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운동, 이젠 국민 통합과 희망의 정치로 나아가야.
5·18 광주민주화 운동, 이젠 국민 통합과 희망의 정치로 나아가야.
  • 주종광 시민논객 / 법학ㆍ공학박사
  • 승인 2021.05.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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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그날, 불의(不義)를 만나면 분노하는 프레임 작동
5·18 유족회, 야당 두 정치인 초청에 행사 '의미' 더해
41주년 기념식 계기로 과거 답습 벗어나 화합의 세계로
주종광 시민논객/ 법학·공학박사

최근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사쿠데타에 맞서 항거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희생자 역시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41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과 너무나 닮은 부분이 많다. 미얀마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계기로 미완의 오월 그날의 담론을 생각해 본다.

한국인들은 의(義)를 숭상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고 살아왔다. 그 세월이 천년에 가깝다. 기나긴 세월의 질곡과 부침을 견뎌내면서 광주시민의 뿌리 깊은 관념 속에는 분명코 의(義)는 불의(不義)를 만나면 분노하는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오래된 생각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역사 속에서 발생한 사건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광주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불의에 분노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4.19혁명 때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불의에 분노했다. 일제 강점기 3.1만세운동, 항일독립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역시 불의에 분노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조선시대 말 동학혁명 역시 불의에 분노한 프레임이 작동했다고 하겠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침입이라는 불의에 맞서 의병이 나서 분연히 싸웠다.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일어나 함께 싸웠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거 참석한 여야 정치인 <br>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거 참석한 여야 정치인 

이처럼 한국인들, 특히 호남인들의 정신세계 기저(基底)에는 확실히 의병정신이 있고, 불의(不義)에 분노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던게 사실이다.
조일전쟁(임진왜란, 정유재란) 당시 조선 조정으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전장(戰場)을 지킨 이순신 제독에게 조선수군과 백성들은 무한한 신뢰와 존경심을 보였다.
더 나아가 조선수군 기지 주변으로 몰려든 백성들은 이순신 제독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이순신 제독에게 해전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왜군은 관백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을 받고 전라도를 불바다로 만들 전략을 수립한다.
전라도를 수호하는 전략요충지 중의 하나가 바로 진주성이다.
엄청난 왜군이 진주성으로 몰려가자 이순신 제독은 진주성으로 향하는 왜군의 수로 진입을 막기 위해 한산도에 조선수군 전진기지를 세운다.

왜군의 진격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진주성을 지키기 위해 전남 화순 땅에서 최경회 장군과 문홍헌 장군 등이 거병한 호남의병부대가 진주성으로 들어갔고, 1차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하였다. 이를 ‘진주대첩’이라 부른다.

그리고 2차 진주성 싸움에는 김천일 장군과 고경명 장군의 장자(長子) 고종우 등의 장수들이 나주에서 거병한 호남의병부대가 합세했다.
호남의병은 진주성을 지켰고, 진주성은 호남을 지킨 이 전투 역시 불의에 분노하는 의병프레임이 작동한 것이다.
호남의병들은 전장(戰場)인 진주성이 죽을 자리인줄 뻔히 알면서, 호남에서부터 걸어서, 걸어서 진주성까지 행군을 한 것이다.
오늘에 이르러 진주성이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요 성지가 된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진주성을 지킨 영ㆍ호남인들의 호국정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한국정치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문제를 이데올로기적 진영논리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시각만으로는 오늘날과 같은 정치환경에서 확장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좀 더 균형감각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겠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이나 진영논리 만으로는 해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거대 담론은 그래서 필요하다.

1970년대 중국은 마오쩌둥이 주도했던 문화대혁명으로 엄청난 전통문화와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었다.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후 중국의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마오쩌둥 사후인 1977년 다시 덩샤오핑이 등장하게 된다.
1979년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 주노서(抓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게 된다.
중국은 경제 개방정책을 시행한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 세계 제2위의 강대국이 되었다.

만약 중국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으로만 해법을 찾았다면 세계 제2위의 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올해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을 맞아 17일 치러진 추모제에는 보수정당 소속 두 정치인이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오월 영령들을 위로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8월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9일에 야당의 유력한 정치인이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그 속에 호남 표심을 얻으려고 ‘호남구애’가 포함돼 있다 할지라도 국민 통합 차원에서 진일보한 건 사실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망월 묘역을 찾아 비석 닦으며 화해의 손길을 보냈다.

언제나 마찬가지 였듯이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곤 했다. 아쉽게도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김부겸 총리가 행사에 참석했다,
여야 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대거 몰려왔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인 이낙연, 정세균을 비롯 이재명 지사도 참석해 방명록에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참석 하지 않았지만 그 뜻을 기리는 메시지를 남겼다.
몰론 일부 오월 단체가 볼쌍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특정 대선주자를 겨냥해 일부 정치인들의 이런 저런 말들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언행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 보면 소소한 일로 받아 넘길 수 있다. 여야 대표가 광주에서 주먹밥 회동을 하면서 5·18 정신을 헌법에 넣자고 했다. 5·18 유족회도 야당 의원들을 초청한 것을 보면 과거와는 한 차원 다른 명분있는 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필자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이나 진영논리를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해법이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잘못된 것을 진솔하게 사과할 수 있을 때 품격 있는 정치가 된다는 점에서다.

‘다름’과 ‘틀림’을 분명이 구분할 수 있는 정치가 돼야 국민 통합과 정치에 희망을 걸게 된다. 민주주의 현장에서 피 흘리고 희생된 분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거나, 이 날 행사에 참석한 두 정치인과 이들을 불러준 유족회 모두 정말로 용기 있는 대인(大人)들이다.

광주 5·18 정치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가? 국민통합과 희망의 정치가 보이는 순간이기에 그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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