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책 토론회에 섣불리 나서지 못한가. 왜?
윤석열, 정책 토론회에 섣불리 나서지 못한가. 왜?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8.16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후보 토론회 대신 정견발표회”로 선회
李,'녹취 논란'수세 vs 尹,"국민의힘부터 공정 상식 무장"
​​​​​​​尹,불참 가능성은 李 대표 불신·집중포화 때문

국민의힘 내 갈등이 커지고 있는 속에 이준석 대표가 “18일로 예정된 대선후보 토론회 대신 정견발표회를 하자”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

이 대표의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들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공정 경선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대표는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며 “경준위 관련 혼란의 핵심은 이 대표가 공정한 선관위를 구성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불협화음 가운데 이준석 대표의 녹취록 논란이 일면서 윤 전 총장은 정책 토론회에 이어 정견 발표회 불참 명분이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 대표와 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 통화 녹취에 대한 사실여부를 떠나 이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공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여옥 전 의원은 블로그에서 "이 대표가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해도 넘어갈 일이 절대 아니다"라며 "어디서 이렇게 더럽게 정치를 배웠나. 절대 배워서는 안 될 것만 골라서 배웠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15일 "녹취록은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같은 공방은 이 대표가 이달 중으로 진행하려 했던 정책 토론회에 윤 전 총장으로 하여금 불참 명분을 준 것은 물론 실제 불참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 저런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윤 전 총장은 왜 토론회 건. 발표회건 참석을 마득찮아 할까.
첫째는 李 대표에 대한 불신이 큰 데다 리더십과 동력이 그만큼 퇴색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경준위의 역할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경준위는 룰 세팅 등과 관련해 입안할 수만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경준위가 전면에 나서 '참석하라, 마라'고 하는 상황을 놓고 이 대표의 의중이 과하게 실린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오세훈 시장의, 이른바 ‘오세훈 등판론’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당 내부는 물론 외곽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당내 갈등 속에 윤 전 총장은 광복절날 효창공원의 백범김구묘역 등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론회든 발표회든 선거 규정과 원칙에 따른 것이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이 대표를 에둘러 표현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정책 토론회건 정견 발표회건, 선거 규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참하겠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된다.
윤 전 총장측은 본 경선이 1일 시작되면 9월 10일에는 토론회를 시작할 텐데, 경준위가 무리해서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토론회가 열릴 경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총장으로서는 집중포화를 당할 수 있다.
당연히 윤 전 총장은 토론회의 실효성 자체를 우선적으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는 13명이나 된다.
특히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2~4%대에 이름을 올린 홍준표나 유승민 대선 후보들은 잔뜩 벼르고 있다.

물론 토론회 진행방식과 발언기회. 주도권 싸움 등을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몇 개월도 채 안된 윤석열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난번 대선후보로 나와 문재인 당시 후보와 토론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유승민과 홍준표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겠지만 당 내부 경쟁의 특성상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에선 집중포화를 맞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은 벌써 "토론회 때 보자"며 공세의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대표와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윤 총장 입장에서는 아무리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더라도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을 건 뻔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