어떻게 살까?
  • 문틈 시인
  • 승인 2022.08.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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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궁금해질 때가 있다. 다들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 농촌에서 자란 나는 사람들이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재배해서 먹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 도시에 살면서부터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인들이 먹고 사는 일을 어느 만큼은 알고 있다. 대부분 가공업이거나 서비스업이다. 예컨대 은행원을 생각해본다. 은행원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맡긴 돈을 가지고 돈이 필요한 사람이니 기업에 돈을 꾸어주고 이자를 높게 받아서 이자의 차액을 가지고 먹고 산다.

생각할수록 엉뚱한 직업 같기도 하다. 소위 화이트칼라의 전형적인 직업이다. 도시인들은 농어촌 사람들이 생산한 결과를 유통 가공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인들이라고 해서 다 가공업, 서비스업을 하고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별의별 틈새 일들을 하고 먹고 산다. 심지어는 하루종일 광고 벽지를 전봇대에 붙이는 일을 하고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식당 음식을 손님 집에 배달해주고 먹고 사는 사람도 많다. 고층건물의 유리창을 닦아주고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먹고 사는 일이 1만 7천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내가 알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일이 생산업하고는 거리가 있다. 나는 농촌 출신이라서 그런지 1차 산업이야말로 진짜 생산업이라고 믿는 사고방식이 무의식에 박혀 있는 것 같다.

이미 세상은 1차 산업 즉 농업시대에서 2차 굴뚝산업시대, 3차 서비스 산업시대를 거쳐 이른바 디지털산업 시대라는 4차 산업시대에 들어서 있다. 농업이 오히려 수렵시대의 원시산업처럼 보이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생산업의 제1업이라고 믿는 농업인구는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의 4.3%인 2백21만5천 명에 불과하다. 어업인구는 10만 명이 될까말까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는 먹고 사는 일이 농업이나 어업 같은 1차 산업은 옛날 일이고 지금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그걸 가공하고 이용해서 먹고 사는 정보산업 시대다. 거기다 AI, VR, AR, MR 같은 이런 희한한 업도 번창하고 있다.

이렇게 먹고 사는 일이 확 바뀐 시대에 나는 가끔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개인정보들을 모아 분석하고 그걸 물건 파는데 활용하거나 디지털 앱을 만들어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작동시키는 가상 세계와 연결시켜서 먹고 살다니. 보고도 얼른 믿기지 않는 이른바 4차 산업시대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나는 평생 동안 생산직에 있어 본 일이 없다. 내 손으로 못 하나도 만들어 본 일이 없다. 농부, 어부처럼 몸으로 직접 생산을 해서 먹고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손에 흙을 안묻히고 먹고 살아 왔다.

그런데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알고 살아왔는데, 지금 생업에서 은퇴하고 살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지 모를 것에 대한 ‘반성’이다. 내 인생을 계산해 보면 무슨 큰 실수라도 저지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허공에 손을 뻗어 맹탕을 쥐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해온 일이란 것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었을 업이다.

평생 글만 써왔는데 그 글이 누구의 눈물 한 방울 닦아준 적이 있는가, 누구의 마음에 한 조각 위로가 된 적이 있는가. 나름대로는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하여 쓴다고 써왔지만 그 결과는 어쭙잖다.

나는 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직업이 아니라면 먹고 사는 업이 무엇이 되었든 다 고귀한 것이라고. 상추를 기르는 농사꾼이 돈 장사를 하는 은행원에 못지않다고. 먹고 사는 업은 다 신성하다. 세상 모든 먹고 사는 업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작동한다. 그 업들을 하나하나 저울에 단다면 다 똑같은 무게일 것이다.

구순이 넘은 어머니는 말한다. “걱정 말아야. 다들 먹고 산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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