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부영의 덫에 놀아난 文·한전·전남도·나주시
‘장사꾼’부영의 덫에 놀아난 文·한전·전남도·나주시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7.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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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골프장 기부 당시 열흘 전 전남도 땅 매입…‘사전 내락說’도
기부 당시 땅값 506억…3배 가격 상승에 ‘본전’ 빼고도 남아
‘꼼수 기부’뒤 끝 용적율 등 도시계획 변경 요구…‘특혜’논란
​​​​​​​5,300세대 아파트 숲 들어싸여…‘한전 공대=아파트 대학’오명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羊頭狗肉(양두구육)이라 했던가. ‘羊(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쉽게 얘기하면 겉과 속이 다름을 꼬집을 때 사용한다. 흔히 이중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한전공대 부지 바로 옆 골프장 잔여지에 5300세대 아파트를 대규모로 짓겠다고 나선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사진)

이 고사성어가 최근 이슈가 된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 실태를 질타하는 게 아니냐고 살폈더니, 웬걸 이 보다 더한 이중적인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을 지칭한 듯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공약사항인 ‘한전공대 설립’에 씁쓰레한 뒷맛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가 발전 차원에서, 아니 호남의 바램인 대선공약 사항이 한 재벌기업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임대주택을 짓고 정부로부터 간접지원을 받아 대한민국의 재벌로 성장한 부영그룹의 뻔뻔한 행태가 한전공대 설립의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부영의 이 회장은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한복판에 골프장을 지었고, 이게 문 대통령의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 부지로 치환되면서 금싸라기 땅을 거머쥐게 됐다.
그래서 자신의 골프장 부지 절반을 관할 전남도와 나주시에 주었고, 나머지 땅에 아파트를 지겠다고 덤벼 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내 땅을 공짜로 준 것은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서라는 걸 행정기관에서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냐는 투다. ‘순수하게 고맙다고 덥석 물었던 도지사·시장 당신들이 바보들이 아니냐’라고 말이다.
앞으로 부영의 계획대로 행정절차가 진행되면 아파트 공사로 남은 이익은 몇 천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혜분양 의혹이 자연스레 일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이 회장은 나주 부영CC 전체 면적 72만㎡ 중 56%인 40만㎡를 기부했다. 나머지 잔여 부지에 자그만치 5300세대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나주시를 거쳐 전남도에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부영은 806억 원에 달하는 기부액의 몇 배에 달하는 수천 억 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땅값이 구입 당시보다 3배 이상 올라 한전공대 부지를 기부하고도 이미 본전을 뽑은 상태다.
참고로 골프장 부지는 당시 3.3㎡(평)당 매입 가격이 19만7000여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감정가로 치더라도 3.4배 높은 66만6000여원에 달한다.

이런 시세차익 속에 골프장 잔여지(35만3천여㎡)에 5천3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주시와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꼼수 기부' 논란이 일고있다. 전형적인 ‘양두구육' 형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영그룹은 골프장을 기부 당시 열흘 전에 인근 부지를 사들임으로써 ‘사전 내락’을 받고 부지매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부지는 전남개발공사에서 관리했던 장기 미분양 땅인 문화시설(3만4천782㎡)로 남겨놓은 땅이다. 수의계약으로, 부영주택 이름으로 223억원에 매입했다. 중도금을 치른 상황에서 현재 15%가량의 잔금만 남겨둔 상태다.
이 부지에 공연장, 극장 등 문화관련 시설로 절반가량 채우고, 나머지는 업무시설(오피스텔) 등을 지으면 지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개발한 혁신도시 부지에 문재인 정부가 한전공대를 들어서게 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부영 이중근 회장이 챙긴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2타수 무안타’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떠도는 얘기가 아닐 런가 싶다.

부영 이 회장은 순천 서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고, 자수성가 한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재계순위 17위다. 23개 계열사를 거느리다 보니 자산이 23조7000억 원에 이른다. 순천은 물론 전국 곳곳에 부영아파트를 짓고, 그곳에 학교를 지어 기부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교육왕’ ‘기부왕’으로 포장하곤 했다.
대한노인회장을 맡아 약간의 기부를 하고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방패막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어쩌랴. 그의 장삿속은 아파트 부실하자로 드러나고 말았다.
이 회장은 '탈세범', '비리 기업인'으로 지목받아 2018년 2월 구속기소 됐다. 횡령·배임을 비롯해 조세 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 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다.
전국 곳곳에 들어선 임대아파트로 돈은 벌었지만 부실시공 및 하자는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과거에는 그런대로 넘어갔지만 아파트 하자 부실은 입주민들의 원성과 반발로 이어졌고, 결국 법적분쟁에 휘말리면서 이 회장은 영어의 몸이 됐기에 그렇다.

나주 혁신도시에서도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계속됐고 법정 소송에 휘말려 패소에 이른다. 그 댓가로 51억40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
아울러 혁신도시 내 영무와 중흥 1·2, 대광, 공기업인 LH도 함께 줄소송을 당해 재판 과정에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장사꾼’인 부영의 덫에 한전과 전남도, 그리고 나주시가 걸려든 셈이다.
이런 예측은 결국 한전공대 설립 부지 결정 때부터 이미 예견됐는지도 모른다.
한전은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공정하게 결정했다. 계획대로 한전공대를 설립하려면 시간이 없다. 공기를 맞추려면 반반한 골프장 부지야 말로 공사비가 절감된다고 부지 선정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시·도민들은 글로벌 세계기업을 지향하는 한전이, 그것도 건설기업에 편승해 ‘꿩먹고 알먹자’는 식의 결정이야 말로 떳떳치 못한 처사라고 반신반의 했었다.
당시 이 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자신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그 대신 형을 감면받으려 하는 제스처가 아니냐는 일부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기업의 공익적 측면보다는 결국 장사꾼의 속성상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때 도시기본계획안이 수립되고, 그에 따라 골프장 부지가 들어선 게 아닌가. 당연히 후손들을 위해 녹지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그 대안으로 골프장과 호수 등의 공간을 만든 건 당연하다. 그러면서 선진국형 스마트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도시계획의 기본 골자다.

하지만 나주 혁신도시에는 변변한 교육기관 하나 제대로 들어서지 않아 한전 등 16개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이 되면 서둘러 가족이 사는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나주 혁신도시는 그야 말로 장사가 되지 않아 마치 유령도시에 흡사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주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모두가 나주로 내려와 살아달라라고 요구할 순 없지 않는가.

한전공대 부지 선정과정에서 광주시가 경쟁자로 나선 것은 이러한 전남도의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볼 수 있다. 정주 및 교육여건은 나주보다 광주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한전은 광주와 전남도가 유치경쟁을 벌이는 틈새에서 잇속을 챙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남도가 한전공대 설립에 1천억을 더 부담하는 것도 그래서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전남도로서는 광주시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결과적으로 한전이 내세운 문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전략에 놀아난 셈이다.

이런 백그라운드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전공대가 들어설 골프장 부지는 두고두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명색이 세계적 기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부하던 한전공대는 앞으로 부영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이른바 ‘한전공대=아파트 대학’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혹여 한전부지선정과정에서 전남도와 나주시 그리고 부영그룹 간에 뒷거래가 있었느냐의 여부도 촉각을 곧추세우게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롭고 기회가 균등한 투명한 공개행정이 이뤄졌느냐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혁신도시 '허파'와 다를 바 없는 녹지공간인 골프장을 용도 변경 해준다면 우리의 후세들은 아파트에서 '회색 시멘트'를 먹고 살아도 좋다는 뜻인지 전남도와 나주시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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