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실종 김홍빈 대장, "꼭 살아 돌아오길"
히말라야 실종 김홍빈 대장, "꼭 살아 돌아오길"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7.2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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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세계 최초 14좌 완등 후 실종
브로드피크 7천m 위성신호 '깜박' 확인
사고 배경,“주마(완등기) 고장 나 또 추락”
"김 대장 찾자”…광주 산악인 히말라야로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김홍빈 대장 추락 사고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던 러시아 원정팀 /Death Zone Freeride 인스타그램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시각). 히말라야산맥 서쪽 끄트머리 파키스탄 카라코람산군의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7m) 정상에 한 산악인이 올라섰다.
마침내 히말라야 8000m급 14좌(座) 완등을 이뤄낸 이는 다름아닌 김홍빈(57) 대장이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더욱이 그는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기록이 오롯이 빛을 발하는 것은 ‘열 손가락이 없는’ 탓이다. 크램폰(아이젠)으로 설사면을 힘차게 찍으며 두 발로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느 누구도 해낼수 없는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 동상에 걸려 양손 손가락을 모두 잘라 내야 했다.
지금의 뭉퉁한 조막손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물론 용변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아 한동안 실의와 좌절에 빠져 방황도 했었다.

그런 그가 운명처럼 다시 산을 타기 시작한 것은 97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등정으로부터 시작된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빙벽과 설벽을 수직 이동하고, 스틱을 잡고, 로프를 당기고, 피켈을 찍는 과정은 손가락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초인적인 의지와 투혼으로 열 손가락이 없는 불편을 극복해 낸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대장은 필생의 위업인 14좌 완등 성공 소식이 알려진 것도 잠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상을 밟은 후 하산 과정에서 조난을 당해 실종됐다.
김 대장은 19일 새벽 하산 길에 크레바스에 빠져 중국 쪽 경사면으로 실족했고, 오전 5시 55분 위성전화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당시 김 대장은 광주시산악연맹 등에 “밤이 늦었다. 밤새 내내 낙담한 채로 있었다. 아주 춥다”고 위성전화를 했다. 

이에 인근에 있던 러시아 등반대가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고 오전 11시께 김 대장을 발견했다. 러시아 등반대는 김 대장이 손을 흔드는 것을 확인하고 고정 로프를 설치한 뒤 대원을 내려보내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김 대장이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능선으로 오르려고 하는 과정에서 다시 추락했다.

김 대장이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위성전화기의 위치는 중국쪽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인 직벽구간이며, 해발 7천m 지점으로 확인됐다.
다만 위성전화기와 김 대장이 함께 있는지 여부는 현지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다.

실종당시 김 대장이 추락한 지점이 어디냐가 중요한 관건이 됐고, 위성 신호가 감지되면서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구조작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덕스런 날씨다. 현지에서는 ‘화이트 아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광주시 사고수습 대책위원회(대책위)도 실종된 김홍빈 대장을 찾기 위해 수색과 행정업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동참할 조사관3명을 브로드피크 등정 경험이 있는 베테랑 산악인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현재 외교부를 통해 현지로 갈 수 있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은 뒤 오는 30일 이나 31일에 베이스캠프가 있는 콩고르디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외교부는 김 대장을 찾기 위해 파키스탄과 중국 당국에 수색 헬기 등 구조대 파견을 요청한 상황이나 날씨가 좋지 않아 이틀째 수색 및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정상 등반 직전 베이스캠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대장/광주산악회 

일부 언론매체는 김 대장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전문 산악인은 “김 대장은 로프에 매달려 의식은 있었으나 언어 장벽 때문인지 제대로 따라주지 못했다”며 “이후 구조 로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곧바로 추락해 가파른 중국쪽 사면 아래로 사라졌다. 이곳 사면에서 떨어지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14좌 정상에 오른 열 손가락 없는 김홍빈 대장
히말라야 14좌 정상에 오른 열 손가락 없는 김홍빈 대장/광주산악회

그럼에도 광주시민들이 이처럼 김 대장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는 없다”고 늘 말했던 하던 김 대장이었다는 점에서다.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그의 얘기가 미래 세대에게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 청소년들과 산행을 함께하며 ‘희망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젠 우리가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 할 차례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광주시산악연맹은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꾸려 수색과 구조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를 통해 파키스탄 대사관에 구조 항공기를 요청해 조만간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대사관에서도 구조 활동에 필요한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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