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프라하 (1)
카프카와 프라하 (1)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0.08.18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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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의 황금소로

2007년 9월, 체코 프라하를 처음 방문했을 때 프라하성 근처에 있는 황금소로를 걸었다. 황금소로는 연금술사가 살았던 전설이 있는 골목인데, 실제로는 프라하성 수비대원과 금박지를 만드는 세공사들이 거주했다. 30 미터 정도의 좁은 골목에는 동화에서나 나올 듯한 파스텔화 집 몇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6년 11월부터 1917년 2월까지 글을 썼다는 22번지 집이다. 원래 이 집은 셋째 여동생 오틀라(1892∼1943)의 집이었는데, 노동자 재해보험공사에 다녔던 그는 퇴근 후 2층 다락방에서 글을 썼다. 이 때 쓴 소설이 ‘시골의사’, ‘재칼과 아랍인’, ‘신임변호사’ 등이다.

황금소로 22번지 카프카가 살았던 집
황금소로 22번지 카프카가 살았던 집

집 입구 오른편에는 체코어로 ‘여기에 프란츠 카프카가 살았다(Zde zil Franz Kafka)’는 표시판이 있고 창문엔 카프카의 저서가 전시되어 있다.

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카프카 관련 책과 포스터 그리고 엽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필자는 영문판 ‘프란츠 카프카와 프라하’ 책을 한 권 샀다. 이후 한 번도 책을 펼쳐보지 않고 책장에 그냥 꽂아두었다.

▷ 영원한 이방인, 카프카

2019년 12월에 세 번째 프라하 여행을 다녀온 후, 카프카가 다시 생각났다. 사실 카프카의 소설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여 단 한 편의 소설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은 카프카를 공부할 기회를 주었다. 집콕하면서 2007년에 산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유튜브로 최윤영 교수의 <나는 이방인이다. 변신> 강의을 들었다. <변신>과 <시골의사> 소설도 읽었다.

‘프란츠 카프카와 프라하’ 책
‘프란츠 카프카와 프라하’ 책

프란츠 카프카는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 아일랜드의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20세기 문학의 3대 작가로 꼽힌다. 카프카는 독일 문학에선 독보적 존재이다. 그의 문학적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아무리 유명해도 ‘괴테적’ 이란 단어는 독일어 사전에 실려있지 않는데, 카프카는 ‘카프카적 kafkaesk :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포감과 위협을 주는 무시무시한)’이라는 단어가 오래전부터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문학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카프카 문학사전’도 별도로 있다.

여담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2005년에 <해변의 카프카>란 소설을 썼다.

흔히 카프카는 독일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카프카는 1883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2중 제국의 식민지인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는 체코사람이 아닌 유대인이었다.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1852∼1931)는 그의 나이 14살에 체코 남부에 있는 주민 100명의 조그만 시골에서 푸줏간을 하는 할아버지 곁을 떠났다. 이후 그는 오스트리아 군대에서 대대장까지 하고 프라하에 정착하여 장신구 가게로 자수성가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혈질적인 폭군 기질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사람이었다. 반면에 어머니는 부유하고 교양있는 집안 출신이었는데, 특히 넷째 외삼촌은 의사였다.

카프카는 1남 3녀 중 외아들인데 그의 이름은 아버지가 지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주류 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뜻으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1830∼1916)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카프카 인물 사진
카프카 인물 사진

한편 카프카는 초·중·고등학교를 부친 뜻에 따라 체코어 학교가 아닌 독일어 학교를 다녔다. 대학도 뮌헨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길 원했지만, 아버지 뜻대로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독서클럽에서 활동했으며 니체를 즐겨 읽었다. 대학교 때인 1902년에 그는 평생 친구인 막스 브로트를 만났다.

1906년 6월에 카프카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0월부터 법원에서 1년간 법관 시보로 일했다. 1906년 가을에 카프카는 <시골의 결혼 준비> 소설을 쓴다. 소설의 주인공 라반은 스스로를 ‘세인(世人)’과 ‘나’로 분열시켜, ‘세인’이란 육체는 결혼 준비를 위해 시골로 내려보내고, ‘나’라는 자아는 갑충으로 변신하여 집에 머물러 있다. 6년 후인 1912년에 카프카는 소설 <변신>을 썼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엄청나게 큰 갑충(甲蟲)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변신> 첫머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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