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행정이 고흥 간척지 염해(鹽害) 피해 불렀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고흥 간척지 염해(鹽害) 피해 불렀다
  • 박선준 시민논객
  • 승인 2021.07.28 14: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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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준 시민논객/전남도의원(고흥)
박선준 시민논객/전남도의원(고흥)

옛부터 바다와 연안을 막아 농경지로 만드는 간척지 공사를 수도 없이 펼쳐왔다.  먼 고려시대부터 시작했던 간척지 공사는 전남지역에서 유독 많았었다.
한국인의 주식(主食)인 쌀 등에 대한 자급자족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바다를 막은 간척지에서 쌀을 수확하는 것은 대단한 역사요, 어찌보면 진기한 장면이었다.
간척지로 만든 평야가 어찌나 넓던지 한참을 바라봐야 끝이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1980년대 들어서까지 그러한 간척사업이 이어져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뭔가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하나는 잃게 된다는 자연의 현상처럼 쌀 대신 수산자원은 그만큼 없어질 수밖에 없다.
짱뚱어, 낙지 등 갯벌에서 나는 수산물의 가치가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점차 대규모 간척사업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바다를 막아 농경지로 만든 간척지인 고흥만과 해창만에서 올해 '염해 현상'이 나타났다는 대목이다. 간척지 농토 속에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따위의 염류가 일정 정도 이상 함유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얘기다. 

고흥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 5월 중순경부터 간척지 일대의 염분 농도를 측정한 결과 벼가 자랄 수 있는 한계 농도인 0.3%를 훨씬 웃돌았고, 심한 곳은 최고 0.46%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염해 피해를 입은 농지의 면적도 어림잡아 80ha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농민들이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봤자 수확을 할 수 없게 된 사실을 알고는 급기야 트랙터로 논밭을 갈아엎기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찌는듯한 폭염에 애써 심어놓은 모를 뒤엎는 심정이다 보니 농민들의 가슴은 가마솥 더위 처럼 타들어 가듯 아려오기만 한다.

그렇다면 염해가 발생한 원인이 뭘까. 원인을 알아야 처방을 내리고 대책을 세울 게 아닌가.
농민들은 이렇게 꼬집는다.
방조제의 배수관문 노후화로 바닷물이 유입돼 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이런 염해 피해를 우려해 여러 차례 의견을 제시했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못 한 채 차일피일 미뤄온 행정당국의 처사를 꼬집은 셈이다.

이러한 늑장 대처에 농민들의 불만이 터지자 고흥군은 뒤늦게야 비로소 배수관문 교체 공사에 나섰다. 피해 농가에게는 단순히 재이앙을 위한 육묘값 일부(한판 기준 3,000원 중 2,400원)만을 지원하는 땜질식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원인이 배수관문 노후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행정당국을 바라보면서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로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이다’.‘사후 약방문식 대처’라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뒤늦게 나마 전남도가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관계 부서에서 현장답사를 실시했다 하니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흥만과 해창만 일대의 간척 담수호 뿐만 아니라 전남도 전체의 노후화된 방조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보수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방조제 개⋅보수에서 끝나지 않고 방조제 개폐 시스템 구조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시스템상 사람의 실수에 의해 대량 해수가 유입돼도 이를 모른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필자가 간척 농경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더 나아가 도민의 삶의질 향상을 위해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담수호의 염분농도가 짙은 상태에서 담수호 물을 그대로 간척농경지에 사용함으로써 염해피해가 발생한 게 아닌지 과학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둘째, 간척 담수호의 염농도 값은 갈수기와 강우기에 따라 물관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술조사를 통해 한계염분농도 설정치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간척 담수호와 토양에 대한 체계적인 염해예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함으로써 모의 이앙시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민들에게 염해농도를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

이제 6차산업으로서 농업과 4차산업혁명시대의 농업이 공존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고답적인 농정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만든 간척 농경지를 과학적이고 쳬계적인 영농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 
염해피해에 대한 원인규명과 함께 뚜렷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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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태 2021-07-28 16:56:18
    식량주권을 위해 헌신 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귀중한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