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3) - 진주농민항쟁
조선, 부패로 망하다 (3) - 진주농민항쟁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0.11.3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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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2년(철종 13년) 2월 4일 경상도 단성에서 최초로 농민항쟁이 일어났다. 이어서 2월 14일에 진주에서 경상우병사 백낙신과 진주목사 홍병원의 탐학과 수탈에 항거하여 농민봉기가 일어났다.

진주성 촉석문
진주성 촉석문

1861년 12월에 진주목사 홍병원은 수령과 아전의 횡령으로 인한 결손을 메꾸기 위해 토지 1결당 6냥 5전씩 거두는 도결(都結)을 결정했다. 이는 이전에 토지 1결당 2냥 5전보다 3배나 많이 부과한 것이다.

1862년 1월엔 경상우병사 백낙신 역시 환곡 부정으로 손실이 난 환포(還逋) 약 6만 냥을 농가에 분담, 강제로 징수하고자 하였다. 더구나 이들은 어느 농민이 조세를 못 내면 마을 사람들에게 부담지우는 인징(隣徵)까지 동원했다.

이러한 처사가 계속되자 파탄 지경에 이른 농민을 물론이고 사족 부호들도 불만이 많았다. 홍문관 교리를 지냈던 이명윤 등은 여러 차례 진정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 이명윤은 중앙관료 출신 양반이어서 당연히 환곡을 면제받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이러자 2월14일에 몰락 양반으로 나무꾼이 된 유계춘과 이계열, 군교 출신 김수만과 유민(流民) 이귀재 등은 평소에 약초와 나무를 베어 생계를 이어가는 ‘초군(樵軍)’들과 함께 덕산장터에 모였다. 이들은 관청과 결탁하여 농민의 고혈을 빼먹은 부유층의 집 수십 채를 부수었다.

이후 봉기 농민은 급속하게 늘어나 밭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산골 사람들까지 가세하였다.

18일에 진주목사는 읍내에서 시위하는 농민들에 굴복하여 도결을 혁파하겠다는 문서를 써주었다.

여세를 몰아 19일에 대규모 농민들은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몽둥이나 죽창을 쥐고 읍내에 집결했다. 흥분한 농민들은 경상우병사 백낙신을 무릎까지 꿇리고 그의 죄상을 하나씩 들추어냈다. 이러자 백낙신은 수탈 책임을 아전 권준범과 김희순 탓으로 돌렸다. 이러자 봉기군은 두 아전을 불구덩이에 던져 죽였고, 백낙신으로부터 부정한 착취를 그만하고 빼앗은 재산을 돌려주겠다는 문서를 받아냈다.

20일에는 농민들은 달아난 이방 김정구를 수색 끝에 붙잡아 불에 태워 죽였다. 21일과 22일에는 평소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부호들을 습격해 23개 면에 걸쳐 126채를 파괴하고 재물을 빼앗았는데 피해액이 10만 냥에 달하였다고 한다.

23일 오후가 되자 농민들은 자진 해산했다. 착취를 안하고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마당에 민란을 확산시키기에는 조직력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한편 2월 29일에 경상 감사 이돈영이 ‘진주의 난민(亂民)들이 병사(兵使)를 협박하고 사람을 불태워 죽였다.’는 급보를 조정에 올렸다. 철종은 즉시 박규수를 진주 안핵사로 임명해 수습하게 하였다.

4월 4일에 박규수는 진주민란의 원인이 경상우병사 백낙신의 탐욕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보고했다. (철종실록 1862년 4월 4일)

“이번 진주 난민(亂民)소동의 원인은 전 우병사 백낙신이 탐욕과 침학(侵虐)에서 연유한 것이었습니다. 무려 6만 냥의 돈을 가호(家戶)에 강제 배정하여 징수하려 했기 때문에 민심이 들끓고 노여움이 폭발하여 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자 백낙신은 4월 10일에 고금도에 유배되었다가 4월 15일에 제주도에 위리 안치되었다. 하지만 백낙신과 전 진주목사 홍병원은 1863년 7월에 유배에서 풀려났고, 백낙신은 1866년(고종 3년)에 영종첨사로 발탁되었고, 1877년에는 평안도 병마절도사가 되었다. 이렇게 조정은 탐학한 관리들에게 너그러웠다. 탐관오리 조병갑도 유배 보낸 후 재기용하였다.

한편 민란을 일으킨 류계춘 · 김수만 · 이귀재는 참수되고, 이명윤 · 이계열 등 8명은 유배되었다.

진주 농민항쟁의 여파는 경상도 인근 지역과 전라도 · 충청도로 급속히 번졌다. 임술농민항쟁이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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