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7) - 花鬚(화수)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77) - 花鬚(화수)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6.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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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조심해서 살피고 또 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 花鬚 / 초정 박제가

대체적으로 [화수花鬚]는 꽃의 수술과 암술을 가리킨다. 꽃의 암술과 수술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한 송이 꽃 속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꽃이 모습이 어우러지고 꽃잎까지도 불그스레 보인다. 이를 가리켜 흔히 꽃이 붉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꽃이 붉다는 것은 이를 두고 가리킨 말이다. 봄부터 피어난 모든 꽃술에는 다 붉음의 차이가 있나니, 삼가 조심해서 또 살피고 또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花鬚(화수) / 초정 박제가

붉다는 하나라는 글자만 가지고는

모든 것 꽃들에게 그리 부르지 말라

꽃술엔 차이가 있으니 조심해서 살펴야지.

毋將一紅字 泛稱滿眼花

무장일홍자 범칭만안화

花鬚有多少 細心一看過

화수유다소 세심일간과

삼가 조심해서 또 살피고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花鬚)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오직 꽃이) 붉다는 한 글자만을 가지고 / 온갖 꽃을 그렇게들 부르지를 말게나 // 색깔을 피운 꽃술에는 모두 다 붉음의 차이가 있나니 / 삼가 조심해서 또 살피고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꽃술 // (직역하면) 꽃의 귓쩍]으로 번역되겠다. 또 다른 시제는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 남을 위해 고개 위에 있는 꽃을 읊다]는 뜻도 부연된다. 고갯마루에 핀 꽃이라 해서 그저 모두를 들꽃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모른다 해서 이름 모를 꽃이라고 하지도 말라.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그저 붉은 꽃은 없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진다. 꽃술을 통해 사람 성격이나 심성의 좋은 점도 발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위와 같은 점에 착안한 시인은 붉다는 글자 하나만 가지고, 온갖 꽃들을 다 붉다고 이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꽃은 한 가지 색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형형색색 온갖 자태를 자랑한다. 분명한 이름을 붙여주고 색의 진미까지도 자세히 살펴 색깔을 구분하는 지혜라고 가르친다. 화자는 꽃의 색깔 뿐만 아니라 꽃술에는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조심해서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 한다는 했다. 사람도 한 편견만으로 모두 평가하지 말라는 뜻도 포함되고 있다. 그 이면을 보고 좋은 점도 발견하고 장양將養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가르침도 내포하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붉다는 한 글자로만 온갖 꽃 부르지 말라, 꽃술엔 붉은 차이 있어 삼가 조심 살펴야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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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작가는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1805)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1776년(정조 1)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과 함께 <건연집>이라는 사가시집을 발간하여 중국에 ‘조선의 시문 사대가’로 알려졌다. 1778년 사은사 채제공을 따라 이덕무와 함께 청나라에 갔었다고 전한다.

【한자와 어구】

毋: ~하지 말라. 이 [毋]자는 둘째 승구 ‘眼花’까지 걸리어 해석되고 있음. 將: 가지다. 一紅字: 붉다는 한 글자. 泛稱: 모두 칭하다. 滿: 가득 차다. 眼花: 눈이 보이는 온갖 꽃. // 花鬚: 꽃술. 有: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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