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 유일 '백신 특구' 남기고 아름답게 떠난 구충곤 화순군수
[인터뷰]전국 유일 '백신 특구' 남기고 아름답게 떠난 구충곤 화순군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6.3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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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백신 특구...1조2천억 첨단의료단지 조성 '눈앞'
전국 최초 '100원 택시' 운행 및 '농민수당' 지급
​​​​​​​인허가 때 세세함 부족에 일부 피해 아쉬움도
사평 토담집 기거하며 화순 말전 위해 '봉사' 다짐

항상 아쉬움은 남는다. 권력을 잡고 있는 단체장은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그런 부질없는 욕망을 떨쳐 버리고 용단을 내릴 때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권력의 허상을 붙잡으려 했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값진 치적에도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미련없이 자리에서 물러난 구충곤 화순군수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을 바라보는 단체장들의 행보가 좋은 사례다.
단체장을 2번, 그러니까 8년을 했는데 할 일이 더 많다고 ‘한번 더’라는 욕심을 부렸다가 낙선함으로써 그동안 켜켜이 쌓아 올린 명예와 능력을 한꺼번에 잃은 사람이 있다. 요즘 장마철 길가에 나뒹구는 벌레먹은 풀잎처럼 말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치적을 남긴 뒤 새로운 세대를 위해 자신이 누렸던 ‘묵은 의자’를 돌려주는 사람도 있다. ‘손뼉을 칠 때 미련없이 떠나라’는 값진 교훈을 몸소 실천한 단체장이다.
구충곤 화순 군수가 바로 그다.

2014년에 첫 당선됐을 때 그는 이런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군정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안할테니까 제발 임기만이라도 채워주면 좋겠다”는 목소리였다. 재경 화순향우회 어르신들이 화순 산다고 말하기가 꺼려진다며 제발 화순의 자존감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상황은 그럴만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부부 끼리, 더 나아가 형제끼리 군수를 해먹는다는 소리가 으레껏 나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유권자들의 민도가 낮았으면, 그렇게도 사람이 없어서 이번에는 부부가. 다음에는 형제가 군수를 해먹도록 내버려 두냐는 비아냥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정치적인 이미지가 사람까지 이상하게 만들다 보니 쥐구멍이라 들어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구 군수가 그 말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전남에서는 맨 처음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모든 지자체가 취임식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래 모른척 하고 3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이런 욕망을 일거에 뿌리친다.

그의 그런 정치적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공성불거(功成不居,공을 세웠으면 떠나라)’라는 노자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정치인이나 행정가에게는 용단과 함께 필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타이밍이다.
때를 알고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누려야 할 때와 내려놓을 때, 그리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화순군수가 머문 자리, 다시 말해 ‘묵은 의자’를, 그것도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 아닐런가 싶다. 
여기에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퇴장’으로 치환된다. 봉황도 나이가 들면 어린 봉황의 청아한 소리에 밀려나듯이 말이다.

“아쉬움이 뭐냐”고 물었더니 앞만 보고 군정을 위해 뛰다보니 특히 인·허가 부분에 있어 지역주민이 바라는 애틋함을 세세하게 살피지 못했다. 일부 피해를 본 사람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퇴임식 때 무슨 말을 했느냐고 다그쳤다. 그가 8년이라는 임기 동안 무엇에 방점을 두고 일을 추진했느냐가 궁금해서다.
‘명품 화순, 행복한 군민’을 내걸고 첫 출발을 한 구 군수는 그의 슬로건 답게 그리 크지 않은 화순을 전남을 넘어 전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세운 업적을 이렇게 깔끔하게 요약했다. 화순은 전국에서 유일한 백신 특구다.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신설하고, 맘 편한 100원 택시를 운영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최근 전세계를 불황과 패닉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사태를 치료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특효약, ‘백신 특구’가 화순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괜찮을 성 싶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화순에 첨단복합의료단지를 건설하는데 1조8천억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했다. 
비공식적이지만 7천억 짜리 원자력을 이용한 치료기 프로젝트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주와 나주시에 인접하다 보니 항상 아웃사이더로 전락했던 화순이 이런 4차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할 거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군민과의 더불어 잘사는 행정을 발현시키기 위해 그는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120만원 지급한다고 선언했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100원 택시’는 화순에서는 ‘100원 효도택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014년 운행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부터는 대상자를 확대해 65세 이상 어르신 뿐만 아니라 임산부, 영유아,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전국 최초의 농민수당제도 연 60만원에서 올해부터 120만원으로 늘렸다.

전남 지자체 최초, 전국 8번째로 아동ㆍ여성ㆍ고령 3대 친화도시로 인증을 받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무대로 알려진 화순 적벽과 고인돌을 활용한 ‘명품 관광도시 조성’도 빛을 발하면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로 ‘관광객 500만 시대’ 품겠다는 의지도 대단하다. 

구 군수의 또 다른 매력은 공무원과의 소통과 능력을 공유한다는 대목이다.
전남도는 물론이고 중앙부처의 각종 공모사업에 뛰어들어 국비를 따오는 일이 여느 지자체 보다 많았다.

능주에 자리한 종방양돈단지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민원에 시달리는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을 마친 것에 멈추지 않고 이곳에 내수면 양식단지 조성 사업을 통해 6차 수산산업 거점단지의 ‘롤모델’로 변화시켰다.
물론 해양수산부 공모프로젝트에 선정돼 210억의 국비를 지원받은 상태다. 
이와 함께 그의 퇴임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최근 전대화순병원 뒤 동면 서성지구 개발 프로젝트 사업 공모에도 선정돼 250억에 달하는 국비가 내려온다며 행복한 듯 웃어 제쳤다.

평소 호탕하고 쿨한 성격에 의리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구 군수에게 퇴임 후 행보에 대해 물었다.
일단 화군군 사평면에 있는 토담집으로 들어가 화순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더욱 고민하겠다.
그동안 못다 한 봉사를 하면서 더 큰 정치를 위해 온몸으로 ‘뛰겠다고 했다.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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