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천연 염색' 美 수출과 전남 귀농 쪽빛으로 물들이다
'보성 천연 염색' 美 수출과 전남 귀농 쪽빛으로 물들이다
  • 이배순 기자
  • 승인 2021.11.1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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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연염색 '숨' 업계 최초 미국 진출
원피스·스카프·베개 등 20여종 생산
전남지역 귀농·귀촌에도 날개

전남 보성 쪽빛이 패션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했다. 설립한지 6년만에 업계 최초 고유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천연염색 '숨'이 대표 심향란 (5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천연 염색은 식물만을 사용해 친환경 염색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연 염색은 식물만을 사용해 친환경 염색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연 염색 기술은 과정이 복잡해 시장 개척이 쉽지만 않지만 미국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낸 것은 다름아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천연염색 제품 생산-유통-판매를 일괄하는 강소 기업이라는 점에서다.

보성군 복내면에 위치한 숨은 국내 순수 기술로 만든 쪽빛 염색으로 세계적 의류 수입 유통업체인 '굿모닝 엔터프라이즈' 회사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의류 유통 판매에 특화된 기업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그룹이다. 계약규모는 1차적으로 1만불 정도를 맺었다. 

수출품목은 자체 개발한 원피스, 스카프, 베개 등 20종 300여점에 달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우리 전통 염색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연 염색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오롯이 배어 있다. 천연 염색재료는 식물의 잎이나 꽃등에서 색소를 추출한다. 그것을 '쪽'이라 한다.
전통 '쪽'은 미나릿과 풀을 따다가 푸른색을 추출한다. 6, 7월 씨를 파종하고 수확해 발효 시켜 얻은 염색물을 '쪽물'이라 한다.

발효된 쪽물을 염료에 섞어 고유한 색을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어렵다. 염료는 숯에서 얻기도 하고 감물과 녹차, 철을 섞어 검정색을 만들기도 한다. 홍화꽃을 섞어 고운 핑크색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노란색은 양파 껍질을, 동물성 벌레인 애벌레를 사용해 코친색을 만들어내는 색의 종합 기술이다.

'쪽'은 순전히 우리민족의 고유색이다. '쪽빛 바다, 쪽빛 하늘'이 탄생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따라서 천연 염색은 정성을 다한 우리식 발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천연염색 베개등 20여점 300종의 전통 천연 제품이 미국 소비자를 찾아간다.
천연염색 베개등 20여점 300종의 전통 천연 제품이 미국 소비자를 찾아간다.

천연염색은 미국에 진출한 것도 중요하지만 전남으로 오는 귀농인 정착도 한 몫하고 있다. 심 대표는 서 전남 귀농인들에게 천연 염색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보성 천연염색은 전남 살아보기 염색 특화 사업으로 지정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는 지난 2019년부터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뜻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그런맥락에서 보성의 천연염색은 귀농 1번지 전남과 미국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숨'에서는 매년 쪽빛 가을 패션쇼가 열린다. 올해는 미국 진출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퍼포먼스로 전통 혼례와 작은 음악회로 꾸며졌다. 사모관대를 착용한 신랑과 색동저고리를 입은 신부의 맞절로 시작된 전통 혼례식은 놋쇠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배례 의식으로 진행돼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짐으로써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깅 충분했다. 

특히 천연염색은 오늘날 화두로 등장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환경·사회·지배구조)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친환경이다. 그런 면에서 천연 염색의 큰 장점인 친환경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화학 염료의 부작용이 부각 되면서 그 가치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천연염색은 한류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을 가치가 충분하다.

그런 시대적 흐림에 맞춰 한국 천연 염색 숨은 전통적 바탕 위에 향토색 짙은 '쪽'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평가 받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농촌 융복합산업인 사업자인증과 한국 관광공사의 품질인증 등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전통한옥을 알리는데도 앞장 서면서 숨은 전남에서 살아보기의 특색 있는 사업형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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