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너무 한다
물가가 너무 한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1.07.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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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서 몇 가지 안 집어든 것 같은데 계산대에서 10만원이 넘게 찍혀 나온다.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로 작년 6월(104.87)에 비해 2.4포인트 올랐다. 2분기(4∼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2년 1분기(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의 물가를 100으로 보고 가격 변화 추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실제 생활물가지수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생필품, 공산품, 서비스 등 460개 품목을 선정해서 물가 통계를 잡는다.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에 우리에게 급한 것은 생필품이다. 엊그제 마른 오징어를 샀더니 아주 작은 오징어 5마리를 포장해 25,000원. 눈이 휘둥그레진다. 물가가 오르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수급 불균형, 인건비, 유통비, 인플레…. 어쨌든 현재 물가는 너무 올라서 가계에 깊은 주름살이 질 정도다.

마트에 갈 때마다 물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장바구니를 밀고 다니면서 집어들었다 도로 꺼내 그 자리에 놓는 일을 반복한다. 모르긴 하지만 물가가 오르기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 뛰는 것은 아파트값의 폭등도 영향이 있을 듯하다. 자고 나면 몇 천만원씩 오르니 물가라고 안 따라 오르겠는가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듣자니 이제 7000원 이하 식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 한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지원금을 또 뿌릴 계획이다. 누군들 공돈을 준다하는데 싫다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여파는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 전에 1인당 10만원씩 카드에 충전해주고 지역에 한정해서 쓰도록 하자 바로 몇몇 물가가 올랐다. ‘공돈이 생겼는데 이 참에 더 내고 사먹어라’라고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사실 지원금이 아니라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돈이 홍수처럼 넘쳐나니 물가인들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있을 순 없는 일. 아파트값이 폭등하니 주택 관련 세금도 오르지, 무엇 하나 안 오른 것이 없다. 이제 택시비, 교통비도 오를 것이다. 심지어 보나마나 하는 (나는 아예 tv가 없지만) 텔레비전 시청료도 오를 참이다.

돈이 들어오는 구멍은 뻔한데 나갈 구멍이 더 많아지고 커지면 가계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서민 경제는 시름이 가득한데 정치꾼들은 내년 대목을 보려고 뭣이 어쩌고저쩌고 표 얻을 궁리로 한창이다. 정치의 요체는 다른 것이 없다. 백성들이 편안하게 먹고 살게 하면 된다. 정치라고 쓰고 경제로 읽는 것이 정치다. 경제가 중하다는 말이다.

내가 볼 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고비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당대는 물론 후세대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한데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미래 이야기보다는 과거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밉상이다. 지금으로서는 미래 전망이 꽉 막힌 상태다. 코로나, 부동산, 자영업…뭐 하나 좋아질 건덕지가 안보인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해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중국은 포장마차에서도 디지털로 처리한다. 디지털 경제가 생활 전반에 작동한다. 중국 전체가 디지털 월드다. 불과 지난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중국이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동안 대체 우리는 뭐하고 있었나.

적폐청산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과거를 능지처참 하느라 뒤집고 파헤치고 정신이 없었다. 과거 청산도 좋지만 지금 세계가 앞을 보고 죽어라 달리는 마당에 뒤로 고개를 돌리고 해찰하다가 뒤처지고 말았다. 디지털로 앞서 가야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물가 오름세는 서민 생활에 큰 타격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다. 남미에서는 우유값이 50원 올랐다고 대폭동이 일어난다. 우리 국민은 참 말 잘 듣는 백성이다. 마스크 쓰라 하면 마스크 쓰고, 백신 맞으라 하면 군말 없이 맞고.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백성 가지고 정치를 못하면 말이 안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라가 걱정된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일개 국민이 나라 잘 되라고 정한수라도 떠놓고 빌고 싶은 마음이다. 물가가 이렇게 마구 올라서야 편히 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 미래로 가야 한다. 그래야 물가도 안정이 되고 살림살이가 편해진다. 이 나라의 모든 굴뚝에서 희망을 내뿜어야 한다.

지난 6월 물가 상승은 겁을 준다. 달걀(54.9%)과 마늘(48.7%), 고춧가루(35%), 참외(14.1%), 쌀(13.7%). 안 오른 것이 없을 정도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깊은 산 속에서 ‘자연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부러울 정도다. 부동산을 못 잡는 정부지만 물가는 잡아달라. 이것이 무지렁이 백성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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