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능주를 역사ㆍ문화ㆍ교육 르네상스 고을로 창조하자
화순 능주를 역사ㆍ문화ㆍ교육 르네상스 고을로 창조하자
  • 이월태 시민논객
  • 승인 2021.03.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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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태 시민논객
이월태 시민논객
(화순 전주광고 대표)

필자는 전남 화순 능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저 보통의 시골 마을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한 때는 잘나갔다. 조선시대 전국에는 20개의 목사고을이 있었는데 전라도의 목사골 세 곳 중 하나였기 때문이리라. 바로 전주, 나주, 능주 가운데 능주를 제외한 2곳은 발전을 거듭했고, 시로 승격된 상태다. 이제는 도시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애석하게도 능주 고을만 면 단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능주는 많은 인물들이 났거나 자란 역사유적이 즐비한데도 빛 바래고 단순한 농촌 시골마을로 그 가치를 잃어 가고 있다. 비단 능주 하나뿐이겠는가 마는 전국적으로 볼때 능주와 같이 역사적인 고을이 시골마을로 전락한 곳이 어찌 한 두곳이 아닐거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왠지 서글퍼지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필자는 능주를 모델로 하는 농촌 르네상스를 꿈꾸어 본다. 우선 능주에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중국 남송시대의 주자를 모시는 사당 '주자묘'가 있다. 그래서인지 능주 향교는 조선 태조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죽수서원이 있다. 정암 조광조 선생이 유배와서 사약을 받은 곳도 능주다. 그리고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이 능주 영벽정에서 교유(交遊) 했을 것이다. 능주를 호남 유학의 한 축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능주 삼충각에는 임진왜란 당시 호남 아니 국가를 위해 1, 2차 진주성싸움에 참전한 최경회 장군, 문홍헌 장군, 그리고 을묘왜변 때 전사한 조현 장군을 기리고 있다. 능주 사람들은 삼충각 앞에 흐르는 강을 ‘충신강’이라 부른다.

옛날 능주는 바다로부터 해선(海船)이 드나들던 곳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능주에서 샘을 파면 짠물이 나왔고,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 조개껍질들이 많이 나온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바로 해양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지역이 바로 능주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옛 능주골에는 누워있는 불상인, 이른바 '와불'이 있는 운주사가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도선국사가 어떻게 창건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궁금증과 함께 호기심을 더해준다. 당시 도선국사에게 사찰을 창건할 능력을 누가 주었을까? 통일신라시대에 운주사를 창건할 정도의 역량을 갖춘 세력은 전라도 땅에서는 장보고 세력 밖에 없었다. 굳이 역사추리를 해보자면, 장보고 대사가 암살을 당하자, 그 세력의 일부가 배를 타고 당시 능주 지역으로 피난 왔던 것은 아닐까? 혹시 그들이 장보고 대사의 추모사찰을 창건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운주사에서 천년을 누워있는 와불은 어떤 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까? 신기하게도 누워있는 와불이 일어나면 도읍지가 된다는 얘기를 어릴 적부터 자주 듣곤 했다. 바로 해양세력이 일어서면 도읍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이쯤에서 역사 문화자원을 듬뿍 가진 능주를 제대로 활용해서 농촌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능주를 농촌 르네상스의 모델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능주만이 갖고 있는 장점과 강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능주는 화순군 전체면적(787㎢)의 2%(15.9㎢)에 불과한 작은 면적이지만 인구 3,300여명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도시화된 농촌 마을이다. 그리고 능주는 도곡, 도암, 한천, 춘양, 이양, 청풍 등을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또한 면단위 마을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완벽한 교육을 마칠수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결국 능주의 이러한 유리한 조건을 적극 활용해 나간다면 그까짓 도시보다 더 나아지 않을까 싶다. 역사, 문화, 교육 도시로서의 능주는 결국 지자체와 마을 공동체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역사적 인물로 대별되는 정율성, 이한열, 조광조, 최경회, 문홍헌, 조현 등을 형상화 시키고, 나라를 위해 몸 바쳤던 분들을 위한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이들을 역사 속 인물로 기리고. 더 나아가 '충효와 정의'를 접목한다면 능주는 자연스레 의를 숭상하는 호남정신의 뿌리가 되는 고장이 될 수 있겠다. 

다음은 휴양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영벽강(지석강)을 활성화 시키고, 이와 연계를 통해 연주산 산책코스를 주자묘까지 아우르게 하는 관광자원화 코스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생태공원과 옛 습지를 복원해 생태공원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트랜드의 반영을 통한 오토캠핑장과 자동차극장 등을 마련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검토해볼 만 하다.

다음은 다양한 역사문화관광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한다. 중국에서 추앙받는 음악가인 정율성 선생 모교가 능주초등학교다. 정율성 선생의 무게 만큼이나 이를 기리는 음악제나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언제든지 공연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을 성 싶다. 복원된 능주관아 조선관청 제험, 능주향교 예절과 유학체험, 영덕정에서의 활쏘기 체험, 누정인 영벽정에서의 시조와 전통음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진행중인 능주 선도지구 사업과 연계해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인 참여 하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면단위를 아우를수 있는 교육과 의료를 갖춘 시스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머지않아 시골의 인구가 반토막 나면서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할 게 분명하다. 학생수도 급감하게 되면 폐교가 속출할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게 능주를 거점으로 교육과 기초 의료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도시로 나가지 않고도 능주에서 소화를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특히 농촌 르네상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추진조직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자치단체마다 농촌 역사문화교육르네상스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나 ’추진단‘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산과 행정력을 갖추지 않으면 쉽사리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기에 전문조직체 구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인에게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다. 그 농촌이 젊음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소멸할 군단위 기초자치단체가 많다.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농촌이 부흥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여 젊은이가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능주형 농촌 역사문화교육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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