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돈 못 번다"
"부동산으로 돈 못 번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8.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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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로 돈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언명했다. 부동산은 주거공간이지 그것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왔고 그 길을 향해서 열심히 일했다.

실제로 집 소유자의 대부분이 집에다 전 재산의 80, 90퍼센트를 몰빵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집이란 그 사람이 가진 재산의 총화이자 성공 스토리의 결과물이다. 문 대통령은 그것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성실히 노동해서 돈을 벌어야지 은행 빚 얻어 강남에 집을 사놨다가 몇 년 후 수억원이 올라 부자가 되는 공식은 안될 말이라는 새로운 주거 정의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주거정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시도된 바 있다. 그때는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을 공공재로 재정의하고 집을 가지고 장난쳐서 돈을 버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법을 만들었다. 아직 그 효과는 미지수이지만 격하게 제정된 집에 관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대폭 올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새로운 주거정의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딱 부러지게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왜냐하면 집이 공공재라면 국가에서 집을 배당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는 집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집을 국가에서 배당해준다 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곳과 일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평생 오직 집 한 채를 위해서 뼈 빠지게 일하고, 집을 장만하면 그 다음날부터 또다시 더 큰, 더 돈 될 만한 집을 구입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삶의 방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여기서 짚어볼만 하다.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 특히 서울 그 가운데서도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자고 나면 수억이 올라 34평 아파트가 30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단지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집으로 인하여 ‘거부’가 된다는 것은 사회정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부의 정당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투기라 하든지, 투자라 하든지 간에 강남아파트 한 채로 일거에 서민이 평생 못벌 돈을 번다는 것은 우리처럼 평등사상이 강한 사회에서는 쉽게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1가구 1주택’을 내세우나 이것도 구호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만일 모든 가구가 다 집을 소유했다고 가정할 경우 루마니아 사태 같은 것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루마니아는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전 국민이 국가에서 준 집을 자기집으로 갖게 되었다. 1가구 1주택이 된 것이다. 그 후로 이사 가기도 어렵고(모두 집을 가지고 있으니까), 분가하기도 어려운(매수할 집이 없어서) 이상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집이란 우리가 언뜻 생각하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회적 역학 관계의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집은 노동의 목표가 되어 열심히 일하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표현할 신분상승의 상징물이고, 가족의 단란한 행복을 나누는 스위트 홈이다. 필요할 때는 매도를 통하거나 저당을 잡히고 돈을 마련하는 든든한 재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꽁꽁 묶어서 사기도, 소유하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든 징벌적 부동산 법 제정은 그 효과를 보기까지 많은 갈등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 단적인 예로 강력한 부동산 법이 나온 후에도 서울에서 분양되는 새 아파트가 몇 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나는 요즘 나오는 아파트는 첨단 전자제품이라고 본다. 집과 생활 기구들이 전자제품으로 작동되고 있다. 더 편리하고 더 편안한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서울에 사는 집 가진 사람들의 60퍼센트가 더 편안한 새 아파트로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1가구 1주택의 선한 구호를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다.

인간은 욕망하는 동물이다. 어디에 사느냐,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와 같은 물음에는 더 좋은 아파트, 더 비싼 아파트를 꿈꾸는 욕망이 스며 있다. 투기냐, 투자냐 하는 물음과는 다른 원천적인 욕망의 표현 형식이 아파트라고 하는 주거 공간이다.

아파트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책의지가 실현되려면 이러한 복잡한 요인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스위스처럼 ‘그림같은’ 집을 갖게 된다면 집은 우리가 꿈꾸는 오직 주거공간으로 회귀하게 되지 않을까.

이번 부동산법으로 광주 같은 도시는 오히려 집값하락이 예견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서울과 지역의 부동산 세금부담을 다르게 매기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집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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