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계 벼랑 끝에 서다
한국 기독교계 벼랑 끝에 서다
  • 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 전 국민일보 편집인)
  • 승인 2020.08.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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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전 국민일보 편집인)
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전 국민일보 편집인)

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 교인이다. 평소 기독교(개신교)인임을 드러낼 까닭은 없었지만 ‘전광훈 사태’를 거론하자면 교인임을 밝히는 게 낫겠다 싶다. 극우 아스팔트 보수를 자처하는 ‘전광훈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전광훈 그룹)’도 교인임을 내세운다. 게다가 일부 교회들은 예배가 먼저라며 방역당국의 비대면 권고를 가볍게 무시한다. 다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일부 교인들은 전광훈 그룹 등의 반사회적 행태에 대해 선을 긋고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외친다. 주요 기독교단들도 전광훈 그룹을 비난·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자신들은 방역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늘 사회를 위해 힘써 왔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전광훈 그룹이 한국 기독교계(교계)를 텃밭 삼아 자라왔음을 감안한다면 그 어떤 교단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독교에 대한 평판은 요즈음 부쩍 일그러지고 있다. 올 초 코로나19 등장 초기에는 기독교 이단 종파인 신천지가 감염 천지로 사회를 위협하더니 8·15를 전후해 시작한 2차 대유행에는 전광훈 그룹이 악역으로 뒤를 잇는 모양새다. 사이비니 이단이니 하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들의 등장이 기성교회가 기독교의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점은 늘 간과돼왔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유병언 구원파’ 역시 기독교로 포장한 사이비집단이었다. 문제는 유병언 구원파의 신도 대부분이 기성교회 교인이었음은 교계로서도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신천지도 다르지 않을 터다. 전광훈에 대한 이단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교계가 곱씹어봐야 한다.

그간 교계의 업적에 비하면 미미한 흠에 불과한 걸까. 130여년 전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는 전도활동과 더불어 의료와 교육, 각종 생활개선사업을 펼쳤으며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등 정신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개신교인이었을 만큼 기독교는 민족과 사회를 위해 앞장섰다. 그 덕분에 해방 후 기독교인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랑스럽게 거론하는 민족대표 16명 중 대부분은 친일로 돌아섰으며, 1938년 각 교단들은 총회결의를 통해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해방 후엔 친미 사대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가 곧 기독교 신앙신조라도 되는 듯 외골수로 빠져갔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교회는 기복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빠르게 포섭됐다.

교계의 잦은 분열 또한 참담하다. 전체 교인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장로교만 보더라도 교단이 수백 개나 된다. 예컨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복원) 소속이다. 이름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로 쓰는 교단은 170곳도 넘는다. 예장 합동, 통합, 합신, 백석대신, 고신…. 한국기독교사는 분열과 교단 신설 남발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연초에 발표한 ‘2020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31.8%로 ‘불신한다’(63.9%)의 절반이다. 종교별 신뢰도에서도 기독교는 18.9%로 가톨릭(30%), 불교(26.2%) 등에 앞자리를 내어줬다. 심지어 기독교인 응답자들 중 75.5%만이 ‘~신뢰한다’로 답했다. 자신이 속한 종교조차 못 믿겠다는 얘기다.

교회를 떠나겠다는 교인들이 이어진다. 원인은 여럿이다. 교회세습도 그 중 하나다. 2018년 5월 뉴스엔조이 등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당시 교회세습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교회는 25개 교단과 1개 단체에 속한 364곳이었다. 교회세습 현상은 대형·소형교회를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가나안(교회 ‘안 나가’를 거꾸로 읽음) 성도가 늘어가는 이유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엉뚱한 움직임도 또한 문제다. 그들은 신학교 커리큘럼에 관여해 번영신학 관련 과목 증설 압박을 꾀하기도 하고, 교단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배타적 성장주의로 교단을 몰아가려고 한다.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며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하라는 기독교의 기본정신은 논외가 되어 가고 있다.

민주화 시대로 바뀌면서 교회는 이전과는 다른 행보, 즉 정치과정에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보수 교회는 독재정권을 위해 기도하고 옹호하는 자리에 나서기를 즐겨했다. 민주화와 더불어 그런 기회가 없어지면서 교회는 정치권력과 연계하려고 하거나 스스로 정치에 나서 기독교정당을 세우기도 한다. 전광훈 그룹의 행보도 그 중 하나다.

이 모두가 벼랑 끝에 내몰린 교계의 모습이다. 거듭나지 않는다면 한국 교계는 사회적으로 공감능력을 상실한 군소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미 외부 평판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내부에서도 교회의 다음세대라고 할 어린이·청소년·청년층이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목회자들은 근거도 분명치 않은 예화집 얘기나 소개하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씀을 쏟아낸다.

안타깝고 부끄럽다. 교계가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목회자와 교인들 모두가 우선 자숙하고 자성해야 한다. 전광훈 사태나 일부 교회의 행태는 그들만의 오류가 아니라 모든 교계의 문제임을 거듭 상기한다. 그나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계가 회심의 길로 돌아서는 기회를 붙들 수 있다면 그건 그야말로 감추어진 축복일 터다.

참고로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은  위 칼럼과 대해 "해당 교단이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교주라는 교리를 가진 기독교 교단으로개인을 교주로 추앙하거나 시한부종말론적인 교리가 없어 사이비종교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해왔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이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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