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릴레이기고⑩
신세대 릴레이기고⑩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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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붉은 색 티셔츠, 저기도 붉은 색 티셔츠, 거리마다 스스로 붉은 악마임을 자처하는 사람들로 붉은 색 물결이 인다. 월드컵 개막 이후 대학가는 '월드컵 종강'이나 '월드컵 휴강'의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학생들로 표정이 밝다.

월드컵 경기장을 쫓아다니며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을 외치는 열성파 학생들뿐만 아니라 핸드폰 벨소리로 '오, 필승코리아'를 다운받아 수시로 월드컵 분위기를 느끼는 ○파까지 월드컵의 분위기는 뜨겁기만 하다. 또 지난 4일 밤 부산에서 열린 한국과 폴란드전에서 한국이 환상적인 플레이로 폴란드를 꺾음으로써 히디크 신화 창조와 함께 월드컵의 열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하지만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6·13 지방선거. 지난달 28일 이후 6·13 지방선거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너무하다싶을 정도이다.

유권자로서도 책임 다하는 붉은악마 되자

누구나 한번쯤 공명선거 홍보대사 장나라와 함께 "6월 13일 꼭 투표하세요"라는 메일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월드컵에 집중된 유권자들의 이목을 돌리기 위해 '장나라와 함께하는 투표참여 이벤트'를 마련해 인터넷 홍보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또 복잡한 6·13 지방선거의 투표절차를 이해하기 쉽도록 홍보마당(www.necpr.go.kr)을 열어 'SES의 선거 이야기', '선거 이야기 2000' 등을 준비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우리가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길거리이다. 각 후보자 측근들이 거리에 서서 기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아침 출근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조차도 미미한 정도이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실정이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월드컵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 몫 하는데 왜 우리 동네의 살림을 도맡아 꾸려나갈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는 이토록 무관심한 것일까.

먼저 월드컵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월드컵은 국가 전반에 걸친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고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지역간·계층간 갈등을 해소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를 응원함으로써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우리 나라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한국 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은 애국자,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애국자가 아니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애국자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가장 기본적인 지방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많은 국민들이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하듯이 지방선거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인 것이다.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면 가장 작고 가장 가까운 곳부터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우리 나라의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사는 시의 지방자치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 관중석에서 붉은 옷을 입고 당당하게 한국 축구팀을 응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유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의 열기로 인한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불법·타락 선거로 부적격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는 다시금 중요성이 강조되는 실정이다.

붉은 색 티셔츠를 입은 열 두 번째 선수들이 벽에 붙은 지방선거 후보들의 사진을 좀 유심히 들여다보길 기대해본다.

*<신세대 릴레이기고>는 기고자가 다음 필자를 선정, 글을 이어나가는 이른바 '칭찬릴레이'식의 신세대를 위한 란입니다. 젊은이의 생각과 주장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신세대 기고'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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