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는 '성큼'…전남 농가 근심은 ‘한가득’
한가위는 '성큼'…전남 농가 근심은 ‘한가득’
  • 송주리 기자
  • 승인 2021.09.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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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배 올초 저온현상에 가을장마로 병충해 잇따르고 소비마저 둔화
장성 사과 탄저병 등 생산량 60% 감소…고흥 벼 발병에 농가 한숨만

“더도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데…. 작황도, 기후도 안좋아 풍성한 한가위는 어려워요. 병충해에 판매도, 가격도 시원찮은데 태풍까지 온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

올해 전남 벼 재배면적은 15만5435㏊로, 1년 전(15만6230㏊)보다 0.5%(-795㏊) 감소했다.
올해 전남 벼 재배면적은 15만5435㏊로, 1년 전(15만6230㏊)보다 0.5%(-795㏊) 감소했다.

나주에서 1만㎡(3000평) 규모의 배농사를 짓는 이일수씨는 배를 감싼 종이를 제거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이씨가 기대했던 만큼 열매가 크지 않아서다. 이씨가 열어본 배 10개 중 6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품’ 이었다. 지난 4월께 꽃이 펴야 할 시기 저온현상으로 열매에 흑성병이 퍼진데다, 가을장마로 땅도 습해 열매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탓이 컸다. 추석 대목인 요즘 선물용 나주배 수확에 정신없이 바쁜데도, 상품성이 없는 배가 많아 속상하기만 하다.

이씨는 “6개월 간 공들여 키웠는데 상당수가 상품성이 좋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 절반 이상은 정상적인 열매가 나와줘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풍성한 한가위를 앞둔 농민들 얼굴에 근심이 한 가득이다. 올 초 저온 현상과 길어진 가을장마로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에 병충해 피해가 잇따르는데다, 소비 둔화로 판매 가격도 기대보다 못해서다. 한창 수확을 앞둔 시기, 올라오는 태풍 소식도 불안함을 키우고 있다.

14일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나주배의 예상 생산량은 4만 2000t. 하지만 전체 생산량의 10%는 병해충에 걸려 상품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의 경우 표면에 검은색 얼룩무늬가 생기는 병충해인 흑성병에 걸린 게 적지 않다. 심하면 열매가 썩거나 잎이 지는데 보통 착과(着果)가 되는 4월 말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을 때 발생한다.

올해는 4월께 저온현상으로 흑성병이 유행하면서 상당수 배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심한 곳은 전체 열매의 15%가 흑성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농업기술센터측은 파악하고 있다.

가을장마도 농가 속을 태웠다. 지난 8월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진 가을장마는 필요한 작물의 성장을 더디게 했다. 땅이 물기를 가득 머금으면서 영양분이 열매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는 게 기술센터측 설명이다. 이씨는 “얼굴(배 표면)에 이리저리 상처가 난 것들 뿐”이라며 “작황도 좋지 않은데 가격도 예년만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최근 공판장에서 거래되는 나주배는 7.5㎏ 기준 3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4~5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씨 설명이다.

나주배만 그런 게 아니다. 사과 재배농가도 편치않다. 전남의 사과 주산지인 장성 지역 재배 농가는 늦여름과 추석을 앞두고 출하하는 홍노 사과에 발생한 탄저병 피해로 힘들어하고 있다.

홍노사과는 장성지역 사과 전체 생산량 2600t 중 130t 을 차지한다. 생산량이 많은 품종은 아니지만 추석 전후로 수확, 판매하는데 10% 가량에서 탄저병이 발생해 손해를 볼 처지다.

장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이기만씨는 “올해도 탄저병으로 피해를 입은 홍노사과 재배 농가들이 생겼다”면서 “봄철 서리 피해까지 입어 장성지역 전체 사과 생산량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나마 농민들은 명절을 앞둔 사과값 하락세가 없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부 벼재배 농민들도 병충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고흥은 전남에서 벼 재배 면적이 네 번째로 많은 지역이지만 올해 세균성 배알마름병과 해시노니병, 목도열병이 나돌면서 피해를 입었다.

배알마름병은 벼 이삭에 벼가 제대로 차지 않은 병충해로, 벼 잎과 줄기에 반점이 생긴다. 벼 생장에 큰 영향을 주는 해시노니병과 함께 치명적인 병충해다. 여기에 올해 길게 이어진 가을장마, 수확을 앞두고 지속된 흐린 날씨 등으로 제대로 양분을 얻지 못한 벼 이삭의 목이 꺾이는 목도열병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농업기술원측 설명이다.

고흥군 파지면에서 20만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중권(60)씨는 “농사는 날씨가 중요한데, 8월부터 시작된 가을장마로 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15일부터 남부지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14호) 찬투 북상 소식도 불안하다. 김씨는 “오는 10월까지 햇볕이 잘 들어야 수확에 도움이 되는데 이 시기에 태풍이 온다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면서 “별탈없이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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