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유머
대통령의 유머
  • 문틈 시인
  • 승인 2022.08.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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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그분은 유머를 할 줄 알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처럼 유머를 잘 구사하는 분은 없었다. “나무에 두 번만 올라가라 했지 누가 세 번이나 올라가라 했나? 흔들어서 떨어뜨려야 한다.”

박정희 후보가 대구에서 “나를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려고 한다.”라고 호소하자 목포에서 그렇게 응수했다. 3선 개헌을 빗댄 것이다.

나는 고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좋아했다. 유머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백악관은 잘 돌아가고 있는가?” 힝클리라는 정신장애자가 쏜 총에 맞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비서실장이 찾아오자 물었다. “네, 대통령 각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병상에 누워 있는 레이건 대통령이 말했다. “비서실장,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좋아할 줄 아는가? 내가 없는데 백악관이 잘 돌아간다니!” 한 마디 유머는 미국 국민을 안심시켰다. 대통령의 유머는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 얼굴을 찌푸리고 격한 말을 쓰지 않아도 몇 배나 더 효과적이다.

나는 처칠 영국수상도 좋아했다. 그분이야말로 유머의 대가였다. 어느 연설회장에서 군중 속에 자전거 짐발에 올라간 사람이 있었다. 처질은 그 사람에 가려서 연사를 볼 수가 없었다. “저기, 자전거 위에 올라간 사람, 양말에 구멍이 난 줄 알면 당장 내려올 걸.”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얼른 자전거에서 내려와 양말을 살펴보던 그 사람이 항의했다. “여보시오. 구멍이 없는데 무례하게 왠 거짓말을 하시오?” 처질이 말했다. “양말에 구멍이 없으면 어떻게 양말을 꿰 신었소?”

윤석열 대통령은 요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서 곤경에 처해 있다. 한 달로 아니고 하루 걸러 나오는 여론조사라는 것도 뭣하지만 나는 지지도가 하락한 이유를 유머가 부족한 데서 찾는다.

일부에서는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 때문에 더 그렇다고 하지만, 날마다 대통령실에 출근하면서 도어 스테핑을 하는 것이 더 위태위태하다. 대통령은 ‘말장사’다. 말 실수를 기자들은 되게 좋아한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앞뒤 맥락을 자른 말을 가지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얼마나 괴롭혔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즉문즉답의 도어 스테핑을 그만두어야 한다. 자칫 도어 스토핑(door stopping)이 될 수 있다.

확고한 국정비전을 제시하고 그쪽으로 가면 된다. 대통령 방패막이를 해야 할 장관들은 한 사람도 안 보인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라고 고 전두환 대통령은 장관에게 권력을 내주었다. 나는 경제를 모른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 대통령, 국방부 대통령, 경제부 대통령…. 모든 장관들에게 맡은 분야의 대통령 노릇을 하라고 권력을 나누어 주면 된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다. 권력이 그런 산술의 표본이다. 장관들이 자주 국민과 소통하면 될 일이다.

대신 대통령은 유머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불연이면 고 박정희 대통령처럼 “나는 말을 잘 할 줄 모른다. 소처럼 묵묵히 일할 따름이다.”라고 하든지. 정치라는 쇼에서 대통령은 주연 배우고, 장관들은 조연, 관료들은 엑스트라다.

제발 툭하고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라. 각본에 있는 말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지지도는 올라갈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트콤에서 쾌도난마의 대통령 역을 맡은 배우였다. 그 이미지로 현실에서 진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나저나 요즘 모두들 고물가, 이자상승, 코로나 재유행으로 죽을 맛이다. 배우들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구두 바닥이 닳도록’ 동분서주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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