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따돌림 당한 인간
자연으로부터 따돌림 당한 인간
  • 문틈 시인
  • 승인 2020.08.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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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7개월이 넘게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 정글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다. 이 팬데믹이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백신이 곧 나온다느니 하지만 영국의 한 면역학계 권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팔십만 명이 사망하고 매일 이십오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이러다가 인류멸절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단의 공포심마저 든다. 나는 아내와 ‘코로나 별거’ 중이다. 아내는 시장, 병원, 약국, 교회도 가야 해서 매일의 생활 동선이 복잡한 편이다.

그만큼 감염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는 따로 방을 얻어 홀로 기거한다. 코로나 피난민인 셈이다. 가끔 아내가 찾아와 빨래를 하는 등 도우러 오는데 집안에서도 서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대화를 한다.

아내는 그런 내게 불만이 가득한 심사다. 한번은 얼굴을 붉히면서 “내가 보균자예요?”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든 어느 동선에서 무증상 감염자와 접촉했거나 접촉한 사람을 접촉한 n번 감염자가 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 n번이 아내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당신은 내가 확진자가 되면 날 멀리 외면할 사람이네요.”

아내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활동을 하는데 유별나게 사람들을 불가촉천민을 대하듯 그러느냐고 내게 타박을 한다. 나는 아내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나 같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하면 즉사 수준이 될 것이다. 기저병이 있어서다.

코로나 때문에 아내와 나 사이에 생긴 이런 긴장감은 나로서도 어찌 해볼 방도가 없다. 아내는 밖에 나가서 일을 보다가 점심 때가 되면 식당에 가서 식사한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 이후 식당에 가본 적이 없다. 이런 나도 병원에는 가야 한다.

엊그제는 몇 달 전에 예약한 치과에 갔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진료다. 그저 운에 맡기고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내 몸에 무슨 증세가 나타나는지 주시하며 살았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가급적 치과에 가지 말라고 충고한 바 있다. 마스크를 벗었을 때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고향에는 구순의 어머니가 사시는데 몇 달 째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나 같은 불효자가 또 없을 것이다. 지금 전국 어디라 할 것 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광주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 밝혀진 무서운 사실은 확진자가 있었던 곳의 에어컨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사실. 사무실, 식당, 교회, 병원, 결혼식장, 헬스센터, 컴퓨터방 등 닫힌 공간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알수록 무서운 균이다. 그 권위자는 “인류는 신종 코로나와 영원히 함께 지내야 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말한다.

나는 날마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안부인사를 드린다. 어머니는 되레 이렇게 혼자 살고 있는 나를 걱정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머니를 뵙지 못하는 내 신세가 참담하다. 미국은 매일 거의 7만명의 확진자가 나온다. 매일 1천명이 사망한다. 미국 같은 나라가 신종 코로나에 초토화되는 것을 보면 눈앞이 아찔하다.

몇 년 전 작고한 영국의 물리학자 호킹 박사는 인류는 지구환경의 오염으로 150년 안에 다른 별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정말 이대로는 지구에서 못살겠다. 어느 별이 되었든, 어느 외딴 섬이 되었든 이런 무서운 역병이 없는 곳에 가서 마스크 쓰지 않고 살고 싶다.

이 엄혹한 순간에도 살기 위해 나는 버둥거려야 한다. 집에만 있으면 근육도 빠지고 쇠약해지기 쉽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바깥으로 흐르는 개천을 따라 매일 아침 사람이 드문 때를 골라서 나는 ‘물가 산책’을 한다. 걷고 나면 잡생각들이 다 도망간다. 개천가 공터에 별의별 잡초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돼지풀, 갈대, 개망초 말고도 갖가지 풀들이 키대로 자라 있다.

그 잡초 수풀 사이로 소롯길 같은 인도를 걷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개울 저쪽으로 간다. 장맛비에 불어난 개천의 물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흐르는 물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다. 물은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흘러간다. 모든 두려움과 고통을 저 물이 다 씻어 가버렸으면 싶다.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으나 자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을 다한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시계 부속품처럼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인간만이 지금 자연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의 동선이 수많은 사람들을 확진자로 만드는 것을 보고 세상에서 함께 살려면 서로 도와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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