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1) - 연저고범(烟渚孤帆)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51) - 연저고범(烟渚孤帆)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11.29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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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기우는 해에 돛의 배는 부르는데 : 烟渚孤帆 / 어우당 유몽인

아침이면 자욱하게 연기가 끼는 경우가 많다.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안개인 경우가 더 많다. 대기의 찬 공기와 지열에 의한 따뜻한 공기의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온도의 차이에 오래 지속됨이 다르다. 연기가 자욱함에도 강가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손길은 막을 수가 없다. 진솔한 돛단배의 풍경이다. 서쪽으로 기우는 해에 돛의 배가 부르고 있는데, 부슬비 속에 뱃노래를 하면서 멀리서 돌아온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烟渚孤帆(연저고범) / 어우당 유몽인

어부는 멀리에서 그물을 거두는데

나무하는 지아비 얼마나 베었는가

지는 해 부슬비 속에 뱃노래로 돌아오네.

漁子遙收網 樵夫幾伐枚

어자요수망 초부기벌매

斜陽帆腹飽 微雨棹歌廻

사양범복포 미우도가회

서쪽으로 기우는 해에 돛의 배는 부르는데(烟渚孤帆)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1559~1629)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어선 타고 어부는 멀리 그물을 거두는데 / 나무꾼은 나무를 얼마나 베어 나뭇짐이 되었을까 // 서쪽으로 기우는 해에 돛의 배는 부르는데 / 부슬비 속에 뱃노래 하면서 멀리서 돌아온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연기 자욱한 강가의 외로운 돛대]로 번역된다. 흔히 어선을 타고 구물을 강에 넣거나 거두는 일을 한 일과로 여기지만, 인생을 노래하는 비유로도 여긴다. 강의 어부와 육지의 나무꾼의 대비는 대유법의 특징으로 시격을 살려 내기도 하고, 비유의 전유물로 여긴다. 석양을 타고 배부른 돛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데 뱃노래하면서 돌아오는 행위도 대비법을 잘 원용하는 경우리라. 시인은 어부의 그물과 나무꾼의 나뭇짐을 대비하면서 생활 속에서 삶을 걱정하는 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어부는 멀리서 서서히 그물을 거두는데 나무꾼은 나뭇짐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베었는가는 의문의 실마리를 만지작거렸다. 민초民草들의 어려운 삶을 그대로 투영시키는 얄미운 성공을 바라는 시적인 그림의 실마리다. 화자는 터덜터덜 하면서 허탈해 하는 어부와 만족하면서 나무를 짊어지고 오는 나무꾼을 동원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대비하면서 둘 다 만족해하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비해 보인다. 기우는 해에 돛의 배가 부르는 모습도 보이면서, 부슬비 속에 뱃노래하면서 돌아온다고 했다. 시격을 잘 살리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어부는 그물을 걷고 나무꾼 얼마나 벴나, 기운 해 돛배 부른데 뱃노래하며 돌아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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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1559~1623)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92년 수찬으로 명나라에 질정관으로 다녀오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를 평양까지 호종하기도 했다. 왜란 중 문안사 등 대명 외교를 맡았으며 병조참의, 황해감사, 도승지 등을 지냈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漁子: 어부. 遙: 멀다. 收網: 구물을 거두다. 樵夫: 나무꾼. 幾: 얼마나. 伐枚: 나무를 베다. // 斜陽: 기우는 해. 帆腹: 돛의 배. 飽: 배부르다. 곧 돛의 배가 바람을 받아 배가 부른 것처럼 소복하다는 뜻. 微雨: 부슬비. 棹歌: 뱃노래. 廻: 돌아오다. 혹은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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