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52) - 제2차 동학농민봉기
조선, 부패로 망하다 (52) - 제2차 동학농민봉기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1.11.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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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평양과 황해전투에서 압승했다는 소식을 듣자 전봉준은 척왜 (斥倭)를 외치면서 전주에서 2차 봉기했다.

정읍 황토현 전적지 (동학혁명기념탑)
정읍 황토현 전적지 (동학혁명기념탑)

전봉준이 이끄는 4천 명의 동학농민군은 10월 12일에 논산에 도착했다. 최시형으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은 손병희도 15일에 북접 동학군을 이끌고 논산에 합류하였다.

‘양호(兩湖) 창의영수’ 전봉준은 10여 일간 논산에 머물면서 수만 명의 농민군을 모은 후 공주로 향했다.

개화파 정권은 동학군을 토벌하기 위해 양호도순무영을 설치하고 관군을 공주로 내려보냈다. 최신 무기로 중무장한 일본군대 1개 대대도 진압군에 합류하였다.

10월 21일에 동학군은 충청도 목천 세성산에서 관군과 처음 접전을 벌여 수백의 사상자를 내고 패퇴했다. 이어서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군은 공주를 눈앞에 두고 10월23일부터 25일까지 잇따라 관군 및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다. 승패가 확연히 갈린 것은 아니었지만 동학군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경천으로 물러났다.

전열을 가다듬은 동학군은 11월 8일과 9일에 공주 문턱의 우금치에서 전투를 벌였다. 수만 명의 동학군은 세 갈래로 나뉘어 관군 2,500명과 일본군 200명 등 2,700명이 산봉우리 고지대에서 진을 치고 있는 우금치 계곡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동학군은 선두에 몇백 명이 화승총을 가졌고, 나머지는 창을 들고 있었다. 동학군은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하지만 동학군은 대포와 연발총 그리고 미제 스나이퍼 소총과 무라다 소총 등 최신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동학군은 선봉이 섬멸되자 잠시 공격을 중지했다가 다시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이러자 대포와 연발총과 소총이 다시 불을 뿜었고 동학군은 쓰러졌다. 잠시 뒤에 동학군이 다시 돌격하기를 무려 50여 차례. 계곡은 온통 하얀 옷과 붉은 피로 덮였고, 적진은 끝내 함락되지 않았다.

전봉준은 마침내 전투를 멈추고 후퇴했다. 휘하의 군사를 점검해보니 두 차례 접전 후 1만 명 중 3천 명만 남았고, 다시 접전 후에는 5백 명에 불과했다. 완전 참패였다.

전봉준은 남은 동학군을 데리고 퇴각했다. 일본군은 마치 해충을 박멸하듯 동학군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여 버리기 위해 집요하게 추격했다.

전봉준은 퇴각하며 기회다 싶으면 돌아서서 싸우고 또 싸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그는 전북 순창군 피노리에 숨어 있다가 12월 2일 밤에 동료의 밀고로 체포되었다.

이미 체포된 김개남은 전주에서 즉시 처형되었고, 전봉준 일행은 일본군 제19대대가 주둔하는 담양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나주로 옮겨졌다.

1895년 1월에 손화중·최경선·김덕명 등과 함께 서울로 압송되어 1월 24일에 일본영사관 순사청 감옥에 갇혔다.

전봉준과 성두한 · 손화중 · 김덕명 · 최경선 등은 중죄인으로 분류되어 법무아문 권설재판소로 넘겨졌다. 심문은 6차례 이루어졌다. 1895년 3월 29일(양력 4월 23일)에 판결이 내려졌다. 사형이었다. 그리고 이날 전봉준등 5명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전봉준(1855∽1895)은 죽기 전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때를 만나서는 천지도 모두 힘을 합하더니

운이 가니 영웅도 어찌하지 못하는구나.

백성 사랑하는 정의(正義), 나 실수 없었어요,

나라를 위한 단심(丹心) 그 누가 알아주리.

時來天地皆同力 시래천지개동력

運去英雄不自謀 운거영웅불자모

愛民正義我無失 애민정의아무실

爲國丹心誰有知 위국단심수유지

(이이화, 전봉준 혁명의 기록, 생각정원, 2014,

신순철· 이진영 지음, 실록 동학농민혁명사, 서경문화사, 1998)

전봉준이 죽고 나서 그를 추모하는 ‘파랑새 노래’가 전국에 퍼졌다.

지금도 우리는 이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은 새야

녹두꽃이 떨어지면

부지깽이 매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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