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끌어안기
소 끌어안기
  • 문틈시인
  • 승인 2021.03.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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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소 포옹하기가 유행중이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껴안으며 마음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언제는 쇠고기가 맛있다며 소를 잡아먹을 식용으로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소 농장에 줄을 서서 예약하고 꽤나 많은 돈을 지불하고 소를 끌어안으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대체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신문에 난 사진들을 보면 무릎에 소의 머리를 당겨 두 팔로 끌어안고 혹은 선 채로 마치 울음을 터트릴 듯이 소의 목을 끌어안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소를 껴안으면 스트레스가 줄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껴안는 포유동물의 몸집이 클수록 정서적 진정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혼자 사는 어떤 심리학자는 소가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 잠이 들자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 심리학자는 "올해 처음 하는 진짜 포옹"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례 없는 외로움의 시간"이라고 토로했다.

오래 헤어져 있던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워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보면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사람들끼리의 포옹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과의 스킨십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위로받을 길이 없어지다시피 했다.

할아버지는 귀여운 손주를 껴안아줄 수 없게 되었다. 남녀간에 다정한 사랑 표현도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다. 먼 도시에 거주하시는 노모를 만나러 가지도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회 풍속을 엉망으로 헝클어 놓았다.

남들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홀로 떨어져 살면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것이 다 해소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서 외로움을 공유하고 위로받고 해야 새로 기운을 얻을 터인데 그러지 못해서 울적하다.

사람의 두 팔은 딱 한 사람을 포옹하기 좋게끔 맞춤되어 있다. 두 팔을 뻗어 끌어안는 모양을 해보라. 타인을 안을 수 없으니 팔을 벌려서 자기 자신을 안을 수밖에 없다. 참 쓸쓸한 모습이다.

나도 이제 농장의 소한테 찾아가봐야 하는 것일까. 언제나 맑은 슬픔이 괴어 있는 듯한 커다란 눈을 굴리는 한없이 착한 소는 갑자기 찾아와 끌어안는 사람들의 행태에 어리둥절할 것만 같다.

어릴 적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코뚜레를 하고 일평생 일소로 지내던 소가 늙어 일을 못하게 되어 도살장에 끌려갈 때는 눈물을 흘리며 온몸으로 버티며 도살장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억지로 끌려가 죽은 후엔 소는 어떤가. 가죽은 가죽대로, 살과 내장과 뼈와 피와 뿔, 꼬리까지도 어느 한 부분 남기지 않고 죄다 사람들이 가져가 먹거나 이용한다. 소야말로 사람에게 자신을 다 내어주는 보살이라는 말씀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다른 동물이 아니라 소를 끌어안는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코로나 사태에 소의 덕스러움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요즘 눈에 띄게 많은 사람들이 극단의 선택을 한다. 코로나 영향도 클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도 한번 소를 끌어안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싶다. 사람들은 지금 위로받고 싶어 한다.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부 부처에 외로움부를 설치해서 국민의 외로움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영국은 고독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들이 9백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외로움이란 매일 담배 15개비를 흡연하는 수준의 해로움을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겪는 외로움은 더욱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독을 병으로 본 철학자도 있었다. 동물을 식용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웃사촌으로 여겨 친해지는 법을 이번 기회에 생활화했으면 좋을 것 같다.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옐친은 어린 시절 헛간에서 염소를 배고 잠을 잤다고 한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나서 옐친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외로움을 피할 길이 없다. 인간의 본질은 외로움이 바탕인지도 모른다. 그 외로움을 피하려고 소를 찾는 만물의 영장 사람의 모습이 어쩐지 슬프고 짠해 보인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소와 한 식구처럼 지냈다. 조선 3대 문장가로 꼽히는 송강 정철은 소 등에 올라타고 술을 마시러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했다. 지금은 누구나 외로움을 타는 시절이다. 소를 끌어안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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