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광주시 체육회장이 윤장현 전 시장을 ‘큰절’로 소환한 이유
김창준 광주시 체육회장이 윤장현 전 시장을 ‘큰절’로 소환한 이유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6.04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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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대기자/발행인
박병모 대기자/발행인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2018년, 광주시장 민주당 경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광주의 한 호텔에서는 누구라도 믿기지 않는 만남이 있었다. 시장권력이 뭐 길래 당선을 위해 꼭 그런 절박한 읍소를 해야만 하는지 의심이 가는 행동을 말이다. 

그러니까 당시 윤장현 전 시장은 재선에 도전했으나 민주당으로 부터 공천장을 받는데는 지지율 측면에서 다소 여의치 않았다. 당시 이용섭 현 시장의 ‘대세론’ 앞에 무기력 했고, 강기정 현 정무수석 등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윤 전 시장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게다.
그래서 선거전략으로 서울에 있는 기획사를 많은 돈을 주고 불러 들였고, 권양숙 여사를 자칭하는 김 여사에게 공천만 받게 해달라고 4억5천이라는 거액을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김 여사의 자녀를 모 사립학교와 시 산하공공기관에 부탁해 취업을 시켜주었다.
다른 선거 전략의 하나가 올해 민간 첫 광주시 체육회장으로 취임한 김창준씨와의 인맥을 돈독이 하는 것이었다.

시장권력에 맛을 들인 윤 전 시장으로서는 체육계를 좌지우지하는 김 회장과 한통속이 된다면 재선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설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을게다.
그래서 윤 전 시장과 김 회장은 모 호텔 식당에서 선거에 도움을 줄만한 참모들을 각각 데리고 나왔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서로 소개가 끝난 뒤 윤 전 시장이 일어서더니 의자를 밀치고는 갑자기 큰절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우군이기에 잘 모셔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런 황당한 행동은 김 여사에 거액을 주고, N번방 조주빈에게 돈을 뜯긴 데 이어 3번째로 기록된다.   
아무리 김 회장의 동생과 친구라 할지라도 그렇게 자존심도 없이 극진한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광주시장이었는데...말이다.

그렇다면 윤 전 시장은 왜 그렇게 민망할 정도의 큰절을 했을까.
한편으론 재임 4년 동안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으로 변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윤 전 시장은 조직에 관한 한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안철수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전략공천을 한다고 나섰고,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이 앞다퉈 선거운동을 도왔기에 손쉽게 광주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시장을 옹립하고 대신 선거를 몽땅 치러준 의원 5명에게 '시민의 투표권'을 도적질했다고 해서 ‘신오적’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것은 그래서다. 

이렇게 쉽게 얻어진 권력을 추억으로 소환하다 보니 자신의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보다 타인및 단체의 힘을 빌어 재선 하고픈 욕심이 앞섰고, 그러다 보니 윤 전 시장이 김 회장에게 그런 자존심 없는 행동을 한 게 아닐가 싶다.

그렇다면 윤 전 시장이 그토록 애원한 김 회장이 선거에 관한 한 막강한 파워를 가진 사람이었을까. 궁금하다.
김 회장은 박광태 전 시장 때 체육회 종목 회장에 임명된 후 강운태, 윤장현, 이용섭 시장까지 4대에 걸쳐 체육회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에 해당된다.
전기업을 통해 돈을 모은 그로서는 17년 동안 전임 시장과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체육계 내부 속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한 입후보자들로선 한번쯤 만나볼 필요가 있고, 알아서 줄을 댈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체육인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맘을 크게 먹는다면 일부 체육인들을 동원해 경선의 분수령이 되는 진성당원을 모집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한 체육권력의 원천은 60여개에 달하는 종목별·구별 공식단체와 엘리트 전문 체육인, 그리고 생활체육인을 모두 합치면 40~5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광주 전체 유권자 120만 7900여명의 1/3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런 선거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회장이 민간체육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할 당시 일부 체육인들 사이에는 "나이가 78세로 너무 많아 원로로 남고 그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앞섰던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노욕이 앞선 나머지 자신이 천거해 만든 고문단을 부추겨 '체육인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합의 추대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체육회 예산 460억을 쥐고 있는 시장과 소통이 잘돼는 사람을 추대하자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용섭 시장이 자신을 밀어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자 다른 입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에 앞서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만다. 상대 후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운동를 거의 하지 못했고, 뒤늦게 출발한 셈이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1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사실상의 패배와 다를 바 없다.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출연금 액수도 고문단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사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내부 규정으로 만들었고, 매년 2억씩, 모두 6억으로 못 박았다. 당시 출마를 저울질 하던 입후보자들은 ‘그놈의 돈’ 때문에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출마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취임 후 지난 2월 정기총회까지 내기로 했던 출연금을 내지 않고 뒤로 미루고 있다. 그리고는 물밑에서 자신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시켜 규정을 6억에서 2억으로 깍는, 이른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규정'을 만들려다 들키고 말았다. 
이에 체육회 원로들과 광주·전남 출신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태극회, 그리고 과거 체육회 임원진들이 공분을 일으키며 단체행동에 나설 태도다. 

공교롭게도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광주시의회 김학실 교문위원장이 김 회장에게 세간에 나도는 출연금 축소 개정에 대한 입장을 시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출석요구를 한 상태다. 어떻든 김 회장으로서는 시정질의 때가 아니면 행정사무감사에 나올 처지에 있다. 

김 회장이 약속대로 6억원을 낸 뒤 시 체육발전을 위해 혁신적으로 열정을 다하지 못한다면 광주시의회가 예산을 깎을 것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체육권력을 사유화할 경우 결국 그 피해가  체육인을 포함한 광주시민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벌써 첫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살인적 무더위가 예보대로 여름 내내 찾아올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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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청천 2020-06-04 16:35:41
    거참 광주는 노익장들의 각측장 인가