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19) - 대신들, 최익현의 국문을 강력 요청하다.
조선, 부패로 망하다 (19) - 대신들, 최익현의 국문을 강력 요청하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1.03.2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73년 11월 4일 깊은 밤에 영돈녕부사 홍순목, 좌의정 강로, 우의정 한계원은 고종을 접견하여 기나긴 대화를 하였다.

창덕궁 빈청 (희정당 앞)
창덕궁 빈청 (희정당 앞)

고종 : 최익현에게 이미 찬배하는 형벌을 내렸다.

홍순목 : 이런 죄인을 어찌 찬배에 그치게 할 수 있습니까?

고종 : 만일 보통의 죄라면 찬배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홍순목 : 찬배는 직무수행에서 저지른 죄에서도 모두 적용하는데 이 죄인에 대하여 이 형률로 논할 수 있겠습니까?

강로도 홍순목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홍순목 : 나라가 유지되는 것은 상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하는 처음에 직언을 하였다고 하여 표창하였는데 지금 역적 행위가 드러난 뒤에 어찌 응당 시행하여야 할 형률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고종 : 그래서 벌을 주었다.

홍순목 : 합당한 벌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국문(鞠問)을 청하지 않을 수 없으니, 속히 처분을 내려 주소서.

고종: 이미 핍박하는 말이 있었다고 하여 벌을 주었는데 그 죄를 성토하여 가죄(加罪)하는 것은 곤란하다.

홍순목 : 전하가 이미 핍박하는 말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상의 말씀이 사방에 밝게 퍼졌으니 지금 죄를 성토한들 말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고종: 시골의 무지한 사람이니 책망할 나위도 없다고 돌려버리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홍순목 : 이렇게 흉악한 죄를 지었는데도 시골의 무지한 인간으로 치부하고 극률(極律)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난신적자들이 반드시 이제부터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니, 전하께서는 장차 어떻게 처리하시렵니까?

창덕궁 빈청 (희정당 앞)
창덕궁 빈청 (희정당 앞)

고종: 내가 그가 망발한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어찌 포용하려고 그랬겠는가? 이렇게 쟁집(爭執)하는 것은 대단히 온당치 못하다.

홍순목 : 4,000년 역사에 어떻게 이와 같이 큰 의리의 변괴가 있겠습니까? ... 그는 서캐같이 미천한 자로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겉으로는 언사(言事)에 의탁한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 사람들이 성토할 때 응당 두려워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하는데 감히 종이 가득 장황한 사설로 제멋대로 상소를 올렸으니 이것은 그가 실성한 것이니 제아무리 주둥이가 석 자라도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한계원: 상소문 내용을 보니 역시 시골의 무지한 사람이라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글 전편을 흐르는 뜻은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지극히 흉참(凶慘)합니다.

강로 : 신들이 연명차자(聯名箚子)를 올려 윤허를 받았으면 무엇 때문에 밤을 무릅쓰고 청대하겠습니까? 승정원에 내린 하교에 성토하는 상소나 차자(箚子)는 받아들이지 말라는 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언로(言路)를 여는 것은 밝은 시대의 훌륭한 일인데 이번의 처분은 온당치 못한 듯합니다.

고종 : 대신들의 차자야 어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익현의 일과 관련하여 연명 상소가 번잡하므로 받지 말라고 신칙했다.

홍순목 : 상하 간에 뜻이 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신이 예전에 연석에서 누차 하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삼사(三司)에서 번갈아 상소를 올리는 이 때에 받아들이지 말라고 신칙하시니, 상하 간에 뜻이 통한다고 하겠습니까?

고종 : 상소를 받지 말라고 한 것은 나도 그것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강노 : 사람들이 울분에 차 있으며 성토하는 글은 모두 충심과 의분심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까?

고종: 대신이 이처럼 여러 번 간절하게 이야기하니 도배(島配)를 시행하겠다.

홍순목 : 신들이 깊은 밤에 청대한 것이 어찌 도배 정도의 처분에서 그치게 하려는 것이겠습니까?

고종: 대신의 말을 대우해서 이처럼 처분했는데 또다시 쟁집한다면 올바른 도리가 아니다.

홍순목 : 신들은 국청을 설치하라는 처분을 받지 못한다면 절대로 물러가지 않겠습니다.

강로 : 어떻게 도배(島配) 정도에 그칩니까? 또 어찌 윤허 받지 못하고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한계원 : 그가 저지른 죄상으로는 도배 정도에서 그칠 수 없으니 속히 처분을 내리소서.

홍순목 : 최익현의 문제에 대한 처분을 이처럼 거부하시니 신들이 지루하게 아뢰는 것도 황송합니다. 빈청으로 물러가서 빈계(賓啓)로 아뢰겠습니다.

고종 : 다 말했을 텐데 또 어째서 빈계를 행하려고 하는가?

강로 : 누누이 아뢰었으나 끝내 윤허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물러가 빈계로 아뢰어 기어코 윤허 받으려 합니다.

(고종실록 1873년 11월 4일 8번째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