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도통합論’ 생뚱맞다
이용섭 ‘시·도통합論’ 생뚱맞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9.17 10: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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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론’발언 배경 놓고 설왕설래
과거 '허·송세월' 통합 추진에 회의적 시각도
홀로 일방적 추진에 파트너인 전남도 시큰둥
​​​​​​​이 시장, 사전 소통·컨센서스 없어 ‘사면초가’신세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

2018년 8월에 개최된 광주전남 상생협의회에서 서로를 부등켜 안은 김영록 지사(좌)와 이용섭 광주시장(우) / 전남도
2018년 8월에 개최된 광주전남 상생협의회에서 서로 두손을 맞잡고 미소 짓는
이용섭 광주시장(좌)과 김영록 지사(우) / 전남도

그 어마어마한 시·도행정통합이라는 커다란 짐을 홀로 짊어지겠다고 나서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고, 타이밍과 순서가 있는 건데, 마치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성자처럼 나섰으니 말이다.

과거에도 전임 시·도지사들이 두 번씩이나 추진하다 없던 것으로 했던 아린 추억을 소환하는 셈이다. 전남도청이 금남로에 있었던 시절 당시 허경만 도지사와 송언종 광주시장간 통합을 빗대 조롱했던 허·송세월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래서 시·도민들은 통합을 불쑥 꺼내든 이용섭 광주시장을 두고서는 ‘생뚱맞다’, ‘느닷없다’는 말을 꺼낸다.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을 정도의 큰 과제여서 그런지 대체적인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 시장의 행정통합론에는 총론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서는 과거에도 두 번의 시도 끝에 무위로 끝났는데, 과연 성사가 될까 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과거 전임 도지사가 통합을 하자고 하면 시장이 비틀고, 그 반대로 시장이 하자면 도지사가 틀어버리는 것과 같은 행태를 반복하려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전철을 굳이 밟으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대목과도 통한다.
괜한 헛심만 쓰고 되는 일 없이 시간과 경제적 낭비는 물론 지역감정과 혼선을 부추기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제 막 말을 꺼냈는데 시도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는 시각이 앞선 것은 바람직 않다고 강조한다.
이 시장이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통합론의 의지를 불태웠고, 당위성을 설파했던 게 그러한 반증이다.
하지만 통합 주체인 광주시청 일부 공무원 반응은 시큰둥한데 어쩌랴.
시장이 시키면 시킨 대로 따라 나서겠지만 선뜻 내키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런 소극적인 반응은 이 시장의 성격과 행정 스타일을 감안할 때 통 큰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에서다.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한다고 했다가 옆으로 비켜서는 행태나 코로나 정국 와중에 광주 북구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구청장과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소통부재’라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캠코더 인사로 인해 시민들의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통합론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용섭 시장은 정책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게 되면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각종 위원회에서 처리토록 하는 고답적인 행정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과연 그 거대한 무게의 통합론을 끌고 가기엔 벅찰 거라는 일부 시각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말하자면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다고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웃인 전남도와 합치자고 나서는 형국이다.

무안공항 이전
2018년 8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서명한 김산 무안군수(좌로부터),김영록 지사, 이용섭 시장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다는 여론은 소통 부재로부터 출발한다.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마치 북구청장 대하듯 아무런 교감이나 물밑접촉 없이, “그래 통합을 해야 하니 따라오라”고 한다면 도민들을 무시한 처사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전남도로서는 시·도통합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감한다.
하지만 시·도간에 산적한 과제를 뒤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떨떠름한 반응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남도는 도백 대신 대변인이 나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응답 하는데 그친다. 시·도지사가 통합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발전을 힘을 합쳐 나가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도 시원찮을 판인데 출발부터 손발이 맞지 않으니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당연히 곱지 않다.

광주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시·도통합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의회와 일차적인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의원들의 정치적 신분과도 직결된 사안을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는 데 대해 시의회를 경시하는 태도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같은 민주당 소속 이형석 의원(광주 북을)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며 반대에 나설 태세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일방적인 통합논의에 유감을 표시했다.

혹여 전남도와 통합을 하게 된다면 법적 지위가 특정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 현재의 5개 구청장과 구의회와도 의견 조율을 했어야 했다.
수원이나 창원·성남처럼 자치단체 기능을 잃고 일반 행정구청 단위가 되면 구청장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될 게 뻔한데 말이다.
그리되면 구의원 신분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남도 공무원들 역시 시청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시·도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두고 보자는 관망세다.
광주시가 추진하겠다고 나선 만큼 광주시 자체부터 구청은 물론 산하기관과 단체, 교육청, 시민사회단체 등의 여론을 응집력 있게 모아야 가능하다는 게 전남도의 반응이다.

전남도가 이렇게 호응을 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행정개편 문제는 시·도지사가 뚝딱 해치우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논리다.
우선 시·도민 사이에서 협력과 양보,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하고, 더 나아가 컨센서스가 이뤄진다면 더욱 좋다는 여론이다.

이용섭 시장이 당위성으로 주장했던 대구와 경북의 통합이 앞으로 2년 뒤에 이뤄진 만큼 이를 벤치마킹 하거나 반면교사로 삼아 통합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느긋한 반응이다.

그러면서 추진 시기의 부적절성도 지적한다. 민선7기 초반에 빠짝 앞당겨 추진했다면 몰라도 앞으로 1년 뒤면 지방선거 체제로 돌아선 만큼 시기적으로 바싹 추켜 들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뒤따를 거란 뜻이다.

시기 뿐만 아니라 통합이 이뤄질 경우 교부세나 각종 세금 그리고 국고지원액 등에 관한 행자부와의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논의도 없이 추진했다가 외려 현재 보다 지원액이 늘지 않는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주·전남으로선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이쯤에서 시·도통합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간 상생과 소통, 그리고 컨센서스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시·도통합의 목적과 당위성, 명분과 실리, 그리고 통합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두 축인 실효성과 자치단체 도입 배경인 민주성, 그리고 방향성이 맞아야 한다.

대구와 경북이 시·도통합을 하니까 우리도 불쑥 따라서 하자는 식의 즉흥적인 추진이 돼서는 안된다.

항간에 떠도는 이 시장의 시·도통합 배경에는 정치적 복선과 전략적 이슈 전환이 깔리지 않았느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그런 만큼 혹여라도 미심쩍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돌발변수로 튀어나와서는 안된다.

아무튼 이용섭 시장은 시·도통합론을 불쑥 꺼낸 만큼 광주시민의 수장으로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다.
그렇지 않고 이 시장 혼자만 사면초가에 빠져 허·송세월을 또 다시 보낸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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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20-09-22 18:47:54
    지난 세월동안 실적이 없으니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고 샆었을 것이다. 차라리 다음 선거에 난 출마 않을테니 광주전남통합은 해야지 광주전남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말하면 더 좋았을 것을....

    정의봉 2020-09-17 14:34:05
     '허·송세월'  :  '김·이 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