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열병합발전소 SRF갈등이 나주시만의 문제인가?
나주열병합발전소 SRF갈등이 나주시만의 문제인가?
  • 윤용기 전남본부장
  • 승인 2020.11.19 09: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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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 이기적인 쓰레기 정책도 한목
광주·전남·나주·한난 모두 지혜 모아야!
윤용기 전남본부장
윤용기 전남본부장

나주열병합발전소 SRF(고형폐기물연료)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이슈다. 지난 3년여 동안 지역의 가장 무거운 현안이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남도가 나서 산자부·전남도·나주시·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범나주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 등 5자가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해 9월에는 기본 합의안도 도출했다. 뭔가 좀 실마리를 찾는 듯했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거버넌스의 합의안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다. 거버넌스는 최근 11월30일까지 나주열병합발전소SRF 중단에 따른 손실보전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한난이 재량으로 열 공급을 하겠다는 합의 내용이 문제였다. 범대위는 ‘사실상 열병합발전소 가동에 합의한 것’이라며 거버넌스 탈퇴와 범대위 해체를 선언했다. SRF문제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합의안에 따라 가동하겠다는 한난의 입장과 반대 의사가 분명한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실마리가 다시 꼬였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런대도 주체인 산자부와 환경부는 여전히 입을 꽉 다물고 방관만 하고 있다. 중간에 끼어 그동안 눈치만 보던 전남도는 그래도 SRF연료 사용만큼은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한난에 손실보전 방안으로 추진 중인 대체 수익사업으로 20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목포·순천·나주 등 3개 시의 신규 소각장 건설 비용 지원을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나선 상태다.

문제는 손실보상 범위다. 손실보상금이란 열병합발전소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 100%를 선택할 경우, 기존 SRF 발전설비와 부속시설 매몰 처리비용으로 한난에 보존해줘야 금액이다.

한난은 대략 SRF 매몰 비용을 8,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2720억원(33.9%)이 광주시의 SRF 자원화 시설인 청정빛고을(주)이 차지하는 비용이다. 나머지 금액은 투자비 손실 1561억원, 운영손실 3720억원 등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손실보전 범위에 광주SRF를 생산하는 청정빛고을(주)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한난의 주장에 주민들이 뿔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보면서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광주시 양과동에 있는 위생매립장의 경우 빛고을청정(주)을 통해 SRF를 생산 처리할 경우 2068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속도로 매립만 한다면 2038년이면 수명이 다하니 피해자라는 뜻인가? 아니면 2720억원 상당의 SRF를 처리하지 못해서 피해자라는 것인가? 나주시민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언사다.

그동안 광주시의 쓰레기 환경정책이 이기적이라는 불만이 나주시민의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었다. 여기에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하라”라는 나주시의 요구에 광주시는 “사실관계 왜곡으로 자극했다”라며 맞서면서 상황이 더 꼬여 갔다. 이런 원성이 광주시를 향해 차량시위로 표출됐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나주시는 “광주 SRF로 겪는 나주시민의 고통을 생각하고 손실보전 협상 촉진을 위해서라도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해 달라”고 촉구해왔다. 나주열병합발전소의 SRF 갈등은 광주시의 이기적인 쓰레기 정책과 한난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 나주시와 주민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나주 열병합발전소의 가동 여부는 운영 주체인 한난과 허가권자인 나주시가 결정할 사안”이라며“합법적인 계약관계에 따라 조치를 하고 시민의 세금이 소홀히 되지 않도록 법적인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나주시가 광주 SRF 반입에 반대했다면 다른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해서라도 나주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광주 SRF를 처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한마디로 광주시의 쓰레기는 광주시 밖에서 처리하겠다는 불량한 심보다.

이용섭 시장도 나주열병합발전소와 관련 "인허가권자인 나주시와 전남도, 운영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당시 관장한 산자부가 해야 할 일이다. 광주시도 2천억 원 가까이 손해 봤다"며 “우리 광주시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괴변으로 들린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은 2007년 산업부가 허가했다. 나주시는 2014년 혁신도시 열 공급을 위해 집단에너지시설 건축 허가를 한 것이지 광주에서 생산된 SRF를 소각하기 위해 허가한 것이 아니다.

또한, 광주시는 이미 2011년에 광주 SRF를 나주시에 반입시키려고 계획했다. 제203회 본회의에서 당시 환경생태 국장과 시의원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광주시가 입장이 곤란해지자 뒤로 빠지면서 한난과 청정빛고을(주) 간의 계약으로 치부하는 것은 청정 빛고을의 지분을 25%나 가지고 있는 광주시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 비겁한 작태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시의 이기적인 쓰레기 정책을 바로 잡아달라는 나주시민의 요구를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이제라도 광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정책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와 전남의 상생을 항상 주장하는 지역의 리더다. 최근 다시 시작된 광주전남통합 논의도 그런 취지에서 주창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나주열병합발전소 SRF 갈등 문제에 대처하는 이 시장의 모습을 볼 때 매우 실망스럽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SRF갈등이 나주만의 문제인가? 나주시가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광주시와 갈등을 유발시키는 정치적인 술수로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문제가 크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리더쉽이 필요할 때다. 지역의 큰형으로서 대접만 받으려 하지 말고 상생으로 호남지역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도덕성이나 공평성, 공정성으로 지역을 이끌어달라는 말이다. 이기적인 정책 뒤에 숨어 SRF갈등을 나주만의 문제로 부각시켜 상황을 호도하는 것은 대인배가 할 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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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화 2020-11-19 13:28:35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광주시는 처음부터 자기 지역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서 처리할려고 했네요!! 그러면서 피해자 코스프레.. 광주 이용섭 시장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야한다!! 시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다!!

    시민 2020-11-19 17:05:07
    정말 기사다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광주시의 뻔뻔하고 비겁한 처사에 치가 떨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