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장수 연구의 신기원을 이룰 마이크로바이옴
[이상수의 경제Talk] 장수 연구의 신기원을 이룰 마이크로바이옴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11.04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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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신러닝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의 결합
2.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방법
3. 노화시계를 되돌리는 ‘회춘 묘약’ 셋

사람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작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장내 미생물이라고 한다)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수는 인체의 세포 수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유전자 수는 100배 이상 많다. 유전적 요인이나 거주하는 환경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도 달라지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유전자(second genome)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법 연구에 폭 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식품, 화장품 개발 등에도 사용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이루어진 새로운 연구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 연령을 나타내는 매우 정확한 생물학적 시계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로 인해 의료 분야와 장수 연구에 또 하나의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2014년 학술지 '셀'에 실린 연구 내용. 뚱뚱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정상 쥐에게 이식하자 뚱뚱해졌고(위), 마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한 경우엔 쥐가 날씬해졌다(아래). (출처: The Cell)
2014년 학술지 '셀'에 실린 연구 내용. 뚱뚱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정상 쥐에게 이식하자 뚱뚱해졌고(위), 마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한 경우엔 쥐가 날씬해졌다(아래). (출처: The Cell)

1. 머신러닝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의 결합

지금까지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나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장수 분야의 연구자인 알렉스 자보론코프(Alex Zhavoronko)와 그가 설립한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이 최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나이와 연관성을 밝혀내 과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는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20~90세 사이의 1,165명의 건강한 사람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샘플 3,663개를 이용하여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샘플의 90퍼센트를 가지고 1,673종의 서로 다른 미생물 데이터에 대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훈련시켰다. 이후 알고리즘을 훈련한 인공지능이 남은 10퍼센트 샘플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만 가지고 참가자의 연력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도 변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마이크로바이옴 노화시계(microbiome aging clock)는 ‘사람의 소화관이 얼마나 빨리, 혹은 느리게 늙어 가는지, 음주•항생제•식사 등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를 검사하는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질병(예를 들면 알츠하이머병)을 앓은 환자를 건강한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이 정상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장 속 환경을 바꾸고 균형을 맞춤으로써 우리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유는 장이 신경망과 연결돼 있고, 장에 약 79퍼센트의 면역세포들이 분포하며, 내분비망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연구는 자보론코프가 마이크로바이옴 노화 시계의 기초를 구축했으며 사람의 장 연령과 의약품, 식단 알코올 소비가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게 될 미래의 연구과제의 기초가 되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방법

마이크로바이옴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나이를 먹는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며 새로운 차원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알레르기, 당뇨병, 일부 암, 우울증과 같은 정신 상태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면서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들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우리의 장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건강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더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심으로 현대 의학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이미 유산균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신물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우울증, 노인병, 치매, 파킨슨병 등을 극복하고 건강 수명을 늘려줄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다,

퇴행성관절염에 걸린 쥐(왼쪽)와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받은 쥐(오른쪽). 약물 치료 후(아래 사진) 관절의 상태가 치료 전(위 사진)에 비해 건강하다. (출처: UNIST)
퇴행성관절염에 걸린 쥐(왼쪽)와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받은 쥐(오른쪽). 약물 치료 후(아래 사진) 관절의 상태가 치료 전(위 사진)에 비해 건강하다. (출처: UNIST)

3. 노화시계를 되돌리는 ‘회춘 묘약’ 셋

한국 사람들은 세계 최고 ‘장수(長壽)민족’으로 꼽힌다. 생물분야 국제학술지 ‘랜싯(Lancet)’ 2017년 2월 22일 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30년 태어날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세, 남성은 84세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제 긴 인생에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과학자들도 이에 맞춰 기상천외한 ‘회춘 묘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회춘 묘약 하나, ‘노화세포’ 없애 노인성 질환 완화하는 방법이다. 젊고 건강할 땐 세포가 분열을 완전히 멈춘 상태의 ‘노화세포’가 돼도 면역과정에서 자연스레 제거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노화세포는 몸속에 축적되고 주변 조직까지 손상시키며 노화세포로 인해 몸의 재생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암, 당뇨, 치매 등 각종 노인성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김채규 교수는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수명이 최대 35%까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노인성 질환을 완화하고 기대수명도 길어지기 때문에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4월 24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후보물질은 미국 스타트업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에 기술이전 됐다.

회춘 묘약 둘, 젊은 피 받아 근육을 젊게 만드는 방법이다. 젊은이의 피를 받는 것도 회춘의 묘약이란다. 젊은 피가 노화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됐다. 심지어 과거엔 나이 든 쥐와 젊은 쥐의 몸을 ‘샴쌍둥이’처럼 서로 병합해 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수혈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쥐의 피부를 살짝 벗긴 뒤 맞대어 놓으면 피부의 재생과정에서 모세혈관이 연결돼 서로의 피를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춘 효과는 24시간 만에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5일이 지났을 때 늙은 쥐의 손상된 전경골근(정강이뼈 앞에 있는 근육)이 실제로 회복됐다. 이리나 콘보이(Irina Conboy) 교수는 “회춘의 열쇠는 혈액에 들어 있는 단백질 구성이 어린 쥐와 비슷해진다는 데 있음을 확인했다”며 “노화해 단백질의 불균형이 온 늙은 쥐가 정상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UC버클리 연구진의 실험 과정. 젊은 쥐와 나이든 쥐의 혈액을 서로 교환해 일어나는 변화를 살폈다. (출처: UC Berkeley)
UC버클리 연구진의 실험 과정. 젊은 쥐와 나이든 쥐의 혈액을 서로 교환해 일어나는 변화를 살폈다. (출처: UC Berkeley)

회춘 묘약 셋, 젊은 대변으로 수명 늘리는 방법이다. 젊은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면 노인도 젊은이의 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 분야 권위를 가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바이오아카이브(Biorixv)’ 3월 27일 자에 공개한 연구는 청년 물고기의 대변을 중년 물고기에게 먹인 것이다 그렇지만 가혹한 실험과 달리 결과는 꽤나 달콤했다. 중년 물고기의 수명이 무려 41%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쨌든 젊은 대변을 먹은 중년 물고기는 장수를 한 데다 다른 동년배 물고기들에 비해 팔팔한 활력도 갖췄다. 회춘의 비밀은 대변 속 장내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에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산균도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일종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 패트릭 스미스 연구원은 “동물은 노화하며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을 상실하고, 유해균들이 장내 생태계를 압도하게 된다.”며 “젊은 대변을 이식해 장 환경을 재구성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박영숙·제롬 글렌(2019), 『세계미래보고서 2020』, 서울 : 비즈니스북스. pp.284~287.

권예슬(동아사이언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3XXXKSN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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