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재보선 참패 끝 87년 ‘4자 필승론’소환하다
서울·부산 재보선 참패 끝 87년 ‘4자 필승론’소환하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4.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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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선거...정치세력 無·2030 반란·대선정국 조기 표면화
대선,윤석열·안철수·이재명·정세균 4자구도...‘4자 필승론’비슷
​​​​​​​내년 대선, 진영 및 이념 대결보다 중도층 표심이 변수로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4·7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져도 이렇게 질 줄이야 몰랐다’는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서울 시장 재보선에서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오세훈 후보가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청와대는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한다.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 압승하던 때와는 정반대로 민심이 싹 돌아섰다.

그도 그럴게 이번 재보선이 ‘문재인 대 반문재인 선거 구도’로 치러진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생태탕’이 어떻고, ‘페라가모’구두를 들먹였으니 이게 통할 리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우습게도 차라리 ‘재보궐 선거 빌미를 제공한 지역은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고, 대신 소신있고 쿨한 민주주의 선거 원칙을 지켰더라면 외려 이렇게 참패를 당하진 않았을 거다.
민주당으로서는 선거 전략의 미스였건, 지도부의 판단 잘못이었건 간에 재보선은 끝났고, 이제 형극의 가시밭길만 남은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과거와는 달리 선거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대목이다.
걸핏하면 적폐로 몰아세우고, 토착왜구를 외치고, 누군가 말 한마디 잘못 할라치면 주변까지 신상털이를 하는 민주당과 문파들의 오만함이 심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억눌렸던 민심은 표심을 통해 분출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고사성어를 꼽으라면 ‘군주인수(君舟人水)’가 아닐 런가 싶다.
‘군주는 배요, 물은 백성이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게 174석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반대로 국민의힘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총사퇴 입장을 밝히기 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상섭 기자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굳은 표정으로 밝히고 있다.

이런 민심의 반란을 지켜보면서 이번 선거는 몇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첫째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혀들면서 앞으로 대선정국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정치권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정치주축 세력이 없어졌다. 진영 논리나 정치 계보를 앞세운 중심축이 특별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데서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특정 계파가 별로 보이지 않다. 그렇다고 여당에서 말하는 민주화 또는 운동권 세력이나 주사파가 있지만 아직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다.

셋째는 2030 유권자들이 과거처럼 진영 및 이념 논리에 갇히기 보다는 자신들과 이해관계 속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이익 투표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과거 2030세대는 진보 쪽에 가까웠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오히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쪽에 섰다.

넷째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약화되면서 그때 그때 마다의 정치상황이나 정책,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이른바 ‘스윙보터’층과 중도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보수와 진보 모두 30~35%에 달하는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보수 20%, 진보 30%로 떨어지고 있다. 나머지는 중도층으로 그만큼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여세를 몰아 대선판에서 승리하려면 유권자의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말하자면 민주당과 동일선상인 30%에서 출발하려면 전체 유권자의 10%인 400만표를 더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선을 치르러면 일명 ‘잠룡’이라 불리는 대선 후보들이 나타나야 한다.
현재 가시화된 후보들을 대선구도를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성 싶다.

4·7 재보선에서 물밑 영향을 미친 대권주자를 꼽으라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들 수 있다.
조직과 세력을 꾸린 적이 없고, 대권 출마를 시사하지 않았음에도 퇴임 시 여론조사에서 40%가 나왔다.
검증 또한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 힘이 보태진 건 사실이다.

이번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 경선에서 나섰지만 아쉽게도 떨어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거 공조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이나 원희룡 지사는 아직 지지율이 2%대에 머물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측을 보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양강 구도로 레이스를 펼쳐왔지만 이번 선거 참패로 인해 이 대표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3후보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여야 잠룡들의 행보를 볼 때 2022년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87년도 제13대 대선판과 엇비슷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획을 그은 ‘4자필승론’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와 3김 정치로 대별되는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신민주공화당 김종필이 그 주역들이다. 이들 주자들은 지난 총선 때 사라졌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연고정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선거 결과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군부정권 입장에서야 죽다 살아난 롤러코스터 선거였다. 하지만 민주화 투쟁을 해온 후보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선거'였다.
당시 선거로 인해 영·호남 갈등은 더욱 깊게 패여만 갔고, 특히 PK와 호남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 결과를 낳았다. 

우선 윤석열은 충청도 대망론으로 대구·경북과 손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선거후 국민의 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손을 맞잡으면 더없이 좋은 구도다.

안철수는 정당과 지지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윤석열과 야권 대통합에 나서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국민의당을 이끌고 국민의힘으로 들어가 대표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릴게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원희룡 지사와 유승민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한번 해 볼만한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22년 대선 정국은 아무래도 야당에선 윤석열과 안철수, 여당에선 이재명 지사와 호남권 출신 대선 주자로 나설 이낙연 또는 정세균 등 4명이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마이너리그로 김두관, 임종석, 이광재, 추미애 등이 나설 것으로 점쳐지지만 그다지 파괴력은 없을 듯 하다.

어찌됐든 필자가 4자필승론을 소환한 것은 아직 후보다운 후보가 나타나지 않다는 점에서다. 물론 변곡점이 될 만한 정치변수가 수두룩하게 남아있다.
야당의 야권대통합, 아니면 제3지대에서 모여 당대당 통합이 이뤄질 것인가의 여부, 여당 내 경선과정에서 이재명과 문빠간 세력싸움 끝에 탈당도 돌출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년 대선가도는 흥미로워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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