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읍 물바다, ‘이게 섬진강댐 관리인가’ 민심 흉흉
구례읍 물바다, ‘이게 섬진강댐 관리인가’ 민심 흉흉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8.1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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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발행인/칼럼니스트
박병모 발행인/칼럼니스트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재난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제때 대처하지 못한다면 낭패를 넘어 국가적 손실을 가져온다.
저 멀리 진도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이번 구례읍 물바다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두 지역 모두 전남에 있다는 게 공통분모다.

수백명의 학생을 차디찬 물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 세월호 참사 때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급기야 촛불 시위로 번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수감되고 말았다.

40년 만에 구례읍을 수중도시로 만든 이번 물난리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가닥이 추려지면서 “이게 섬진강댐 괸리냐"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섬진강 유역에 물난리를 겪은 5곳의 단체장이 이번 수마 참사의 원인은 “수자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섬진강 유역 14개 환경단체협의도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러다 보니 주암댐과 섬진강댐 관리사무소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11일 구례읍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로 만난 군대 전우의 말에 필이 꽂이고 말았다.

물난리가 난 8일 자신이 살던 광의면에서 구례읍으로 온 시간이 9시였는데, 이미 물이 넘실대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8시30분께부터 섬진강 변 제방 도로가 넘치거나 유실됨으로써 구례읍 시가지 절반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발원지가 전북인 섬진강댐 물과 주암댐 물을 담은 보성강이 합류돼 섬진강을 이루고, 그 강물은 구례읍을 끼고 하동으로 내려간다. 섬진강 수위는 제방을 삼킬 듯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섬진강 물은 화엄사와 천은사, 그리고 산동면과 광의면에서 내려온 서시천 물이 합류되면서 사고가 났다고 예단한다.
구례읍 인근에 위치한 합류지점에서 서시천 물이 섬진강 물을 밀어내지 못한 채 역류가 되면서 서시1교 밑 낮은 제방도로를 타고 넘쳐났다. 그리고 도로가 유실되고 말았다.
인근 소 축사가 즐비한 양정마을과 구례읍 펌프장, 공용터미널을 덮치면서 구례읍 절반을 수중도시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양정마을에서 키우던 소 1,700여마리는 물헤엄을 치거나 축사위로 올라가기도 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소들은 피울음을 토한 채 싸늘하게 목숨을 잃어갔다.

특히 지형이 낮아 물이 1m 높이까지 찬 5일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피해원인은 뭘까. 시간당 350~400mm에 이르는 집중호우에 그 원인이 물론 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의 입장은 섬진강 물을 관리하고 있는 주암호와 섬진강댐에서의 홍수조절 실패로 돌린다.
단체장과 환경단체가 지적했듯이 양 댐관리사무소에서 기상대 예보에 따라 사전에 저수율을 최대한 낮췄어야 했다. 돈벌이에 치중한 담수보다는 치수에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홍수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상부기관의 지시만을 기다리다 그만 방류타이밍과 방류량을 놓치고만 셈이다.

구례읍 물바다가 된 8일 오전에 섬진강댐측은 저수율 90%인 상황에서 1,870톤을 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수마가 덮친 8일 오전에는 섬진강댐 측에서 예비방류 때보다 3배가 많을 양을, 그리고 주암댐은 밤 10시께 1,000톤을 각각 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양 댐에서 대규모로 물을 흘려 내려 보내다 보니 섬진강과 서시천의 합류지점 인근에 위치한 구례읍을 물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주암댐과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문제의 8일 댐 유입량이 2,800여톤에 달해 불가피하게 구례나 하동 등 하류지점으로 물을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기상대의 예보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아 물의 저수율을 조절할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댄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방류사실을 뒤늦게 통보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가 예견된 상황에서 한국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영산강홍수통제소가 재난상황판단회의를 했느냐고 물었다. 재난대비회의를 했다면 지시를 했을 텐데 “무슨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협의만 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댐 관계자로서는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매뉴얼 대로 할 뿐이지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중국에선 산샤댐이 붕괴될 위기에 있다는 소식에 전 세계인이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도 태풍과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급박하게 전해진 만큼 댐의 홍수조절을 컨트롤하는 수자원공사와 환경부의 지체(?) 높으신 분들은 당시 무얼 했는지, 위기 상황 대처회의를 했다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밝혀야 한다.

이쯤에서 세월호 참사나 섬진강댐 수마나 다를 게 뭐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국정 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당권 후보가 손 한번 잡아주는 ‘의례적’ 방문 보다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향후대책을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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