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별거
코로나 별거
  • 문틈
  • 승인 2020.11.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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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같은 기저증이 있는 나는 코로나를 피해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나의 따로살이는 거의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내게 가져다 준 급격한 생활의 변화는 처음엔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딱히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밥, 빨래, 청소를 혼자 하는 일은 이골이 나서 이젠 오히려 익숙하다. 문제는 지금 이렇게 사는 생활방식이 언제까지 가야 끝날 것인가 하는 막막함이다. 마치 발 하나를 어디에 묶어놓고 지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이따금 지인들이 밖에서 만나자고 청할 때면 못나가는 이유로 흔히 런던탑을 비유로 든다. 나는 시방 런던탑에 갇혀 있노라고. 런던탑은 정복왕 윌리엄이 궁으로 지었지만 나중에는 정적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활용했다. 나는 런던탑에 갇힌 죄수꼴이다.

죄수 같은 나는 그러나 하루종일 홀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생활은 단조롭지만 어찌 보면 내가 어릴 적부터 꿈꾸며 바라던 모습이기도 하다. 단순한 삶, 고요한 시간을 나는 늘 소망해왔다.

내 생활공간은 혼자 사는 집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내 생각생활(명상을 하며 사는 삶)은 오히려 풍부해졌다. 자주 내면의 바닥까지 침잠해서 우주, 자연, 인간의 실상을 궁구해본다. 그러노라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한다.

나는 살아 있다고 하늘에 대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란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코로나가 빈 틈을 엿보고 있지만 나는 아직 멀쩡하다.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낼지라도 마음은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어 막막한 기분도 이때만큼은 잠시 수그러든다.

집에 찾아오는 이라곤 쓰윽 하고 신새벽 현관문 앞에 신문을 던져놓고 가는 배달인, 1주일에 한번 오는 생수배달인, 그리고 드물게는 문 앞에 택배박스를 놓아두고 가는 택배인, 모두 유령같은 비대면 방문자들이다.

내 집을 찾아오긴 하지만 얼굴도, 목소리도 없이 문 밖에 왔다가 간다.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그들을 대단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바깥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내게 알려주는 전령들 같으니까.

아내는 면회객처럼 매일 한 번씩 나를 찾아온다. 어쩌다 안 올 때도 있지만 대개는 찾아와 냉장고를 정리하고 반찬을 채워놓고 간다. 아내는 내가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니까 자기를 코로나 보균자 취급을 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내는 교회, 마트, 미용실, 병원 등을 다니느라 동선이 복잡하다. 아내는 외출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동선과 접촉할 수 있으므로 위험분자가 될 수 있다. 그 동선에 닿지 않으려면 나로서는 방어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건만 아내는 집에 콕 박혀 사는 내가 심히 못마땅한 모양이다. 가끔 대놓고 불평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보았다며 내게 너무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죽으면 죽는거지 요렇게 꼭 살아야겠어요?” 그럴 때 나는 할 말을 잃고 묵묵부답으로 있다.

아직도 할 일이 있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온 바이러스 같은 것에 감염되어 죽고 싶지는 않다. 저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나고 다시 푸른 새잎을 내미는 것을 보고 싶다. 더구나 올 가을 나는 앞 숲에 밤톨을 얼마나 많이 심어놓았던가!

하기는 내가 아내 입장이라 해도 꼼짝 않고 집에 틀어박혀 사는 남편이 이해가 안될 법도 하다. 솔직히 기를 쓰고 살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이란 없다. 그냥 살아 있고 싶다. 모든 축복은 살아남은 자에게로 온다. 모든 영광은 살아 있는 자에게 있다.

나는 그토록 삶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어릴 적 요양원에서 병을 다스리며 나는 살아야겠다고 몸부림치던 심란한 시절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께 내일 하루를 청한다. 제게 내일 아침 새로운 하루를 보내주소서.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면 기도에 응답하여 새로운 하루가 배달되어 있다. 하느님이 내게 보내준 택배다.

코로나 별거도 지낼 만 하다. 설령 코로나가 끝없이 계속된다 해도 나는 이대로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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