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다시 온 코로나
광주에 다시 온 코로나
  • 문틈 시인
  • 승인 2020.07.1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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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정도 외출 자제하는 초강수 두어야

광주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광주에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고 있다. 나는 날마다 광주가 무사하기를 빌어왔다. 그동안 광주가 무사함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늘 다행으로 여겨왔다.

한데 지금 광주는 갑작스런 코로나의 대습격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시장은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달 동안 광주는 몇 명 안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을 뿐 청정도시로 있었다. 광주시와 시민들이 대처를 잘해 도시를 잘 지키고 있는가보다고 안심했다.

나는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대구를 초토화시키던 때보다 6배나 더 강력한 전파력으로 광주를 휩쓸고 있다니 공포스럽다. 산문에 계신 어느 한 분이 마스크를 하지 않고 법당에서 불자들을 만났다가 그만 일이 이렇게 커지고 말았다.

그분은 그날 날씨가 몹시 더워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며 이 사태를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느 누가 자기가 감염자인 줄을 알고서야 그럴 사람이 있으랴만 잠깐의 해이가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시켜 놓고 말았다. 이거야말로 불운이지 어쩌겠는가.

광주에 사는 지인 한 분은 여차직하면 해남이나 망운 같은 데로 피난 가서 지내다 돌아올 계획을 하고 있단다. 독일의 어느 철학자가 그가 살던 도시에 역병이 돌자 피난을 갔다가 병이 잠잠해지자 집으로 돌아온 일이 있다. 그 철학자는 평소 염세주의를 주장한 터여서 피난이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광주시장은 시민들에게 가급적 모임을 피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오래 청정지역에 있었던 탓인지 대체로 시민들이 타지역에 비해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덜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질병관리 본부에서 나온 코멘트를 보니 ‘이제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가 방역을 하겠지만 결국은 시민들이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든다.

더욱 안좋은 소식은 얼마 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는 세계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다. 아직 세계보건기구나 우리나라의 질본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나 사실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능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실내에서 2미터가 아니라 8미터까지도 에어로졸을 통해 전염이 될 수 있단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5개월이 다 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오지 않은 처지인 데다 이 역병에 대한 생태도 아직 완전히 잘 모르는 형편이어서 위험 국면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진은 ‘내년 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최소 2억명에서 최대 6억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1918년 발생해 2년간 5억명을 감염시킨 스페인 독감의 확진자 수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말 이렇게 되면 사망자는 수천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끔찍한 계산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멸절’의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전염이 조금 누그러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광주시를 얼어붙게 만든 신종 코로나는 금양오피스텔을 주원지로 햐여, 광륵사, 광주사랑교회, 일곡중앙교회, 아가페실퍼센터, 한울요양원, SM사우나, 헬스센터, 해외 유입, 그리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자 등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를 방역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날짜를 정해 전 시민이 2주 정도 외출 자제하는 초강수를 두는 길이다. 사실상의 도시봉쇄에 가까운 조치다. 이런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퍼져가는 코로나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

광주는 전국에서도 가장 나이든 세대가 많이 사는 호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광주를 막지 못하면 호남에 재앙이 올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시설, 결혼, 장례식장, 찜질방, 노래방, 컴퓨터게임방, 대형식당, 극장 등은 일단 문을 닫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서 전 시민과 시가 함께 연대하여 방역 전선에 나서야 한다.

신종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마스크, 손씻기, 거리두기, 모임 자제, 발열시 즉각 검진 같은 기본만 잘 지켜도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다.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 입원실이 모자라게 되는 의료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자가격리하는 셈치고 동선을 최대한 억제하는 결단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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