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04조...내년 대선 2030 겨냥 '선심성' 예산 커
내년 604조...내년 대선 2030 겨냥 '선심성' 예산 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8.31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재정부 31일 발표 ‘2022년 예산’ 분야별 편성안
복지예산 200조 시대...노인 일자리 '단기 알바' 대부분
내년 5월 새정부 체제 文의 한국판 뉴딜 정책 지속 '관건'
‘지방소멸대응 '양여금’ 신설 vs 원자력 발전 지원 공란

정부가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전년 본예산 대비 증가율은 8.3%(46조4000억원)다.

2022년도 기획재정부 예산안 연령대별 주요사업

문재인 정부가 경기 회복은 더디고 나라 곳간은 구멍 난 지 오래지만, 정부는 현금 지원 사업을 잔뜩 늘리면서 내년 예산을 학장 재정 기조의 ‘수퍼예산’으로 짠 셈이다.

내년 예산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전 정부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씀씀이가 늘어났다. 내년 처음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지출이 200조원을 넘어선다. 내년 전체 예산 604조원의 3분의 1이 넘는다.

노인 일자리도 최저임금을 받는 ‘단기 알바’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등 돌린 2030세대를 다잡기 위한 대책이 주를 이뤘다.
총 내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220조원을 쏟아 붓는 문재인 정부 정책인 한국판 뉴딜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2년도 기획재정부 예산안 연령대별 주요사업
2022년도 기획재정부 분야별 예산 편성안

2022년 분야별로 배분된 예산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복지=청년 예산 23조5000억...‘이대남’ 표심 잡기
정부가 짠 본예산 가운데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예산은 216조7000억원으로 사상 첫 200조원을 넘어섰다. 내년 604조원인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 넘는다. 16년 전인 2006년 총 예산(221조4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그중 내년 청년 대책 예산은 23조5000억원이다. 올해 20조2000억원에서 3조원 넘게 늘었다. 20만원 월세 특별 지원,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신설, 국가 장학금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대 1000만원(장병 750만원+정부 250만원) 군 장병 사회복귀준비금, 장병 봉급과 급식 단가 인상, 장병내일준비적금 1%포인트 추가 금리 등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예산도 더해졌다.
지난 4월 재ㆍ보궐 선거에서 20~30대의 화난 여론을 확인한 정부는 부랴부랴 청년 예산을 추가했다는 평가다.
쓴 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월세 20만원 등 금액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당장 효과가 드러나진 않더라도 청년이 취업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근본적으로 다지는 정책에 더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지급 인원도 올해 598만 명에서 내년 628만 명으로 확대된다. 올해 1000억원인 학대ㆍ보호종료ㆍ입양 아동에 대한 지원액은 내년 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 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일정 비용을 지원하는 상병 수당 제도가 내년 시범 사업(263만 명 대상)으로 실시된다.

◆일자리=공공 일자리 105만개, 노인 알바가 80%
올해 30조1000억원이던 일자리 사업 규모는 내년 31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단기 알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년 새로 생길 공공 일자리 105만 개 가운데 84만5000개가 이런 노인 일자리다. 저소득층 자활 근로(6만6000명), 장애인 일자리(2만7000개),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2만7000개), 새일센터 여성 인턴(8000명) 등 성격도 다를 게 없다.

정부는 취업 취약계층 고용 장려금 신설, 직무 전환 등으로 106만 명 민간 취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고려하면 목표가 아닌 희망에 가깝다.

실업자가 급증해 구멍 난 고용보험기금에 내년 2조6000억원 재정이 투입된다. 코로나19 위기에도 해고를 하지 않은 기업에 지원되던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올해 1조4000억원에서 내년 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내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ㆍ여행ㆍ관광 등 업계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실업 위기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규제를 풀어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예산을 더 투자해야 할 텐데 노인 등 단기 재정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저출산=영아수당 신설…지방소멸대응 예산도
최악으로 내려앉은 출생률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내년 출생ㆍ육아 관련 현금 지원을 늘렸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동용품을 살 수 있는 200만원어치 바우처(첫 만남 이용권)를 준다. 0~1세를 대상으로 월 30만원씩 주는 영아수당도 신설된다. 영아수당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50만원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현재 7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올라간다. 임산부에 지급하는 바우처 금액은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나고, 청소년 산모에겐 120만원을 더 얹어준다. 600억원을 들여 내년 국공립 어린이집 550개도 더 짓는다.

정부가 저출산 관련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인구 감소 시계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정부 예산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됐다.

내년 ‘지방소멸대응 특별양여금’이 신설된다. 인구가 줄어 재정 위기를 겪을 지방에 10년간 해마다 1조원씩 지원하는 내용이다. 인구 감소 지역 재도약 예산은 올해 2조4000억원에서 내년 2조6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인구가 급감하는 지역에 청년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생활 기반 시설 등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백신=올해 백신 구매 실패 ‘뭇매’, 내년 10배 늘려
정부는 올해 3500억원에 불과했던 백신 구매ㆍ접종 예산을 내년 3조53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려 잡았다. 백신 확보의 중요성을 오판하고 올해 구입 예산을 사실상 0원(본예산 기준)으로 책정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데 따른 ‘학습 효과’다. 정부는 올해 남은 8000만 회분에 내년 9000만 회분(국산 1000만 회분 포함)을 추가로 사들여 총 1억7000만 회분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국민이 2번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병상 확보 등 방역 지원 예산도 올해 160억원에서 내년 1조54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환경, 연구ㆍ개발(R&D)=새 정부 체제…文의 한국판 뉴딜에 수십조
내년 3월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도 탄소 중립, 한국판 뉴딜 등 문재인 정부 색깔이 분명한 정책에 예산이 대규모로 배정됐다.

탄소 중립 관련 예산은 올해 7조3000억원에서 내년 11조9000억원으로 63% 급증했다.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늘리고(1조9200억원), 전기차ㆍ수소차 같은 친환경 차량을 보급(2조8000억원)하는 데 투자가 집중된다. 철강ㆍ시멘트ㆍ정유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시설에 온실가스 저감 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예산이 투입된다. 탄소 중립 사업을 지원할 기후대응기금도 내년 신설된다.

하지만 내년 탄소 중립 예산에 원자력 발전 지원은 공란이다.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 실행이 어렵다는 학계 비판에도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중이다.

내년 33조7000억원 예산이 한국판 뉴딜 2.0 사업에 투자된다. 지난해와 올해 32조5000억원을 들여 추진한 한국판 뉴딜의 다음 버전이다. 메타버스 육성 등 디지털 뉴딜에 9조3000억원, 탄소 중립 기반 구축 등 그린 뉴딜에 13조3000억원, 청년 정책 지원과 격차 해소 등 휴먼 뉴딜에 11조1000억원 예산을 내년 각각 투입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민간 투자를 더해 총 220조원을 한국판 뉴딜에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내년 3월 대선이 있다. 5월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문재인 정부판 정책인 한국판 뉴딜이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로ㆍ건설=GTX 본궤도, 공적 임대 21만 호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3.8% 증가한 27조5000억원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는 GTX 설계ㆍ공사ㆍ보상비로 6400억원을 투자한다. 다사~왜관 등 구간의 광역도로와 대구권 등 광역철도를 건설하는 데 1300억원을 투입한다.
또 내년 공적 임대 주택 21만 호 공급에 22조9000억원 예산이 쓰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