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쿼바디스
  • 문틈 시인
  • 승인 2021.12.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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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 말이 널리 알려지기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영화로 나오면서다. 폴란드 작가 헨리크 센케비치가 쓴 동명의 소설을 1951년 로버트 테일러, 데보라 카 등이 출연한 머빈 클로이 감독의 영화다.

이 후로도 쿼바디스는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다. 오래된 영화라 유튜브에 들어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 네로 황제 시기 로마를 배경으로 로마제국의 퇴폐상, 대화재, 기독교도 탄압, 사도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 그리고 네로의 몰락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제정 로마시대의 각종 풍속, 문화의 묘사가 생생하게 그려진 영화다.

쿼바디스라는 말은 원래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갈 수 없으니 너희들은 서로 사랑하며 지내라’고 마치 유언처럼 당부한다. 그러자 베드로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고 묻는 대목이 바로 그 장면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베드로가 ‘어째서 지금은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까? 주님께서 가는 길이라면 제가 감히 목숨이라도 내놓겠습니다’라며 또다시 묻는다. 그러자 예수는 베드로에게 ‘잘 들어라,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할 것임을 예언한 대목이다.

쿼바디스, 흔히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수 없게 되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는 절절한 외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일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부르짖는다. 절대자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질 때 쿼바디스라고.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지금 오미크론이라는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새로 출현해서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20개 국이 넘는 나라에 퍼졌고, 한국에도 들어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직 이 변종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져 있지 않아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백신을 피해간다,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델타변이보다 6배나 빠르게 전파한다는 둥 소름 돋게 하는 설들이 떠돌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변종이 출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미크론 때문에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초긴장 상태다. 지금 델타 변이만으로도 병상이 꽉 차서 앞으로는 코로나 확진자는 중증 상태라도 병원에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자가격리 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미크론까지 기세를 부리고 있으니…. 자가격리로 무작정 대기하라면 60대 이상의 시니어층은 위중증으로 악화할 경우 병원에도 못 가보고 자칫 경을 칠 수도 있다. 격리된 상태에서는 개인이 치료를 위해서 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자기 면역력으로 견뎌내거나 무너지거나 할 밖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오미크론은 감염자가 같은 층의 호텔 맞은 편 방에 있는 경우에도 문을 열고 닫고 하는 잠깐의 순간에도 서로 교차하다가 걸릴 수 있다고 하니 이런 변이 있을 수가 있는가. 스치기만 해도 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 쪽에선 아직 오미크론에 걸린 사람이 중증 상태로 간 경우가 없고, 몹시 피곤한 느낌을 주는 정도라고 하는 말도 있으니, 혹시 순한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발 그랬으면 싶다.

세계 인구 80억 가운데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반도 안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을 맞은 사람한테 옮기기가 쉽지 않으니 백신 미접종 그룹에 들어가서 변이를 일으켜 새 무장을 하고 백신 접종자들을 공략하려 드는 것이 아닐까. 이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백신 접종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감염시키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던 내게 찬물을 끼얹는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에 일상을 빼앗기고 살았는데 다시 끝 모를 질곡 속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아 암담하기만 하다.

절로 쿼바디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죽음의 땅'을 이대로 두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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