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광주 산업구조가 기아차 취업 사기 불렀다.
취약한 광주 산업구조가 기아차 취업 사기 불렀다.
  • 구재중 기자
  • 승인 2020.09.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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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중 지역사회부장
구재중 지역사회부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가계를 운영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런 암울한 시기에 느닷없는 기아차 취업사기 사건이 터졌다.
자그만치 650여명에 150억 규모란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이 결혼한 뒤 손주까지 본 마당에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에, 그것도 목사가 취업을 시켜준다고 하기에 철석같이 믿었다는 A 씨.

“아들 취업 시켜주려다 이렇게 사기 당했어요”
그는 “아들을 둔 죄”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게, 뻔히 눈뜨고 당했다는 허탈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씨가 취업사기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은 30대의 주범에 홀린 목사를 알게 되면서다.
설마 종교인이 거짓말을 하겠냐며 A 씨는 부인과 함께 자신이 다니던 교회 목사를 만났다. 그러면서 A 씨는 그럴싸한 목사의 조건제시에, 집에 있는 아들을 출근시키게 됐구나 하는 마음이 우선 앞섰다. 청년 취업에 목마른 이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로서는 투자금 반환 소리에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는 것이다.
목사가 하는 말이 “일단 취업을 하게 되면 A 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5천만원을 돌려주고 자신은 소개 수수료 명목으로 300만원만 받겠다”고 한다.

목사 자신이 기아차 부목사로 일한 적이 있기에 회사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각종 서류를 보여주기에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아차 협력업체 사장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일단 비정규직으로 넣었다가 기아차로 옮기면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고 덧붙여 설명하더라는 것이다.

A 씨는 목사 취업 방식을 곧이 곧대로 믿고,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친·인척과 믿을 만한 사람에게도 집에 노는 사람이 있으면 부탁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목사의 말은 현실과 어긋났고, 앞뒤가 맞지 않으면서 종교인으로서 신뢰감은 퇴색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기에 급기야 A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목사에게 항의와 함께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목사는 거칠게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돈을 돌려주기 위해 취업 사례비를 나중에는 100만원 까지 낮췄다 한다.

이를 보다 못한 피해자들은 경찰에 목사를 사기범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목사 뒤에는 젊은 30대 남자 B 씨가 있었다.
목사도 B 씨에게 속은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경찰이 B 씨를 구속해 사기수법과 규모 신분을 알아봤더니 무직자라는 데 놀랐다는 것이다. 자신을 기아차 광주공장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기아차 공장에 정규직 채용된 사람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큰손 행세를 하는 무직자였다.

피해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에게 수십억의 별풍선을 후원하는 데에 쓰거나 도박에 탕진했다.

경찰이 압수한 동영상에는 아프리카TV에 억대의 상금을 걸고 BJ와 함께 게임대회를 열거나 '대령'이라는 이름을 걸고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앨범 제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 수십억을 송금한 내역과 해외 원정도박을 간 정황도 밝혀졌다. 롤스로이스나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 차를 타고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차량을 빌려 탄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런 취업사기 사건이 유독 광주에서만 잊을 만 하면 터질까.
2004년 채용비리 사건 이후 벌써 5번째다.

2004년 당시 120여명의 구직자들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회사·노조 관계자, 브로커 등 30여명에게 거액을 주고 입사한 채용비리가 드러났었다.
채용 추천권이 있었던 노조 간부와 직원 등 19명이 구속되고 경찰공무원 등 120여명이 사법 처리되는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어 2014년에는 노조간부가 60여명으로부터 32억원을 받아 챙겼다고 적발됐다.
이런 채용비리 사건은 2016년에도, 2018년에도 취업을 미끼로 돈을 챙겼다가 노조 간부와 하청업체 근로자 등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광주의 열악한 산업 및 경제구조 탓이다. 청년 고용률은 갈수록 나아지지 않은데다 제조 기업이 많지 않아 늘상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반면 기아차 광주공장은 생산직으로 입사하더라도 5년이 지나면 평균 연봉이 7000~8000여만원에 이른다. 적지 않은 급여다.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그래서 들어갈 수만 있다면 1억원이라도 주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용섭 시장과 광주시청 공무원들은 이런 씁쓰레하면서도 믿기지 않은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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