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백신
효도 백신
  • 시민의소리
  • 승인 2021.05.20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 주민센터에서 어머니께 코로나 백신을 언제 맞으라는 통보가 왔다. 어째야 좋을지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으셨다. 일단 기다려 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백신을 맞고 몇 사람이 사망했다느니 하는 판에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만일 잘못되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한 달여가 지나 두 번째 기회. 이웃들을 탐문해보니 1백세가 넘은 분들도 맞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빈번한데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서는 감염 위험을 늘 안고 살아야 할 처지다.

지난 어버이날에 문재인 대통령은 부모님께 코로나 백신을 접종시켜드리는 것이 효도라며 접종을 적극 장려했다. 구십이 넘은 어머니께 백신을 맞춰드려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참에 그 말을 듣고 결단을 내렸다.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도, 몸이 불편하게 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통령의 말에 용단을 내린 것이다. 맞지 아니하고 날마다 불안에 떨며 지내기보다는 맞고 나서 찾아오는 자식들을 안심하고 반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들이 모두 찬성을 표했다.

어머니는 예약된 날짜에 막내와 함께 가서 백신을 접종했다. 그날 밤 막내아들이 어머니를 지켜드리려 어머니 집에서 잤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 백신 접종 작전은 가벼운 통증과 미열을 느끼고 진통제 알약을 하루 먹고 끝났다. 정말 효도를 한 느낌이다. 여러 날이 지나도 별다른 후유증 없이 지내고 계신다. 이 달 말에 2차 접종을 하기로 되어 있다.

아들인 나는 겁이 많고 기저병이 있어 코로나 백신을 맞을 차례가 다가오면 어떡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태다. 지난 해 독감 백신을 맞고 사흘 동안 미열에 시달린 일도 있어 솔직히 마음이 복잡한 상태다. 구십 넘은 어머니는 접종했는데 아들인 나는 혼란스럽다. 마치 목숨을 걸어야 할 일처럼 느껴진다.

지금 전국에는 수많은 부모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늙으신 부모님을 둔 자식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결정을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죽는 사람이 한해에 1천5백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코로나 백신은 훨씬 더 안전하다고 한다.

통계수치는 안전을 가리킨다지만 막상 자신의 경우를 대입하면 불안감이 있다. 기저병도 없고 건강했던 80대 모친이 코로나 백신을 맞고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는 어떤 아들의 호소도 있다. 방역당국은 의학적으로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

나는 그 인과관계란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 멀쩡한 부모님이 백신을 맞고 돌아가셨다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만일 그분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살아계실 것이다.

당국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병이 있는 사람일수록 코로나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오면 기저병이 있어서 사고가 났다고 한다. 나는 앞뒤가 맞지 않은 이 말에 어리둥절하다.

접종 후 사망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데 그 중 한 사람도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니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다. 접종 후 사망이 백신과 관련이 없다는 말에 얼른 수긍이 가지 않는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접종을 해야 하므로 섣불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가 없어 그러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면 코로나 백신의 후유증은 미리 알 수가 없으니 접종 후의 사고는 운에 달렸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사주팔자에 맡기고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접종자의 99.9퍼센트가 안전하다고 하다니 그 통계를 믿고 맞을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당국의 통계표에서는 접종 후 갑자기 사망한 비극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통계의 함정이다. 한 사람의 비극보다는 전체의 이익이 더 크므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맞아야 한다는 논리다.

얼마 전 광주에서 한 경찰관이 코로나 백신 접종 며칠 후 사망한 일이 있었다. 역시 백신과 인과 관계가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몇몇 나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아예 접종하지 않고, 미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의 방문을 미접종자로 취급한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백신 사고는 극히 드문 경우이고 절대 다수가 가벼운 후유증을 낳는 정도이니 맞아야 한다는 논리에 수긍은 하면서도 나는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아무렇지도 않다.” 늙으신 어머니도 맞았는데 나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