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받은 선물
새해 아침에 받은 선물
  • 문틈 시인
  • 승인 2022.01.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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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신이 내게 보내 주신 선물 상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상자 안에 온갖 축복과 기쁨과 은총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하여 새해 365일을 그 상자 안에 있는 갖가지 축복과 기쁨과 은총을 꺼내어 하루하루를 만날 것을 상상해 본다. 그런 소망을 품고 나는 들판으로 나가 천지를 향해 절을 하고 싶다.

지난해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역병은 한 사람이 전 세계 인류와 연결되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나 하나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 전 인류 속의 하나로서 거대한 그물의 그물코처럼 서로 이웃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지구 반대편 먼 나라에 사는 어느 한 사람이 역병에 걸렸다. 그 역병이 그 사람의 옆 사람, 옆 사람을 통해서 불과 한 달도 채 안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거의 빛의 속도라 할 만큼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지구 전체로 전파되어 마침내 우리나라에까지 왔다. 나는 경악했다.

우리에게 그 역병이 다가와서 일상을 무너뜨리고 생명을 앗아가고 경제를 망가뜨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문명사회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저 먼 화성에 탐사선이 날아가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화성의 바람소리를 지구인들에게 들려주었을 때 나는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인류는 그런 고도의 최첨단 기술문명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역병 앞에서는 두 손을 들었다. 역병의 바이러스 변이가 새로 나타나면 그걸 쫓아다니느라 급급했다. 인간의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과학기술이 우리를 구해주는 마지막 답은 아닌 듯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력하게 코로나로 죽어갔는지 생각하면.

내가 삼라만상에 절을 하려는 것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꼼짝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좀 더 겸허히 살아야겠다고 고백하고 싶어서다. 만물이 인간과 같은 가치를 지녔음을 인정하는 일종의 만물공동체 차원에서 살고 싶어서다.

아메리칸 인디언이 마을 뒷산의 바위며, 나무며, 개천, 심지어는 하늘에 맴도는 솔개에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을 붙여주고 존중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까지도 그들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모든 자연 속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인디언의 범신론에 나는 깊게 공감한다.

옛날 신라 청년들은 새해 첫날 두 사람의 연인이 마을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하늘 땅에 절하는 것이 크게 이상해 할 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이 별에 막 도착한 우주인이나 다름없다. 내 눈에 비치는 새해 첫날 천지의 삼라만상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보인다. 삼라만상 모든 것이 나 하나와도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것을 모르거나 외면한 채 살았다. 얼마나 독존적인 삶이었던가.

인간은 희망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 희망은 이웃들과의 연대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새해는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새해는 기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레임, 새해는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세상 만물이 나의 친척이요, 이웃이라면 새해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신이 내게 보내준 선물이다. 다른 해와는 다른 새해의 삶을 살 것을 절을 하는 마음으로 다짐해 본다.

‘믿는 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새해는 하루하루를 신이 보내주는 선물로 믿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말했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되고,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역시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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