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적으니 오히려 투표해야죠(20대 3인의 각오)
관심이 적으니 오히려 투표해야죠(20대 3인의 각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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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날짜는 다가오고 예년에 비해 투표율은 가장 낮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쉽게 나온다. 20대의 투표율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언론의 반복되는 레파토리다. 정말 노동자, 학생층을 중심으로 한 20대 투표율은 정말 기대할 수 없는걸까. 이들이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이유가 단지 정치무관심 때문만일까. 이른바 정치 1번지라는 광주시 동구에 위치한 조선대 학생들을 만나봤다. - 편집자 주


■조희숙씨(22. 조선대 경영학부 3년)

"관심이 적으니 오히려 투표해야죠"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를 해야죠."
조선대 교육방송국에서 만난 조씨는 이번 동시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는 곳의 지도자를 뽑는 일인데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려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전국적으로 집중되던 관심도에 비해 이번 지방선거는 당내 경선과정에서나 이후 본격 선거기간 내내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그는 "우선 후보자들을 잘 알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크다"면서 "알 수 없으니 그 후보자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런 마음이 투표율 저조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TV토론에 대한 오씨의 불만은 높았다.
"우선 시간대가 밤 늦은 시간이나 휴일 아침 이른 시간대에 편성돼요. 젊은 사람들 누가 보겠어요. 내용도 딱딱하고 재미도 없구요."
조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여성후보의 출마가 두드러진 측면에서 투표장에 갈 자신의 이유를 찾고 있었다.


오영도 (27. 조선대 건축공학과 4년)

"한명이라도 찍을 사람이 있으니 투표할 겁니다"

오씨는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고그런 현실 정치판에서 그래도 가장 개혁적인 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도입된 정당선호투표제에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

그동안 아무리 진보적 성향의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도 이 지역에선 '사표(死票)'가 되고 말았는데 정당선호투표제의 도입으로 이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국민투표라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민주주의제도 아래에서 개혁적인 젊은층들은 자신의 이상을 매번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아쉬음은 결국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에서 멀어지게 했고 결국 '투표권 포기'라는 형태의 의사표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후보 개인의 인물됨을 몇 장의 홍보물이나 TV토론 정도로 다 알 수는 없지요. 사실 개인의 인물도 중요하지만 그가 속한 당의 지향이 어떤가에 따라 그 인물의 활동방향도 정해지는 현실에서 당의 정책을 보는 거예요."
지금은 큰 정당 위주의 정치구도지만, 갈수록 작지만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소수 정당들의 출현이 확대돼 보다 큰 세를 이룰 거라는 게 오씨의 예상이자 바람이다.

"과거엔 전무(全無) 였다면 그래도 지금은 하나라도 찍을 표가 있으니 꼭 투표를 할 거예요."


조용근(24.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3년)

"선거도 월드컵처럼 재미가 있으면 관심을 가질텐데..."



"주위에서 월드컵과 선거의 관심도를 비교하면 아마 90대 10정도 될 거예요. 월드컵은 재미가 있으니까 그만큼 관심을 가지지만, 지방선거가 무슨 재미가 있나요."

조씨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다. 13일이 투표일이라는 것은 알아도 아직 후보자 이름한번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월드컵은 선수들 개개인부터 한국전이 열리는 날짜와 시간까지 꿰뚫고 있었다.

월드컵은 어울리며 응원하는 재미, 골인의 통쾌함, 승리의 환호가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지방선거는 어떤가. 경선과정부터 금품살포, 운동원들간 폭행, 상호비방 등 어느것 하나 '재미'라곤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이번 선거 역시 민주당이 휩쓸 게 뻔하다는 생각도 있고, 기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지 않아요. 또 친구들도 대부분 '내가 안해도 누군가의 투표에 의해 결정이 날거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재미와 감동의 정치를 기대하는 젊은이들에게, 현 정치권은 관심을 주지도, 후보자를 알려주지도 못하면서 표만 받으려 하고 있다는 게 조씨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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