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光州인가’ 후진국형 참사에 조폭출신 5·18단체 회장 연루까지
‘이게 光州인가’ 후진국형 참사에 조폭출신 5·18단체 회장 연루까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6.17 11: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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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 ‘안타까움’·‘부끄러움’·‘창피함’에 울먹
5·18단체 전 회장. 철거업체 선정 과정 개입 '의혹'
​​​​​​​경찰, 관공서·시공사·조합장·정치권 등 상납고리 밝혀야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세월호 참사 때 국민들은 ‘이게 국가냐’고 했었다. 진도 앞 바다에서 배에 탔던 수 백명 학생이 차가운 물에 서서히 빠져드는 상황에서 그 선장은 자신만 살겠다고 빠져나오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보면서 말이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현상

국민들은 그런 아리디 아린 모습에 자괴감을 느꼈다.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한없이 슬퍼하고 울어야만 했었다.
그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뭣 하고 있었느냐는 회의감은 촛불 민심으로, 탄핵으로 이어졌고, 그래서 대한민국은 안전사고, 안전 문화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평화·인권을 내세운 광주에서, 아니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때마침 그 곁을 지나던 54번 버스를 덮쳤다. 사망자 9명을 포함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회적 약자로 살아온 애꿎은 서민들만 희생자가 됐으니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자고나면 속보로 터져 나오는 뉴스를 접하면서 광주시민들은 ‘안타까움’에, ‘부끄러움’에, 아니 ‘창피함’에 또 한번 몸을 떨어야 했다.

우선 철거 건물이 삽시간에 버스를 덮쳤을 때 버스 뒤쪽에 탔던 시민들은 하늘나라로 갔고, 상대적으로 운전석이 있는 앞쪽에 탔던 시민들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같은 버스를 탔지만 생사가 갈렸기 때문에 이들을 보내는 장례식장은 삽시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후진국형 인재’라는 사실 앞에서 광주시민들은 한없이 부끄러웠다. 철거 당시 공사 현장을 지켜야 했던 감리자는 없었다. 관할 광주 동구청에서 승인이 떨어진 해체계약서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철거업체는 시간과 인건비를 아끼고 돈을 버는 데 집착한 나머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막무가내로 건물을 부숴 버렸다.

인근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통행인과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있다는 사실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더욱이 철거건물 5층을 부수는데 어지간한 상식만 있었다면 철거 방향을 버스 정류장 쪽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무너지도록 했어야 했다.

동구 철거건물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사죄 인사 

문제는 철거 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재하도급을 준 게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윤리경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참사현장 바로 인근에 있는 남광주역 맞은편인 같은 학동3구역에서 재개발을 통해 분양에 나섬으로써 많은 이익을 챙긴데 이어 바로 주변인 학동4구역에 또 다시 재개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비단 학동뿐만 아니라 북구 운암동 주공3단지를 재개발하면서 같은 철거방식으로 건물을 부수다 적발돼 행정개선명령을 받았다.
더 나아가 현대산업개발은 광주시 서구 광천터미널 뒤편에 고층 건물을 지어 인기리에 분양을 한 상태다.

그렇다면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에 여러 곳의 건축물을 허가해 주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을 거쳤음에도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겠다.
특히 버스 정류장 이설 문제는 접수된 민원을 묵살한 관할 동구청에도 문제가 있지만 허가권자인 광주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는다.

이런 부끄러운 사실 앞에서 필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과거 경찰 출입을 했을 때 가깝게 지냈던 수사에 관한 한 베테랑이었던 선배다. 그날은 경찰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날이다.
그는 경찰이 광주시와 동구청 그리고 재개발현장 사무소등에 이어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동과 같은 참사가 일어난 배경에는 그럴 만한 상납고리가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수사하는 게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설업법 시행령에는 85% 이하로는 하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하도급 과정에서 재하도급 업체는 공사비를 낮게 받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사를 수주한다는 것이다. 다음 공사를 따내야 하고, 그만큼의 실적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면 계약이나 조건부 계약서를 치밀하게 만들어 놓기 때문에 경찰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상납 고리로 아파트 승인을 하는 관공서 고리. 시공사와 하도급 업자와의 고리. 정치권 및 권력과의 고리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업계의 구조적 비리인 시공사→하도급→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 만큼 그 돈의 차액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재개발 현장에서의 상납고리가 밝혀지지 않는 한, 그렇다고 수사기관도 아닌 언론사로서 취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자금 문제에 관한 한 시민모두가 관심 있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가 16일 밝힌 것처럼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원청(HDC현대산업개발), 하도급(한솔), 불법 재하도급(백솔) 계약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경찰이 앞서 주택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따지고 보면 지장물 철거 계약 당시 30억원짜리 가짜 계약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말하자면 불법 하도급이야 말로 다시 공사비 감축으로 이어져 날림 공사를 초래했다는 점에서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붉은 원 안)이 2018년 10월31일 광주 학동
재개발4구역 조합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 독자제공

실제로 학동 참사가 터지자 동구지역에서는 조폭과 일부 정치인과 경찰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났던 게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개발 현장의 씁쓰레한, 아니 창피한 사건이 하나씩 앙파껍질 벗겨지듯 속속 불거지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우선 조폭 출신인 문흥식 전 5·18관련단체 회장의 연루설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한축을 담당해온 5·18구속부상자회장이었던 그는 광주에서 건달 생활을 했고, 앞서 남광주역 맞은편 학동3재개발구역에도 관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번 건물 참사가 빚어진 학동4개발지구 조합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A씨를 적극 밀었다. 흔히 재개발 구역 조합장이 나서 원청업자나 시공사에 민원을 부탁하거나 철거업체를 끌어들이면 대부분 통과되는 게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비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문흥식씨가 얼마만큼 개입을 해 뒷돈이 오갔는지에 대한 사실여부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현대 민주화 상징인 5·18관련 회장이 이런 건설업계의 이권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문씨는 경찰 입건 하루 전인 지난 13일 미국 시카고로 출국했고, 현재 수사팀과 연락이 닿아 경찰에서 문씨의 귀국을 설득 중이다.

문 전 회장은 2019년 12월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에 선출하는 과정에서 조폭 출신이라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던 그가 광주사회에서 공인을 자처하면서 아내 명의로 회사를 차려 철거업체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형국이다.
불똥이 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급기야 사과에 나섰다. 공동사과문을 통해 “채찍을 달게 받겠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있을 수 없는 사고에 면목 없고 죄송하다'고 말한 이용섭 시장

이용섭 광주시장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있을 수 없는 사고에 면목 없고 죄송할 뿐"이라며 "소중한 시민들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너무나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해야 할 일은 막중하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이른바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사자성어를 얘기했다. 최근 발생한 핵심측근의 이권개입에다 민간공원에다 이번 학동참사로 7번째 압수수색을 당한 광주시가 언제까지 송구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인지 시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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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칠 2021-06-17 23:05:34
    21세기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참 안타까운 참사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피해을 입고 치료중인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참사입니다
    광주광역시와 사법 당국은 조합 결성에서부터 시행ㆍ시공사 선정ㆍ공사 하도급 업자 선정과 계약 과정에 조폭ㆍ정치인ㆍ경찰ㆍ공무원이 개입된 총체적 문제를 명확히 조사하여 밝혀 광주시민에게 알리고 재발 방지 법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