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전남 구례읍 물바다는 ‘人災’, 주암호·섬진강댐 홍수 조절 ‘실패’탓
[현장르포] 전남 구례읍 물바다는 ‘人災’, 주암호·섬진강댐 홍수 조절 ‘실패’탓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8.1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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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당초 586억 2배 1,268억대…민심 '흉흉'
물바다 8일 오전 섬진강댐 1,800톤, 주암댐 저녁 1,000톤 방류 ‘화’키워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 방류시간·양 등 사전 조절 못해 ‘총제적 인재’오명
​​​​​​​구례군도 지방하천 관리 부실에서 자유롭지 못해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전남 구례읍이 40년 만에 또 물바다가 됐다.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은 그야말로 폐허 그 자체다.

살려달라는 소 울음을 그치고 생명을 다한 소 죽음떼의 모습
살려달라는 소 울음을 그치고 생명을 다한 소 죽음떼의 처참한 모습

그러다 보니 수중도시가 된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필자는 11일 오전 구례읍 수마현장을 찾았다.
자연재해 일까? 인재일까? 궁금증을 안고서 말이다.
주민들과 복구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얘기는 한마디로 인재였다는 거다.

광양순천간 산업도로를 연결하는 서시교 바로 밑 제방이 넘치면서 도로가 유실된 서시교 현장
광양순천간 산업도로를 연결하는 서시교 바로 밑 제방이 넘치면서 도로가 유실된 서시교 현장

물론 1차적인 원인은 시간당 350~400mm가 쏟아진 집중호우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탓으로 돌리기에는 피해 규모가 당초 알려진 586억의 2배인 1,268억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피해 원인과 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대책마련 등 후속대책이 뒷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구례읍 5일장 피해현장에서 우연히 김순호 구례 군수를 만났다.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수해현장을 방문했던 9일까지만 해도 586억원으로 잠정집계 했으나 피해 주민들의 접수가 이어지다 보니 현재는 1,268억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취재하면서 주민들로 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자연재해 보다는 인재”라고 하는데 “군수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김 군수는 잠시 망설이듯 하다가 ‘섬진강 댐의 수자원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암댐 보다는 섬진강댐 관리사무소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섬진강댐 관리사무소는 구례읍이 수중도시로 변한 8일 오전 8시께 댐 저수율이 90%인 상황에서 1,870톤을 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600톤을 방류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의 물을 방류한 셈이다.
말하자면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강수량을 예측하고, 홍수에 대비한 조절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했다는 얘기다.

섬진강 댐 측은 그날 집중호우가 내려 댐 유입량이 2,800톤에 이르다 보니 불가피하게 방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섬진강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지역본부에서 구례읍과 화계장터 등 하류지역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방류를 했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구례읍 펌프장에 빠진 소를 건져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원봉사자
구례읍 펌프장에 빠진 소를 건져내려다 힘에 부치자 심어진 나무를 이용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원봉사자

그래서 김순호 군수에게 “피해원인을 주암댐관리사무소의 방류에 있다”고 주민들이 말하더라고 했더니 구례군수는 섬진강 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얘기가 소문으로 아니 군정 책임자로부터 말이 나올까 곱씹어 봤다.

<시민의소리>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구례읍은 섬진강이 끼고 돌면서 하동으로 흐른다. 주암호에서 물을 방류하면 곡성군 목사골 앞의 보성강으로 흐르다가 전북을 발원지로 하는 섬진강과 압록유원지에서 합류한다.
그 섬진강은 구례읍을 끼고 돌다 화엄사와 천은사, 산동면으로부터 내려오는 서시천 물과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양정지구 소 축사 마을과 펌프장 인근에서 또 다시 합류한다.

하지만 섬진강 수위가 제방까지 거의 육박하면서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8시30분께 섬진강의 문척교 인근의 양정마을 입구 낮은 제방과 서시교 아래 제방 도로, 그리고 구례 오일장 둔치공원 등 3곳이 넘치거나 유실되면서 구례읍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침수를 당한 구례읍 오일장에는 전남도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로 나서 수해현장 복구 지원에 나섰다.
침수를 당한 구례읍 오일장에는 전남도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로 나서 수해현장 복구 지원에 나섰다.

첫째, 옛 문척교 바로 옆 양정마을 입구에 설치된 제방도로가 낮아 물이 범람한 대목이다. 양정마을은 소 축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평소 같으면 소 1,700여 마리가 마을 안길을 따라 다닐 정도였다.
이런 마을이 침수가 되자 소떼들은 가슴까지 차오르는 수압을 이겨내지 못해 축사 위로 도망을 쳤고, 일부 소는 인근 절터로 피신하기도 했다.

소의 울음이 흙탕물 속에서 슬프게 울려 퍼지는 순간이다. 소에게 먹이를 주기위해 축사 옆에 쌓아둔 500kg에 이르는 소먹이를 담은 하얀 롤이 지붕 위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그날의 참상을 담박에 떠오르게 한다.

둘째로 서시교량 바로 아래 제방도로의 유실이다. 광양·순천으로 이어지는 산업도로를 잇는 서시교량은 높이가 낮아 제방과 맞닿게 되자 이를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제방 도로를 낮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이번 홍수 때 피해를 키우게 됐다.

서시천이 섬진강 수위에 압도당해 물을 밀고 하류로 내려가지 못함에 따라 서시교 밑 제방도로로 물이 넘칠 수밖에 없었고, 이 제방도로가 유실되면서 범람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인근 구례읍 공용터미널 인근까지 물에 잠기게 됐다.

셋째는 서시천 물이 내려가지 못하면서 서시교에서 구례읍 방향으로 300여m 떨어진 오일장 옆 둔치공원으로 물이 넘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구례읍 수중도시는 1차적으로 섬진강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한국수자원관리공사측에 있고, 2차적으로는 서시교, 둔치공원 등 지방하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구례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섬진강 수위가 높아진 데는 주암호 섬진강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와 환경부 영산강 홍수통제소가 방류타임과 방류량을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섬진강댐측은 앞서 기술한대로 8일 구례읍이 물바다가 되기 전에 무더기 방류를 했고, 주암호댐측은 이날 저녁 10시 이후에 1,000톤을 방류했다.
주암댐측은 지난 7월15일부터 예비 방류를 시작해 7월 마지막 날에는 65.6%까지 저수율을 낮췄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구례읍이 수중도시가 되기 하루 전인 7일 저수량은 70.2%였다. 이때 방류량은 700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8일 밤 방류량을 1,000톤으로 늘려 방류했다고 덧붙였다.

소 1700여 두를 키우는 양정마을 축사 폐허 현장
소 1700여 두를 키우는 양정마을 축사 폐허 현장

하지만 주암댐과 섬진강댐관리사무소는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와 환경부영산강홍수통제소의 지시를 받는다.
그러기에 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양 기관은 기상청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 속에 재난상황판단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양 기관은 물 폭탄 우려를 감지하고 방류량과 방류타이밍을 분석하면서, 물을 방류하거나 저수율을 낮추는 사전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섬진강댐과 주암댐 관리사무소와 협의를 하거나 지시를 했어야 했다.

이런 엄중하고도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바람에 양 댐 관리소 측은 집중호우로 인한 댐 유입량이 최고 2,800톤에 이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뉴얼대로 방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다.

섬진강 변 양정마을 앞에 놓인 옛 문척교 다리에 쓰례기가 가득하다
섬진강 변 양정마을 앞에 놓인 옛 문척교 다리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그렇다면 방류 시 구례읍과 화개장터 등 하류지점에서 얼마만큼을 피해가 일어날지를 계산했어야 했다. 더 나아가 구례·하동 등 물난리가 난 자치단체에게 재빨리 통보를 했어야 마땅하다.
이를 게을리 하거나 생략했다면 피해주민들의 얘기처럼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례군도 지방하천인 서시천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제방도로 등 하천 관리 부실 책임를 져야한다. 문제의 물난리를 낸 구멍이 서시교와 오일장 둔치 공원 두 곳이 유실되거나 범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례읍 수마참사는 구례군과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 등 '총체적 인재'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이번 구례참사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 이후 강조했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지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섬진강을 이명박의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놓고 정치권에서 ‘네 탓’공방을 벌이는 것은 피해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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