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이준석 새 사령탑 이후 한국 정치판은?
36세 이준석 새 사령탑 이후 한국 정치판은?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6.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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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정·공존·혁신’강조...세대교체 열망 투영
국민의힘 내부서 청년 목소리 커질 듯
송영길 대표와 구태ㆍ신진 대립 모습
文과 막내아들뻘간 영수회담…백팩 메고 靑등장 예고
​​​​​​​김종인 전 위원장 당 복귀도 관심사

36세 이준석이 제1야당의 새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정치권에 적잖은 변화와 충격이 예상된다.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안정을 추구해온 보수 야당에서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30대 청년을 선택한 것은 변화·쇄신에 대한 열망이 분출했다는 점에서다.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1일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저는 다양한 대선주자와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며 “고정관념 속에 하나의 표상을 만들고 그걸 강요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4선 중진인 나 후보, 영남에 뿌리를 둔 주호영 후보를 꺾고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그가 주장한 ‘공정’과 ‘공존’ ‘혁신’이라는 화두가 기성 정치의 변화, 정치권 세대교체를 원하는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의 당선으로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정권교체’의 열망은 실체가 한층 분명해졌다.

보수정당으로선 2016년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 이후 5년여 만에 당을 쇄신하고 재건할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586세대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이후에 가장 의미 있는 세대 변화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내세운 공정·공존·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어떤 모습으로 정치권에 투영되고 변화시킬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부터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당내 2030세대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 아울러 젊은층의 국민의힘 입당도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실제 이 대표가 지난 10여년간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청년 정치인의 관심을 끌어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청년 몫’이라는 할당제에 따라 할당량만큼의 목소리만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달랐다.
상당수 청년 정치인은 이 대표를 사실상 ‘대놓고’ 밀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청년의 기준’으로 삼아 왔던 ‘만 45세 미만’이란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였다.
이 대표에 비해 한 살 많았다. 청년의 기준을 폭넓게 잡다 보니 오히려 청년으로 보호받아야 할 2030세대가 ‘무늬만 청년’인 40대 청년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돌았다.

말하자면 지난해 제정된 청년기본법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의도의 시간’은 달랐다는 애기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만 45세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등장은 정치권의 청년 기준을 낮추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첫 연설회가 열린 광주에서 정견발표하는 이준석 대표

다음으로 제1야당 당수로서 모든 행보가 여의도 정치문법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당장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8) 대표의 카운터 파트가 된다.
두 사람은 22살 차이가 난다. 송 대표가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무렵 이 대표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추가경정예산, 상임위원회 법안 통과, 대선 과정의 신경전을 비롯한 모든 현안에서 충돌할 때마다 난처해지는 것은 바로 송 대표”가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송 대표와 이 대표가 기싸움 하는 장면이 국민들에게는 구태와 신진의 대립구도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대목에서다.

제1야당 대표자격으로 문재인(68)대통령을 만나는 영수회담의 풍경 또한 달라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씨 보다도 3살 어리다. 문 대통령이 막내아들뻘이 되는 이 대표와 무릎을 맞대고 정국을 논하는 장면이 현실화 된 셈이다.
한술 더 떠 이 대표가 평소 주로 메고 다니던 백팩을 문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두르는 모습을 연출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젊은 대표의 등장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당직 인선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의원 102명 모두가 이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국민의힘은 ‘사무총장은 3선 이상, 수석대변인은 재선 이상’ 등 당직 인선이 관행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0선 중진’ 대표의 등장으로 이 원칙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젊은 대표’를 모시기 싫어 상대적으로 고연령인 의원들이 당직을 맡지 않을 거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0선 대표의 등장으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진 것 까지는 좋은 일이지만 당장 당직 인선부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이 대표에게 결재를 받아야 할 국민의힘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잔잔했던 직장생활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기분”이라는 농담이 오간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서 청년의 기준이었던 ‘만 45세 미만’도 달라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이 대표와 국민의힘 밖에 있는 야권 대선 후보 간의 관계 설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범야권 대선 주자가 모두 한 울타리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대선 경선 버스’ 논쟁도 벌어졌다. 이 대표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경선 버스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고, 반면 경쟁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을 경선 버스에 태운 뒤에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유승민계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논쟁 속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노골적으로 특정 대선 후보를 편드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만 40세 규정 때문에 이번에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지만 차 차기 대선 때는 만 40세가 넘기 때문에 이 대표 스스로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려면 내년 대선 과정에서 어차피 ‘이기는 후보’를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윤석열 배제 연대’의 다른 한 축으로 지목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복귀도 관심사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윤석열 전 총장을 비토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런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상호 신뢰가 깊다.
이 대표는 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가 원한다면’이란 전제를 달고 “대선 때 김 전 위원장을 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이준석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의 당선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의 ‘경험’을 빌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정당은 후보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원하느냐가 당 복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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