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신생팀 연고지는 ‘광주’라야 한다
여자프로배구 신생팀 연고지는 ‘광주’라야 한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4.22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OVO, 20일 페퍼저축은행 창단 승인…7구단 체제
연고지. 성남·광주 ‘2파전’속 7월 발표
전갑수 광주배구협회장,팬층·​​​​​​​흥행·인프라 강조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겨울철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을 들라치면 뭐라 해도 여자프로배구를 꼽겠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배구연맹

남자 배구가 힘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꽂음으로써 시원스럽지만 약간 단순한 면이 있다면, 그래도 여자 배구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이 넘나들 때 ‘하나~ 둘’ 외치는 관중들의 합일된 응원 속에 강 스파이크가 터질 때면 관중들은 ‘와~와’ ‘멋져’라는 괴성을 지르고 만다. 자연스레 경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여자프로배구가 이런 팬심을 파고 들기라도 하듯 제 7구단 창단에 나섰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일 호주 자본을 바탕으로 한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자 이사회를 통해 남녀 13개 구단 단장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10년 만에 제7구단으로 나서게 됐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6번째 구단인 IBK기업은행이 2011년 8월 창단을 한 뒤 한국배구연맹에 가입하게 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물론 구단 창단에는 제2금융권에서는 제법 탄탄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자신의 기업을 홍보하고자 하는 전략과 목표가 맞아 떨어진 게 배경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25일 여자배구 제7구단을 만들겠다는 창단 의향서를 접수한데 이어 가입비와 특별발전기금으로 20억원을 냈다.

이제 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으로 새롭게 출발한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선수 확보와 연고지를 어느 도시로 선택하느냐에 있다.

KOVO측이 신생 프로구단 활성화를 위해 신생팀에게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 8장 및 팀별 보호선수 9인 외 1명씩 영입’특전을 주는 만큼 선수 스카우트 문제는 그런대로 윤곽이 드러날 게다.
지난 15일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끝났고, 오는 28일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열린다.
1순위 지명권이 있는 만큼 선수를 콕 집어 영입하면 된다.

게다가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명을 우선 지명할 수 있다. 그리고 내년엔 선수 1명 우선 지명권이 있어 조건만 맞으면 김연경과 같은 배구 ‘여제’를 영입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소속팀인 흥국생명에서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연경이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현재 전남 구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출가해 김연경의 출생지는 서울로 돼있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페퍼저축은행이 연고지를 어디로 정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KOVO측은 “구단이 검토할 사항이다. 성남시와 광주광역시 중 한 곳으로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KOVO측과 페퍼저축은행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 측이야 본사가 있는 성남시를 바라는 듯 싶다.
하지만 KOVO측과 기존 6개 구단은 “지방 연고지로 최소 1개 도시는 보통시가 아닌 광역시를 검토 해달라”는 입장이다.

2019년  여자프로배구 4개 팀 광주 초청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이용섭 시장과
전갑수 광주시배구협회장(우측서 3번째)

이런 광주-성남 ‘2파전’소식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있다. 전갑수 광주배구협회장 이자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이 바로 그다.

전 회장이 여자배구단 유치에 뛰어든 것은 2019년의 아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전력의 빅스톰 남자프로배구단 연고지를 광주로 유치하려다 실패했기에 그렇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전 배구단 전용체육관을 찾아 선수단과 면담을 갖고 한전 배구단 연고지 이전에 대한 지역민의 간절한 열망을 전달했음에도 말이다.
한전 김종갑 사장이 재임을 원했지만 광주·전남 지역 상생발전을 외면한 탓에 낙마하게 됐다는 소문이 나돈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런 한전 행태를 두고 전갑수 회장을 비롯 체육단체와 체육인들은 한전이 유치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몰려가 “147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여망을 헌신 짝 처럼 내버렸다”며 몇 일간 대규모 시위를 벌였었다.
당시 농성에 앞장섰던 전 회장은 삭발 대신 기필코 남녀 구분 없이 프로배구단을 꼭 유치하겠다는 일념으로 아픔을 달랬다.

여자프로배구 4개 팀 광주 초청경기에 하루 평균 2천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모습 

그래서 그해 9월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KGC인삼공사 4개 팀을 초청해 배구 저변 확대 및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열기도 대단해 경기가 열리는 빛고을체육관에는 사흘간 연인원 6천여명에 이르는 관중이 몰렸다. 하루 평균 2천명에 이르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셈이다.

전 회장은 이때 만난 KOVO측 임원및 언론인 등과 튼실하게 인연을 맺게 되면서 이 정도의 열기와 기반시설이면 여자프로배구 유치를 하겠다 싶어 뛰어들게 됐단다.
그래도 배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수그러들지 않아 지난해 12월에는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 공약으로 내건 지적장애인배구선수단을 자신의 회사에서 창단해 육성키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이렇듯 페퍼 구단 연고지를 광주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몇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페퍼저축은행과 광주시 로고

첫째, 배구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관심과 인프라 구축을 들 수 있다. 
앞서 얘기 했듯이 초청경기에 하루 2천여명의 관중이 몰린 것은 지역 내 170여개 클럽이 있는데다 3천500여명에 달하는 일반인, 선수 등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여자 배구 흥행은 경기 팬 확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보여준 사례다. 
또 2년 전 이맘때 한전 배구단 유치에 실패한 광주시는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을 배구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했다. 바로 옆 빛고을체육관도 훈련 등 보조구장으로는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둘째, 연고지 결정은 ‘이제 페퍼의 시간’이 됐지만 적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공공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혹여 페이퍼 저축은행이 당장의 이익만 따져 본사가 있는 성남시로 결정할 경우 기업의 미래가치는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을 아우르고 흥행의 나래를 펴려는 KOVO의 입장에서 볼 때 달갑지 않을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기존 6개 여자팀 중  김천의 한국도로공사와 충청의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4팀이 수도권에 있는 게 그 사례다. ‘한국프로배구가 서울·경기·충청 리그’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셋째는 성남시 외에 광주와 전주 등에 지점을 두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이 신생팀 연고지를 기폭제로 해서 시장 규모와 권역을 호남권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선수단의 피로도나 교통비 부담 등을 이유로 미래가치 보다는 과거에 안주해 연고지를 좀스럽게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무튼 연고지 결정은 배구 시즌이 시작되는 10월을 기준으로 3개월 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7월에 마무리 된다.

이제 광주는 과거 한전 배구단 유치에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자 배구유치에 한마음으로 나선 만큼 정치권과 체육인, 그리고 광주시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코로나19로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할 그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