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장애없는 세상을 만드는 '신경재활연구의 현재'
[이상수의 경제Talk] 장애없는 세상을 만드는 '신경재활연구의 현재'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08.1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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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경재활 연구의 희망이 보이다
2. 손상된 신경을 다시 자라게 하는 전기 자극 장치
3.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중요한 진전
4. 신경재활 연구의 현재와 미래

1. 신경재활 연구의 희망이 보이다

한 번 손상된 척추 신경세포는 다시 재생되기가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의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외골격(exoskeleton)로봇과 VR을 이용해 1년간 재활훈련을 한 끝에 다리감각을 찾게 된 것.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외골격(exoskeleton)로봇과 VR을 이용해 1년간 재활훈련을 한 끝에 다리감각을 찾게 된 것.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이 재생되는 것처럼 신경세포 또한 재생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척추신경 손상이나 뇌신경 손상으로 인한 장애가 확보될 만큼 중추신경세포의 재생이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하반신 마비나 파킨슨병과 같은 질환을 고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 5월,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 마비로 고통 받던 환자가 다시 스스로 걷는 기적이 일어났다. 전기 자극 장치는 척수에 이식한 후 재활치료를 진행한 덕분인데, 장치가 구동하지 않을 때도 신경가능이 일부 회복됐다는 결과가 나와 마비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척추 손상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2. 손상된 신경을 다시 자라게 하는 전기 자극 장치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최근 하반신 마비 환자 세명의 척수에 전기 자극 장치를 연결해 뇌와 다리 근육사이 신경을 복구하고 새로운 재활치료 방식을 통해 환자들이 스스로 걷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반신 마비 환자는 척수가 손상돼 뇌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다리까지 전달하지 못하지만, 뇌신호 대신 척수의 전기 자극을 가해 다리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6년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이번 연구 방식과 비슷한 원리를 다시 걷게 만든 바 있다. 척수에 뇌가 보내는 신호 대신 전기 자극을 가해 다리를 움직이게 한 것인데 원숭이는 장치를 이식한 지 6일 정도가 지나자 장치 없이도 스스로 일어서거나 걸을 수 있었다.

(사진=YTN사이언스)
(사진=YTN사이언스)

연구진은 가장 적합한 자극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신경 활성화 지도를 만들었으며, STIMO(Stimulation Movement Overground)라는 이름의 재활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STIMO는 척수의 전기 자극으로 보행을 도울 뿐만 아니라 척수신경의 회복도 가능하게 한다, STIMO 치료에 참가한 환자 세 명은 모두 일주일 이내 자신의 체중을 버티면서 걷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훈련 후 5개월 간 근육은 조절할 수 있는 신경회복 능력도 높아졌다. 치료기간 동안 환자 모두 손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 장치가 없는 상태로 1km 이상을 걸을 수 있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환자들이 보행기를 짚고 약 100미터 정도를 걷거나 집 앞마당을 거니는 정도의 회복수준만 보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STIMO 참여자인 데이비드 엠제라는 인물은 7년 전신운동 중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의사들은 그가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연구 참여로 800미터 이상은 혼자 힘으로 걷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의 그레그와르 쿠르탱(Gregoire Conrtine)교수는 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손상되었던 척수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밝힌바 있다. 데이비즈는 현재 전기 자극 장치를 끈 상태에서 최대 여덟 걸음까지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만성 척수마비 환자로서는 역사적인 첫 번째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3.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중요한 진전

이번 연구가 더 중요한 이유는 참가자들은 다리 근육에 피로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불어 걸음걸이의 상태가 나빠지지도 않았다. 기존보다 더 오랫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스스로 기능을 높였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의 최종목표는 모든 병원에서 이러한 장치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더 발전시켜 대중화하는 것이다. 쿠르탱 박사 연구진이 개발한 전기 자극 장치 이식 기술은 아직은 비용이 너무 비싸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진들은 이러한 치료방법이 더욱 빠르게 발전해 있다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다시 걷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3년 이내에 유럽과 미국에서 훨씬 더 큰 규모의 시험적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이 방법이 단순히 환자의 치료로만 끝나지 않고 중추신경을 이루는 세포들이 분화 이후에 더 이상 재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기 자극으로 인해 중추신경 세포들 사이에서 발생되는 신경생물학적 세포생물학적 변화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 신경재활 연구의 현재와 미래

미국 신경재활학회 발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1500만 명이 뇌졸중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1/3은 사망에 이르고, 나머지 1/3은 영구적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생 후 조기 재활치료가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뇌졸중의 경우 뇌를 지키는 보호막인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에 의해 약물이 뇌 조직으로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뇌의 다양한 자극 위치에 따른 재활 효과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저강도 집속초음파 기반의 고해상도 비침습 뇌자극 방법을 이용하여 뇌졸중 후 편마비에 의한 운동장애 재활치료를 가속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의공학연구소 바이오닉스연구단 김형민 박사팀은 저강도 집속초음파 뇌자극 기술을 이용하여 소뇌의 특정 영역의 신경활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뇌졸중에 의한 뇌신경 손상을 보상하고 편마비에 의한 운동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하루빨리 신경재활치료 기술이 더욱 진전되어 가까운 시기에 각종 신경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치료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박영숙·제롬 글렌(2019), 『세계미래보고서 2020』, 서울 : 비즈니스북스. pp.21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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