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 광주·전남 정치도 ‘세대교체’ 바람 불까
이준석 돌풍, 광주·전남 정치도 ‘세대교체’ 바람 불까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6.0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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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정치 이제 그만'...대선때 '세대교체' 예고
민주당· 86세대도 기득권 버려야 승산
국민의힘. 호남 지지율 최고 20%대로

[시민의소리 =박병모 대기자] 85년생 이준석 돌풍이 거세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선경선을 1위로 통과했으니 2030세대가 들썩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광주 첫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세 번이나 총선에 도전했으나 금배지를 한번도 달지 못했던, 그야말로 ‘0선 의원’이다.
그런 그가 중진급 5선 의원을 제꼈으니 변화의 물결을 탈 수밖에 없겠다.
‘이준석 현상’,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언제까지 변할 성 싶지 않았던 보수당에서 젊음를 선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첫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았다. 지난달 30일이다.
과연 이준석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고, 젊은 세대들이 그처럼 열광하고 ‘꼰대정치는 이제 그만 물렀거라’고 온몸으로 노래하는 것일까.
특히 국민의힘 ‘불모지’라고 여기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과연 세대교체바람이 먹혀 들어갈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이날 당 대표 정견발표에서 4번째 순서로 연단에 오른 이준석 후보는 이렇게 운을 뗐다.
1985년생이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은 단 한 번도 광주사태였던 적이 없고, 폭도이었던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속에서 (5·18은) 가장 상징적이고 처절했던 시민들의 저항”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80년 광주에 대한 개인적인, 시대적인 죄책감을 뒤로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당원이 우리 당원의 0.8%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노력해야 한다”며 “그동안 왜 배척받았나. 비겁함 때문이었기에...이제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준석 돌풍의 원동력은 어디서 찾을까.
우선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째다. 그동안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해왔기에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노골적 안티 페미니즘 발언과 젠더 갈라치기로 인지도를 급속히 키웠던 게 사실이다.
그보다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치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밀어주겠다'는 민심이 반란을 일으켰다 할 수 있다.
정치에도 젊은 얼굴과 다른 문법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가 투영됐다는 얘기다.

이른바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셈이다. 젠더갈등과 취업,부동산,불공정 등으로 인한 사회적 좌절을 그대로 바라볼 수만 없다는 고민 끝에 앞서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20대의 55%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것이 그 방증이다.
1년 전 총선 때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이제 여야를 막론한 기득 정치권력에겐 날카로운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부러움과 시기에 찬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준석의 돌풍에 민주당과 정권 핵심인 86세대들은 ‘꼰대 정당’과 ‘꼰대 정치인’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 시절 이후 성장을 멈춘 채 이제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이제 이준석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은 생동감 넘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퇴행적 행태를 보이며 변화의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힘이 진보가 되고, 외려 민주당이 보수당이 되는 느낌이다”는 우스갯소리를 할까 싶다.
이렇게 가다간 정권이 넘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젊은피’로 정치에 뛰어든 뒤 민주당의 본류로 성장한 86세대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이준석 돌풍현상에 비춰볼 때 이젠 ‘꼰대 정치인’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이 변화와 혁신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다.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은 강성 친문 세력에 의해 국민들의 변화요구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4·7 재보선 패배 직후 초선 의원 5명이 “돌아선 국민 마음의 원인은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강성파들은 이들을 ‘초선 5적(敵)’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내 광주전남 초선의원들도 강경파들의 눈치만 보면서 ‘밥그릇’만 지키려 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광주·전남 정치지형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10%대 안팎에서 머물다 최고 20.7%까지 오른 적이 있다. 국민의힘으로의 입당이 가시화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도 한때 20%대까지 오른 것도 심상치 않는 기류다.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여론조사 업체마다 윤 전 총장과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으나 25%~30%대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내 경선 통과를 우려해 이해찬 전 총리를 좌장으로 경기도 출신 의원, 일부 문파들을 영입해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포럼’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당내 경선 통과를 위해 이 전 총리를 영입해 강성파들을 견제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2030세대나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얻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준석 현상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친문 강경파들로 캠프를 꾸릴 경우 본선에서 중도세력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이지 못할 것 같아서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현상은 대선에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광주전남의 정치지형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얘기다.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후 3개월 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세대교체’바람은 분명코 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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