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85) - 磨石(마석)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85) - 磨石(마석)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8.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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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기둥은 땅에서 하늘까지 꿰뚫어 있고 : 磨石 / 노사 기정진

음양은 대체적으로 양이 위에, 음이 아래에 존재한다. 양은 불록하고, 음을 오목하다. 볼록한 양으로 오목한 음을 감싸 안고 두 가슴을 비비면서 내川가 되고 강江이 되는 수가 많다. 그렇지만 맷돌은 그렇지 않다. 음이 양을 한껏 부여안고 가슴을 비며 대면서 사랑을 속삭이는가 싶더니만 곡식을 갈아서 삼시 세끼를 이어가게 했다. 맷돌이 철의 기둥은 땅에서 하늘까지 꿰뚫어 있고, 나무자루는 북두칠성과 견우성 가를 맴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磨石(마석) / 노사 기정진

하늘이 움직이고 고요한 땅 이치를

맷돌이 돌아가는 사이에서 보았는데

기둥의 나무 자루는 견우성을 맴 도네.

天動地靜理 吾看磨石間

천동지정리 오간마석간

鐵株中洛陽 木柄邊斗牛

철주중락양 목병변두우

철의 기둥은 땅에서 하늘까지 꿰뚫어 있나니(磨石)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1798~187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하늘이 움직이고 땅은 고요하게 있는 이치인데 / 나는 맷돌의 돌아가는 사이 분명 그것을 보았네 // 철의 기둥은 땅에서 하늘까지 꿰뚫어 있고 / 나무자루는 북두칠성과 견우성 가를 맴도는구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맷돌을 보면서 / 맷돌을 읊다(詠磨石)]로 번역된다. 시인이 7세에 지었다고 하니 그의 학문의 깊이가 얼마나 컸으며, 조숙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어려서부터 철학자의 꿈을 꾸었던 그였음을 알고 나면 맷돌이 돌아가는 이치는 분명 인생과 우주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져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우리 선현들이 즐겨 썼던 선경후정이란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처음부터가 철학적 의미를 모두 담으려고 했다.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고요한 이치를 맷돌의 돌아가는 사이에서 분명 보았다고 했다. 윗돌은 움직여 돌아가는 하늘의 이치요, 아랫돌은 땅의 고요한 이치라고 했다. 이렇게 돌아가는 사이에 우주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란 이치에선 고개가 꺄우뚱 거린다. 여기까지 생각했던 화자는 철의 기둥과 북두성과 견우성의 맴도는 이치나 의문점을 꿰뚫을 수 있었다고 했다. 철의 기둥은 땅에서 하늘까지 꿰뚫었고, 손잡이인 나무자루는 북두칠성과 견우성 가를 맴돈다고도 했다. 위의 암매가 아래의 숫매를 부여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국을 관찰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하늘 땅 고요한 이치 맷돌에서 보았었네, 철의 기둥 꿰뚫었고 두우성을 맴돌면서’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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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작가는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1798~1879)으로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이다. 서경덕, 이황, 이이, 이진상, 임성주 등과 함께 성리학의 6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일분수 이론에 의한 독창적 철학을 수립하였던 것올 알려진다. 저서에 <납량사의>, <노사집>등이 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한자와 어구】

天動: 하늘이 움직이다. 地靜: 땅이 고요하다. 理: 이러한 이치. 돌아가는 이치 吾: 나는. 시인 자신인 노사 기정진. 看: 보다. 磨石: 맷돌. 間: ~이 돌아가는 그런 사이. // 鐵株: 철의 기둥. 中: 중간. 洛陽: 하늘에서 땅까지(洛: 땅이름). 木柄: 나무 자루. ‘매손’임. 邊: 주변. 斗牛: 북두성과 견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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