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3) 증고열승(贈古涅僧)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3) 증고열승(贈古涅僧)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0.12.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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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구하고 이익 좇는 것 둘 다 어지러울지니

암자에서 불공을 드리는 스님을 만나면 마음부터가 고고해진다. 불심에 취하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잊은 수가 있고, 사람과 대화도 단절하면서 수도에 전념하게 된다. 시인은 고열암 스님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고열암이 있는 두류산에 한 번 올라 세상 바람도 마음껏 마셔가면서 불공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와 보게나,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贈古涅僧(증고열승) / 점필재 김종직

명예와 이익 쫒기 모두가 어지러워

승려와 속인 구분 이 또한 어렵구나

상봉에 올라보게나 속세 세상 흙먼지라.

求名逐利兩紛紛  緇俗而今未易分

구명축리양분분  치속이금미이분

須陟頭流最高頂  世間塵土不饒君

수척두류최고정  세간진토불요군

명예 구하고 이익 좇는 것 둘 다 어지러워라(贈古涅僧)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명예를 구하고 이익 좇는 것 둘 다 어지러울지니 / 지금은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기조차 어렵구나 //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올라와 보게나 / 세간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고열암 스님께 주는 시]로 번역된다. 고열암古涅庵은 경남 함양군 지리산에 있던 절로 알려진다. 고열암 암자에서 독실하게 독경에 심취되었던 스님이 있었겠다. 암자에 들었다 하면 비록 쓰러지는 한이 있다하더라도 불경의 참선에 몰두했던 것이 스님됨의 자랑으로 여겼던 경우도 많았었다 한다. 시인은 인간의 본능인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쫓는 것은 둘 다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그래서 승려와 속인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점으로 완만한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명예와 이익은 속인들이 하는 일이지만, 스님도 행여 그런 일에 휘말리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 시상을 넌지시 본다. 화자는 독특한 비유법으로 이를 치환置換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대들이여! 모름지기 두류산 상봉에 한번 올라보게나, 세간에 묻어있는 흙먼지가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한다는 후정後情의 한 아름을 묶어두고 말았다. 두류산은 방장산方丈山으로도 불렸으며 지리산智異山의 딴 이름이다. 세간의 흙먼지는 명예와 이익이라는 뜻이겠는데, 승려와 속인의 구분키 어려운 처지를 일깨웠으리.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이익 좇는 일 어지러워 승려와 속인 어렵네, 두류산 상봉 올라보니 흙먼지에 배부르잖고’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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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1462년 승문원박사 겸 예문관봉교에 임명되었고 이듬해 감찰이 되었다. 이후 벼슬길은 순탄하여 경상도병마평사, 이조좌랑, 수찬, 함양군수 등을 거쳤으며 1476년(성종 7) 선산부사가 되기도 했다.

【한자와 어구】

求名: 명예를 구하다. 逐利: 이익을 쫓다. 兩紛紛: 두 가지 다 어지럽다. 緇: 검은 옷. 승려. 俗: 속인. 而: 동격 접속사. 今未易分: 지금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 須: 모름지기. 陟頭流: 두류산에 올라보다. 最高頂: 최고의 정상. 世間: 세간. 塵土: 흙먼지. 不饒君: 그대를 배부르게 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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