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의 나라
탄허 스님의 나라
  • 문틈 시인
  • 승인 2021.08.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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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은 찾아뵐 때마다 인생에 대한 지혜의 말씀을 들려주셨는데 내게는 모든 말씀이 어둠 속의 등불처럼 무명을 비추어 주었다. “모든 것은 생길 때가 있으면 반드시 없어질 때가 있다오. 시렁 위에 있는 밥그릇도 생겨났으면 언젠가는 깨질 때가 있는 법이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의 법칙을 스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셨다.

말씀이 곧 법 같았다. 태양조차도 50억년 후에는 사멸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이고 보면 성주괴멸(成住壞滅)은 우주의 법칙이나 다름없다. 삼라만상은 생겼다가 멸하는 법칙을 따른다. 불멸을 꿈꾸는 인간도 그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우주의 원리라는 것이다. 탄허 스님과 함께 있으면 생사고락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 있는 것만 같았다.

대학승 탄허 스님은 세상 문리에 통달한 분이셔서 시쳇말로 모르는 것이 없는 스님이었다. 대우주의 작동 원리를 꿰뚫어본 초월자처럼 보였다. 나는 자주 탄허 스님이 설하는 그 다른 나라에 가서 위로를 받곤 하였다.

어느 해 여름 서울 모 대학의 학장이라는 분이 탄허 스님을 찾아와 한동안 유한 일이 있었다.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학교수는 탄허 스님의 절에 객으로 있으면서 날마다 탄허 스님께 캐물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내가 머리가 아파 대답을 못한다고 할 때까지.” 탄허 스님은 그렇게 응대하고 그 교수의 질문을 받았다.

교수는 날마다 인생, 자연, 우주 등 모든 궁극의 질문들을 퍼부었다. 탄허 스님은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어느 날 교수는 가르침에 감사를 표하고 절을 떠났다. “보름 동안 온갖 질문을 퍼붓더니 짐 싸가지고 갔어요. 머리가 좀 괜찮은 사람 같더라고.” 이것은 탄허 스님이 직접 들려준 일화다.

나는 탄허 스님을 뵐 때마다 이런저런 질문을 했으나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는 통에 탄허 스님으로부터 타박을 받기 일쑤였다. 무엇을 알아야 질문을 하지 모른 채로 질문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탄허 스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을 보석처럼 머리 속에 담아두었다.

“음의 36년이 거하고 양의 36년이 지났으니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를 비출 날만 있을 거요.” 언젠가 내가 나라 걱정을 하니까 탄허 스님이 나를 달래 주시려는지 그렇게 말씀하셨다. 일제시대를 지내고 그만큼의 고된 세월을 보냈으니 한국에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짚어보건대 기울어진 지축 23.5도가 회복되면 일본은 3분의 2가 물에 가라앉고 우리나라는 서해쪽으로 육지가 새로 떠올라 국토가 3분의 2가 늘어날 거요.” 나는 탄허 스님의 말씀에 기운을 얻었다.

지구과학의 견지에서 보면 지구는 여러 판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 판이 움직인다. 사하라 사막이 북쪽으로 1년에 몇 센터미터씩 움직이는데 그래서 히말라야가 높이 솟아올랐고 지금도 솟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지구과학에 비추어도, 역학에 비추어도 먼 훗날의 예견에 값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탄허 스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특히 나라 걱정으로 우울한 내게 이 나라의 미래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씀에서 빛을 보고 희망을 찾곤 하였다. 탄허 스님이 열반에 드신 지 벌써 몇 십년이 지났다. 탄허 스님 말씀대로 한국은 세계를 비추는 등불이 되었다. 세계의 큰 나라가 된 것이다.

서해로 땅이 솟아올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기운이 세계로 뻗쳐 큰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탄허 스님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오늘 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땅이 되었다. 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민족을 가진 나라라는 말이다. 지구촌 방방곡곡 그 어딘가에서 한민족은 해를 보고 있다.

한류라는 말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문화건, 식품이건, 전자제품이건 한국제라고 하면 지구촌 사람들이 엄지척한다. 극동의 작은 나라는 세계를 비추는 등대처럼 우뚝 솟아 지구촌을 밝히고 있다. 서해에서 솟아오를 땅보다 더 큰 땅을 한국은 가지고 있다.

이런 천지개벽이 일어났는데도 정작 한국 사람은 한국을 잘 모른다. 큰 나라가 되었는데도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좁은 국내에서 날마다 찧고 까불고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느라 날이 샌다.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은 대선승이 불어넣어 준 기운을 받아 큰 나라의 시민이 되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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